조산ㆍ태아발육부진 위험도 높아
게티이미지뱅크

6년 차 직장인 A(34)씨는 임신 10주차이던 지난해 6월 ‘절박유산’ 진단을 받았다. 절박유산이란 임신 20주 이내에 질출혈이 생겨 유산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을 가리키지만, A씨는 고작 이틀을 쉰 후 회사에 출근해야 했다. A씨는 “의사는 최소 2주 간의 안정이 필요하다고 했으나 회사 측에서 사정을 봐주지 않아 결국 출근 3일만에 하혈 후 유산을 했다”면서 “마음 속에선 사표를 수십 장 썼지만 외벌이를 감당할 수 없어 참았다”고 참담함을 전했다.

이처럼 직장 여성들의 유산가능성이 전업주부보다 1.3배 가량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직장 내 작업환경과 스트레스가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는 가운데 근로시간 단축 등 제도 마련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15일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의 김은아 직업건강연구실장(직업환경의학과 전문의) 연구팀이 국제학술지 ‘플로스 원(PLOS ONE)’에 게재한 논문에 따르면 여성 근로자의 연간 유산율(인공유산 등 제외)은 비근로 여성의 1.26배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는 2013년 한 해 동안 국민건강보험공단 직장 가입자(근로자)와 소득이 없는 피부양자(비근로자)로 등록된 여성의 임신(43만343건)과 출산(34만88건) 데이터를 분석한 것으로 당해 전체 출산의 78%에 해당한다.

산업별로 보면 사업시설관리 및 사업지원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여성의 유산 위험도가 1.47배로 가장 높았다. 이 업종에는 빌딩 청소, 주변 환경 관리 등 육체를 사용하고 불규칙적인 업무가 포함됐다. 이외 제조업이 1.35배, 보건 및 사회복지 서비스업이 1.33배, 도소매업과 과학 및 기술서비스업이 1.29배로 나타났다.

여성 근로자는 비근로 여성보다 임신과 관련된 다른 위험한 상황에 놓일 가능성도 컸다. 절박유산의 위험도는 직장 여성이 비근로 여성보다 1.38배나 높았다. 조산과 태아발육부진의 위험도 각각 비근로 여성에 비해 1.1배, 1.19배 높았다. 인공유산 등을 포함한 연간 유산율에서 직장 여성은 23.0%로 비근로 여성(19.1%)보다 3.9%포인트 높았다. 다만, 이번 조사는 여성의 과거 출산 이력과 업종ㆍ직종별 위험인자 노출 여부를 따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업종별 작업환경과 유산간 정확한 인과관계를 설명하긴 어렵다.

김은아 실장은 “업종을 떠나 전체 직장 여성의 유산 위험이 높다는 점에서 직장 내 스트레스 등이 임신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은 것”이라며 “근로시간 단축제도 등 여성근로자의 임신ㆍ출산에 기여할 수 있는 제도의 활성화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정준호 기자 junho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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