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난다 ‘읽어 본다’ 시리즈
의사ㆍ가수 등 다양한 직군이 집필
‘읽어 본다’ 시리즈의 책들.

“활자는 축복이다… 인간만이 백지에 나열된 검은 글씨에서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종류의 감정을 느낄 수 있다.” 책 읽기에 대한 응급실 의사 남궁인씨의 단상이다. 정신 없기로는 한 손에 꼽히는 직업을 가진 그가 펴낸 세 번째 책 ‘차라리 재미라도 없든가’는 독서 일기다. 출판사 난다가 ‘걸어 본다’에 이어 새로 시작하는 ‘읽어 본다’ 시리즈의 한 권이기도 하다.

‘읽어 본다’ 시리즈는 의사, 가수, 문인, 서점 직원, 기자 등 다양한 직군에서 “매일 책을 만지는” 사람에게 2017년 1월부터 6월까지 하루 한 편의 독서 일기를 쓰게 한 결과물이다. 첫 회분 5권의 필자는 남궁인씨, 가수 요조씨(‘눈이 아닌 것으로도 읽은 기분’) 외에도 부부가 세 쌍이나 있다. 시인 박연준, 장석주씨(‘내 아침 인사 대신 읽어보오’), 김유리 예스24 MD와 김슬기 매일경제신문 기자(‘읽은 척 하면 됩니다’), 강윤정 문학동네 편집자와 장으뜸 카페꼼마 대표(‘우리는 나란히 앉아서 각자의 책을 읽는다’)다.

자의든 타의든 늘 책과 함께 하는 이들은 신간, 구간을 가리지 않고 하루 한 권의 책을 떠올렸다. 어떤 이는 책을 매개로 부부싸움한 이야기를 하고 어떤 이는 책으로 밥 먹고 사는 삶의 피곤함을 토로한다. 책을 읽으면서 느끼는 불편함, 이해 못함, 이해는 안 가도 뭔가 남은 듯한 느낌까지 여과 없이 그려진다. 어릴 적 썼던 독서 일기도 생각해보면 이와 비슷했다.

“왜 이 새벽에 나는 다 식은 아궁이를 불쏘시개로 들춰보는 것처럼 이 책을 꺼내 읽는 걸까”(장으뜸, ‘무한화서), “설명충 등판이나 사족의 느낌! 없는 편이 나았을 뻔 했다” (남궁인, ‘유료 서비스’) “마감하기 싫을 때면 소설을 읽는다… 오늘의 마감을 대신해 읽은 소설은 첫 문장이 끝내줬다.”(김슬기, ‘저주 토끼’) “세상에 존재하는 온갖 주정뱅이들의 잠든 얼굴에 슬쩍 덮어주고 싶은 책이다.” (박연준, ‘안녕 주정뱅이’)

매일 뚝심 있게 쓴 독서 일기는 비평과 서평 사이에 무수한 갈래를 만든다. 독자는 책이 부르는 노래 앞에서 화음을 넣을 수도, 답가를 보낼 수도, 그만 불러달라고 정중히 부탁할 수도 있다. 눈으로 읽을 수도 있고, ”눈이 아닌 것으로도” 읽을 수 있다. 책 뒤에는 2017년 7월 1일부터 12월까지 각 저자가 ‘만져본’ 책의 리스트를 소개했다. 신간 전쟁 사이에서 남의 오래된 보물 상자를 구경하는 경험이 값지다.

황수현 기자 so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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