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이명박 정권의 청와대에도 국정원 특수활동비가 불법적으로 흘러 들어간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에 나섰다. 서울중앙지검은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과 김희중 전 대통령 제1부속실장, 김진모 전 청와대 민정2비서관 등 핵심 피의자들을 소환 조사했다. 검찰의 국정원 특수활동비 수사가 박근혜 정부에 이어 그 이전 정부로까지 확대된 셈이어서 파장을 가늠하기 어렵게 됐다.

검찰의 수사대상에 오른 인물은 이 전 대통령의 최측근들이다. 국정원 특수활동비 4억 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는 김 전 기획관은 이 전 대통령 임기 내내 청와대의 안살림을 책임져 ‘MB의 집사’로 통했다. 김 전 부속실장도 이 전 대통령이 국회의원이던 시절부터 지근거리에서 보좌한 개인비서다. 국정원 돈을 사적으로 쓴 혐의로 인해 검찰에 수사의 단초를 제공한 원세훈 전 국정원장도 이 전 대통령의 핵심 측근이다. 박 전 대통령 지시로 남재준ㆍ이병기 전 국정원장이 승인한 특수활동비가 ‘문고리 3인방’을 통해 청와대로 전달된 것과 유사한 구조다. 이번 사건에서도 결국 이 전 대통령의 관여 여부가 최대 관심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수사에서 특기할 것은 김 전 비서관이 받은 국정원 특수활동비 5,000만원이 2011년의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 입막음용으로 사용된 정황이다. 당시 청와대의 회유 사실을 폭로한 장진수 전 총리실 주무관은 검찰 조사에서 “총리실 간부가 신권 5,000만원을 줬다”고 진술했으나 돈의 출처는 미궁에 빠졌던 사건이다. 안보수사에 사용하라고 준 돈을 청와대가 자신들이 저지른 불법활동 무마용으로 썼다는 것은 뻔뻔하기 그지없는 행태다. 어떤 경로를 거쳐 국정원 예산이 ‘청와대 쌈짓돈’으로 바뀐 건지 철저히 밝혀내야 한다.

청와대 핵심 인사들이 국정원 특수활동비를 상납 받는 과정에서 이 전 대통령의 묵인 또는 지시가 있었는지도 반드시 규명해야 한다. 이 전 대통령 측은 검찰의 수사에 “명백한 정치보복”이라며 반발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측근들의 비리가 드러났으면 사과부터 하는 게 전직 대통령으로서의 도리다. 이미 이 전 대통령은 자동차 부품업체 ‘다스’ 실소유주 의혹과 국정원ㆍ군사이버사령부를 동원한 정치공작 의혹 등에 대한 수사를 받고 있다. 전직 대통령이 검찰 수사를 받는 일이 반복되는 게 바람직한 일은 아니지만 납득할 만한 해명 없이 무조건 정치보복이라고 둘러대는 것도 정도는 아니다. 이 전 대통령과 측근들은 진실을 밝히는 데 협조해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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