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1987’의 배우 강동원(왼쪽부터)과 김윤석, 장준환 감독, 여진구, 이희준이 13일 경기 남양주시 마석 모란공원 민주열사 묘역을 찾아 박종철 열사 묘소에 참배하고 있다. 박종철기념사업회 제공
개봉 3주차까지 관객수 꾸준해
50대 관람이 11%... 주도층으로
20대가 주도하는 시장 판도 바꿔
박종철 31주기 맞아 발길 이어져

영화 ‘1987’이 개봉 18일째인 13일 500만 관객을 돌파했다. 14일 박종철 열사 31주기를 맞은 추모 분위기 속에서 더 특별한 의미로 다가오는 숫자였다.

14일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1987’은 13일 오전 7시 500만 관객을 넘어선 이후 이날 하루 동안 43만4,186명을 불러모아 누적관객수 537만6,274명을 기록했다. 14일에도 전날과 비슷한 관객수가 찾아 금세 600만 고지를 눈앞에 두게 됐다.

1987년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의 진실을 밝히려는 사람들의 용기를 그린 ‘1987’은 지난달 27일 개봉해 더디지만 묵직한 걸음으로 극장가를 사로잡았다. 박스오피스 1위에 처음 오른 게 개봉 13일만인 지난 8일이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관객수가 눈에 띄게 줄어드는 여느 영화들과는 흥행 추이가 달랐다. ‘1987’의 개봉 첫째 주 일일 평균 관객수는 평일 20만~30만명, 주말 50만명 수준이었다. 둘째 주에도 평일 17만명, 주말 43만명으로 흥행세가 꾸준하게 이어졌고, 셋째 주 역시 평일 17만명, 주말 43만명으로 관객수가 떨어지지 않았다. ‘1987’처럼 개봉 초기 관객수가 3주차까지 유지되는 건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다.

투자배급사 CJ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1987’의 관객 추이는 매우 드문 사례라 극장 측에서도 고무적으로 평가하고 있다”며 “다소 묵직한 주제 때문에 개봉 초기에 폭발력을 발휘하지는 못했지만 관객 입소문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퍼지면서 뒷심이 붙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난 7일 문재인 대통령의 관람도 작지 않게 힘이 됐다.

영화 ‘1987’에서 대학 신입생 연희가 시위에 휘말리는 장면. CJ엔터테인먼트 제공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은폐를 지시하는 대공수사처 박처장 역을 맡은 김윤석. CJ엔터테인먼트 제공

입소문에는 50대 관객층이 한 몫을 했다. 극장가 흥행은 20대 관객이 주도하고 시간이 지나면서 다른 연령대로 확장되는 추세를 보이지만, ‘1987’의 경우 50대 관객이 개봉 초기부터 가세했다. CGV리서치센터가 지난달 27일부터 지난 8일까지 ‘1987’ 개봉 초기 관객층을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50대 관객 비율이 10.6%로 같은 시기 전체 평균 9.4%보다 높았다. 30대와 40대가 각각 25.8%와 23.3%로, 전체 평균(각각 26.6%, 28.4%)보다 낮은 것과 비교된다. 20대는 34.8%로 평균 30.5%보다 크게 높았고, 10대도 3.5%로 평균 3.1%를 웃돌았다.

CJ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젊은 시절 6월 항쟁을 몸소 겪은 50대와 2016년 촛불 집회를 경험한 20대에서 영화에 대한 호응도가 높게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며 “50대가 자신의 경험을 공유하고자 10대 자녀와 함께 극장을 찾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1987’을 계기로 사회 전반에서 6월 민주항쟁 재조명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영화에 등장하는 실존 인물들이 주목 받고 있고, 박종철 열사와 이한열 열사에 대한 추모 열기도 뜨겁다. ‘1987’도 이 같은 분위기에 동참했다. 장준환 감독과 스태프, 출연 배우 김윤석, 강동원, 이희준, 여진구 등은 13일 경기 남양주시 마석 모란공원 민주열사 묘역을 방문해 박종철 열사 묘소를 참배하고 유가족을 만났다. 기일인 14일에 부산 지역 무대인사가 예정돼 있어 미리 조촐하게 추모하는 시간을 가졌다는 전언이다. 이들은 같은 묘역에 있는 문익환 목사 묘소도 찾았다가 문 목사의 아들인 배우 문성근을 우연히 만나기도 했다. 박종철 열사를 연기한 여진구는 ‘특별출연’임에도 각종 행사와 극장 무대인사에 빠짐없이 참여하고 있어 특히 눈길을 끈다.

김표향 기자 suzak@hankookilbo.com

영화 ‘1987’ 출연한 이희준, 여진구, 김윤석과 연출자 장준환 감독은 13일 박종철 열사 묘소에 참배한 뒤 대전 지역 극장을 찾아 관객을 만났다. 다음날엔 박종철 열사의 고향인 부산에서 무대인사 행사를 가졌다. CJ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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