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년간 연탄 소재로 시ㆍ그림
화순소방서 소속 박래균 팀장
3년 전 문학춘추에 당선돼 등단
동료 돕기 위해 전시회 열고
최근엔 아이들 위한 그림책도
’연탄 소방관’으로 알려진 전남 화순소방서 능주119안전센터 박래균 팀장이 자신이 펴낸 동화책을 들고 있다. 화순소방서 제공

“연탄은 한 겨울 밤에 자기 몸을 태워 사람을 따뜻하게 해주잖아요. 소방관의 역할도 바로 그런 것 같아요.”

23년간 연탄을 소재로 시를 쓰고 그림을 그려 ‘연탄 소방관’으로 불리는 전남 화순소방서 능주119안전센터 박래균(53ㆍ소방위) 팀장.

박 팀장은 1994년 소방관에 임관한 뒤 깨지고 젖고 부서진 연탄의 다양한 모습을 시와 그림에 담아왔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를 ‘연탄 시인’ ‘연탄 화가’라고 부른다. 그가 연탄에 주목한 것은 자신을 희생해 다른 사람들을 따뜻하게 해주는 연탄의 모습이 소방관과 비슷하다고 느껴서다.

“불이 났을 때 사람들은 대피하지만 소방관들은 불길에 뛰어들어 구조에 나서는 모습이 닮았어요.” 연탄이 자기 몸을 태워 사람들을 따뜻하게 해주는 것처럼 소방관도 불을 꺼서 사람들을 안전하게 해준다. 둘 다 따듯한 일을 하는 것 같다는 의미다.

그의 작품에는 연탄이 전하는 따뜻함이 잘 담겨 있다. 시와 그림을 전문적으로 배운 적이 없지만 그의 솜씨는 전문가들마저 놀랍게 할 정도다.

그는 까만 수성펜으로 흰 종이에 연탄을 그린다. 지금까지 400여점을 넘게 그렸다. 펑펑 내리는 함박눈을 배경으로 그린 창고 속 연탄, 함지박에 담긴 연탄, 겨울나무가 된 연탄 등 다양한 모습의 연탄이 그를 통해 따뜻함을 전하고 있다.

그는 2015년 계간지 ‘문학춘추’에 동시(童詩)가 당선돼 시인이 됐다. 현재 전남도공무원문학회, 전국소방공무원문학회, 시낭송회 ‘시울림’ 회원으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그는 연탄을 주제로 시를 쓰고 그림을 그려 세 차례 개인전도 열었다. 2015년에는 감전사고 당한 동료 소방관을 돕기 위한 전시회를 열기도 했다. ‘다도해의 아침’을 주제로 전남도청에서 6차례 시화전도 개최했다.

최근에는 자신의 시와 그림을 엮어 만든 그림책 ‘119 소방관 아저씨의 연탄꽃이 활짝 피었습니다’(쥬니어 김영사)를 펴냈다. 그는 “그림책을 통해 연탄의 희생정신을 배우고 추운 세상에 따뜻함을 함께 나누는 그런 아이들로 커 가길 바라는 마음으로 책을 내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쉬는 날이나 평소에 동네 도서관을 찾아 시를 짓고 그림을 그린다. 대학시절 친구들과 ‘농장다리’라는 그룹을 만들어 통기타를 들고 거리공연을 즐기기도 한다.

박 팀장은 “그림에 시와 노래를 섞어서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 함께 공유하고 싶다. 그래서 사람들이 따뜻한 세상을 꿈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화순=김종구 기자 sor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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