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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24시] 너무 위험한 ‘보물찾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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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24시] 너무 위험한 ‘보물찾기’

입력
2018.01.14 15:15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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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1. 미국 뉴멕시코 주에서는 갑부 골동품상이 숨겼다고 주장하는 보물을 놓고 생명을 건 탐사가 이어지고 있다. dalneitzel.com

미국 로키 산맥에 수백만 달러 상당의 보물을 숨겨 놓았다는 한 갑부 골동품상의 주장으로 시작된 위험천만한 보물 찾기 모험이 수년째 이어지고 있다. 급기야 급류나 협곡에서 목숨을 잃는 인명 피해까지 벌어져 ‘위험한 장난’이란 비판이 커지자, 보물을 숨긴 포레스트 펜(87)씨가 ‘사람들에 희망을 주기 위한 일’이라고 반박하고 나섰다.

뉴멕시코의 골동품 상인인 펜씨는 2010년 로키 산맥 어딘가에 수많은 금화와 금괴를 담은 보물상자를 묻어 뒀다. 이후 자서전 ‘추격의 전율’에 실은 시(詩)에 9가지 단서를 남겨뒀다고 주장하면서, 때 아닌 보물 찾기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그가 지은 시에는 ‘따뜻한 물이 멈춘 곳에서 시작하라/그리고 협곡 아래로 내려가/ 멀지 않지만 걷기에는 먼/ 브라운의 고향 아래 묻다’ 는 구절이 담겨 있다. 펜씨는 최근 A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당시 경기 침체로 많은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으면서 절망적인 뉴스가 헤드라인을 장식해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 시작하게 됐다”며 “보물은 내가 묻은 곳에 실제로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러면서 “상자 안에는 265개의 미국 기념 금화, 고대 중동의 금화, 그리고 수백 개의 금괴가 있는데 그 중 2개는 달걀만큼 크다”며 “정확한 가치는 확실치 않지만 100만 달러에서 500만 달러 정도로 평가된다”고 말했다. 또 그동안 35만여명이 보물 찾기에 나선 것으로 추정된다고 덧붙였다.

펜씨의 보물을 찾기 위해 사냥꾼들이 서로 정보를 교환하고 시의 단서를 해석하는 온라인 포럼들도 수천 개가 운영되고 있다. 100번 이상 여행에 나서는 사냥꾼도 있고 펜씨에게 보물이 묻힌 장소를 알려달라고 협박을 하는 이들도 있다고 ABC 방송은 전했다.

하지만 펜씨의 주장을 믿고 보물 찾기에 나섰다가 숨지는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지난해 6월 뉴멕시코 주의 한 목사가 가족들에게 보물을 찾겠다며 혼자 여행에 나섰다가 리오그란데 강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31살의 한 청년도 아칸사스강에서 급류에 떠내려가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2016년에도 한 보물사냥꾼이 뉴멕시코주 코치티 호수에서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되기도 했다.

이에 뉴멕시코 경찰 당국이 펜씨에게 보물 찾기 제안을 그만두도록 종용하고 있으나 펜씨는 “내 보물 때문에 숨진 것으로 생각지 않는다”며 “사람들이 야생 환경에 나오면 많은 일들이 벌어질 수 있다”고 거부 의사를 분명히 했다.

2015년 산타페 시장이 “펜씨가 숨긴 보물로 관광객이 증가해 지역 경기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고 언급하는 등 뉴멕시코 당국이 보물 찾기를 은근히 즐겨 오다가, 사고가 잇따르자 뒤늦게 말리는 시늉을 하고 있다는 곱지 않은 시선도 나온다. .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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