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안정자금 지원 한시적
근무시간 단축도 임시방편 불과
“용역업체서 경비원 파견받는 곳
주민자치위가 직접고용 고민을”
서울 성북구가 지난달 개최한 ‘최저임금 1만원 시대, 아파트 경비원 고용 안정 방안을 위한 성북 모의 시민의회’ 에서 김영배 성북구청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박상준 기자 buttonpr@hankookilbo.com

#서울의 A아파트는 올 들어 경비원 휴게 시간을 기존 9시간에서 30분 늘렸다. 지난해까지는 식사 시간 3시간(점심, 저녁 각각 1시간30분)과 자정부터 다음날 오전 6시간까지 휴게 시간이었는데 그 시작을 밤 11시30분으로 당긴 것. 아파트 관계자는 “올해 최저임금이 크게 오르면서 관리비 인상 부담을 조금이라도 줄이고자 근무 시간을 바꾼 것”이라며 “경비원이나 입주민 모두 반대는 없었다”고 전했다.

최저임금 상승률 역대 최대, 주목받는 경비비

올 들어 시간당 최저임금(7,530원)이 역대 가장 큰폭으로 오르자 전국의 아파트들이 ‘최저임금 방정식’ 풀기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올해 최저임금의 전년 대비 상승률은 16.4%로 2016년 8.1%, 2017년 7.3%와 비교하면 2배 이상이다. 관리사무소 직원, 경비원, 청소원 등에 들어가는 인건비가 늘게 됐고, 고스란히 관리비 인상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판단이다.

아파트마다 관리사무소, 입주자대표회의, 인력 파견 업체 측은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비용 부담을 줄일 수 있는 해법을 찾고 있는데, 경비원 관련 비용이 핵심이다. 아파트 관계자들은 전체 관리비 중 경비원 인건비 비중이 평균 약 20%를 차지하고, 근무 시간이 길어 휴게 시간이나 출퇴근 시간 조정 여지가 크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임금 덜 오르더라도 일자리 유지가 더 중요”

당장 여러 아파트가 근무 시간을 줄였다. A아파트는 20명의 경비원이 24시간 2교대 근무를 하는데, 경비원 1명당 30분씩 덜 일하게 되면서 한 달(15일 기준) 동안 5만6,475원(7.5시간*7,530원)의 인건비를 줄일 수 있다.

근무 시간 줄이기는 당사자인 경비원들도 대체로 호응하고 있다. 24명의 경비원이 24시간 2교대로 근무하는 경기 고양시 B아파트는 올해 경비원들 출근 시간을 근무일 기준 3번에 2번 꼴로 1시간씩 늦춘 오전 7시로 바꿨다. 경비원 C(69)씨는 “지난해까지 한 달에 155만원 정도 받았는데 이번 달부터 171만원 정도 받는다”며 “어디는 경비원을 아예 줄여버린다는데 그에 비하면 월급이 16만원 정도 올랐으니 좋은 것 아니냐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에너지나눔연구소가 서울 성북구의 의뢰로 지난해 아파트 경비원 2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월급이 덜 오르더라도 일을 오래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느냐’라는 질문에 찬성한다는 비율이 69.5%(129명)였다. 보통이 21%(42명), 반대는 9%(18명)에 그쳤다. 특히 찬성 비율은 65세 이상 54.5%, 65~70세 70.9%, 71세 이상 83.3%로 고령일수록 고용 유지가 더 중요하다는 의견이다.

일자리 안정자금으로 관리비 인상폭 작아

게다가 정부가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고용주의 부담을 덜기 위해 올해에 한해 일자리 안정자금을 통해 월평균 보수 190만원 미만을 받는 경비원 1인당 13만원을 지원하기로 하면서 아파트 입주민들이 부담해야 할 관리비 인상 폭도 당장은 크지 않다는 평가가 많다.

B아파트의 경우, 지난해와 비교해 C씨와 교대 근무자 등 경비원 2명에게 추가 지급하는 임금은 한 달에 32만원이다. 이 중 입주자들이 관리비로 책임져야 할 인상분은 일자리 안정자금에서 지원받는 26만원을 뺀 6만원이고, 이를 해당 동의 40세대가 나눠 낸다고 가정하면, 세대당 한 달에 1,500원을 더 내는 셈이다.

이처럼 근무 시간 단축에 대해 노동자, 인력파견업체, 관리사무소, 아파트 입주민 등 이해 당사자 모두 아직은 반발하지 않는 분위기다.

근무 시간 단축은 임시방편일 뿐

하지만 내년 이후 상황은 달라질 것이라는 게 많은 이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무엇보다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2020년 시간 당 최저임금 1만원 실현’을 공약한 상태라 최저임금은 지금보다 더 큰 폭의 인상도 예상된다. 또 올해는 일자리 안정자금이라는 비상 대책이 나왔지만, 내년 이후에도 이어지리라는 보장은 없다.

근무시간 단축도 한계에 다다른 상태다. 서울의 한 아파트 관리소장 D씨는 “휴게시간을 10시간 이상 늘리면서까지 24시간 2교대를 유지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며 “근무 시간 줄이기는 만병통치약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현재 많은 아파트가 ‘오전 6시 출근, 다음날 오전 6시 퇴근’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휴게 시간은 식사 시간을 기본으로 하고 나머지는 야간 근무 가산 수당이 붙는 오후 10시~다음날 오전 6시에서 형편에 맞게 정하고 있다. 때문에 휴게 시간 10시간인 근무자는 오후 10시까지 일하고 다음날 오전 6시까지 쉬다 퇴근하는 셈이고 사실상 임금을 줄이기 위한 편법 운영이라는 지적이 계속 제기된다.

게다가 아파트 측이 경비원들의 휴게 시간과 공간을 제대로 보장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대법원은 지난해 12월 ‘대기시간이나 휴식, 수면시간이라고 해도 근로자의 자유로운 이용이 보장된 휴게시간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사용자의 지휘, 감독 아래 놓여 있는 시간이라면 근로기준법상 근로시간에 포함된다’고 판결했다. 아파트 경비원들이 야간에 경비초소에서 휴식을 취하면서 대기하는 시간도 근무 시간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취지였다. 명목상으로는 휴게시간이지만 가수면 상태로 있다가 비상 상황이 발생했을 때 바로 일어나 대처해야 했다면 근무시간이나 다름없다는 것이다.

‘관리비 다이어트’성공한 아파트 3곳의 비결/2018-01-12(한국일보)
경비원 직접 고용ㆍ휴일 늘리기 등 근본 대책 찾아야

연내에 더욱 확실한 해법을 찾지 않으면 당장 임금 인상분만큼 관리비를 올리거나 경비원 수를 줄여야 하는 상황에 부닥칠 것이란 우려가 작지 않다. 특히 경비원 근무 시간을 줄이면 인건비를 아낄 수 있을지 몰라도 그만큼 서비스 질이 떨어지고 이는 입주민에게 피해로 돌아간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남승보 성북구 아파트연합회 회장은 “하루에 10시간 이상의 휴게 시간을 갖게 된다면 왜 경비원이 필요하느냐는 말이 나올 수 있다”며 “경비, 청소, 택배 관리 업무를 일용직에 맡기면 된다”고 말했다.

심재철 에너지나눔연구소 소장은 경비원의 고용을 유지하면서도 주민들의 관리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경비원의 근무 일수를 한 달에 2일 줄이는 방안을 제안했다.

경비원 30명이 2교대로 매일 15명씩 근무하는 아파트의 경우,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는 14명이 일하고, 일요일은 7,8명이 근무하는 형태다. 예를 들어 근무 형태나 인원 변동 없이 휴게시간을 9시간으로 하고 최저임금이 1만원으로 오를 경우, 경비원의 월급이 최저임금 7,530원을 적용할 때의 183만원에서 243만원으로 오르고 관리비로 내야 하는 경비비는 제곱미터(㎡)당 390원에서 518원으로 인상된다. 이 경우 33평(85㎡) 아파트 입주자는 3만3,150원 내던 경비비를 4만4,030원(32.8% 증가) 내야 하는 것.

반면 한 달에 2일 근무일 수를 줄이면 고용은 유지하되, 1인당 경비 월급은 211만원, 33평 입주자가 내는 경비비는 3만8,520원(15.4% 증가)이 된다. 심 소장은 “지금 근무 형태를 유지한 채 경비원 1인당 월 수당을 유지하려면 경비원 4명을 줄여야 한다”라며 “일요일에 경비원 1명이 줄어드는 것이 단점이지만 충분히 받아들일 수 있는 수준이다”고 설명했다.

박문순 민주노총 서울본부 조직국장은 “경비원들을 외부 인력 업체로부터 파견받는 아파트는 주민자치위원회가 직접 고용하는 형태로 바꾸는 것도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며 “용역회사에 지급하는 일반관리비, 이윤, 부가가치세를 줄여 경비원들의 임금 인상분 일부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상준 기자 buttonp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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