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빙벨 상영관련 인사조치, 서병수 부산시장 개입 드러나

이용관 전 부산국제영화제(BIFF) 집행위원장이 지난해 7월 21일 오전 부산지방법원에서 항소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근혜 정부가 2014년 세월호 참사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다이빙벨’ 상영을 이유로 이용관 당시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에 대한 인사 조치를 서병수 부산시장에게 요구한 사실이 문건으로 확인됐다.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 위원회(진상조사위)는 김희범 전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 1차관이 작성한 ‘김영한 수석 미방록에 언급된 김기춘 비서실장의 문화예술 분야 개입 관련’이라는 문건에서 이 같은 내용을 확인했다고 11일 밝혔다. 이 위원장의 퇴진에 당시 청와대가 개입했다는 오랜 의혹이 사실로 드러난 것이다.

문건에 따르면, 김소영 문화체육비서관이 ‘다이빙벨’ 상영 문제 및 이 전 위원장 인사 조치와 관련해 서 시장으로부터 책임 있는 답변을 받아내라고 김 전 차관에게 지시했고, 김 전 차관은 2014년 9월경 서 시장을 독대한 자리에서 서 시장으로부터 ‘정부 뜻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답변을 받아 이를 청와대에 전달했다. 또, 송광용 교육문화수석의 지시로 김종덕 당시 문체부 장관이 서 시장에게 전화로 정부 입장을 전달한 내용도 문건에 적시돼 있다.

진상조사위는 “부산시가 ‘다이빙벨’ 상영 중단 및 영화제에 대한 사후 조치와 관련해 청와대 등과 5차례 논의한 것으로 현재까지 파악됐다”고 밝혔다. 청와대의 지시로 김 전 차관은 부산시 경제부시장에도 전화를 걸어 ‘다이빙벨’ 상영 중단을 요청했고, 문체부 콘텐츠문화산업실장은 부산시 정무부시장에게 정부 입장을 전했다. 김기춘 비서실장과 서 시장의 직접 통화도 이뤄졌다.

당시 청와대는 ‘다이빙벨’ 작품 선정 과정과 예매 현황 등을 보고 받았을 뿐 아니라, 부산영화제가 끝난 이후에도 “상영 예정 극장 및 예매 현황 등을 일일상황보고” 하라고 지시하는 등 지속적으로 이 문제에 개입했다. 문체부 자료 ‘부산국제영화제 출품작 다이빙벨 상영 추진경과’에 따르면, 청와대는 ‘다이빙벨’ 상영 관련해 2014년 10월부터 이듬해 1월까지 26차례 문체부 보고를 받았고 ‘상영 중단 및 축소 대책과 언론 대상 상영 부당성 보도 대책 마련’을 지시했다. 더 나아가 부산영화제 예산 대폭 삭감과 여타 다른 영화제 상영작에 대한 모니터링을 지시해 이를 문체부가 실행한 사실도 이 문건을 통해 드러났다. 이 문건에는 청와대가 대응 미흡을 이유로 문체부 직원 3명에 중징계를 요청한 내용도 담겨 있다.

부산영화제 폐막 이후 감사원은 부산영화제에 대해 이례적인 감사를 실시했다. 진상조사위는 “청와대 지시사항인 ‘이용관 전 집행위원장에 대한 인사조치’는 감사 이후, 부산시를 통한 검찰 고발 및 사퇴 압박 등의 조치로 이어진 것으로 보여진다”며 정치적 외압 행사를 부인하는 서 시장의 주장에 대해 “추가조사를 통해 사실을 밝힐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진상조사위는 영화진흥위원회(영진위)가 블랙리스트 실행 기구 노릇을 한 것으로 파악했다. 청와대와 문체부가 2014년 12월 김세훈 교수를 영진위원장에 임명한 뒤 순차적으로 김 전 장관과 청와대 추천인사로 ‘9인 위원회’의 과반을 채워 각종 지원사업에서 블랙리스트를 가동했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다이빙벨’을 상영할 예정이던 인디스페이스 독립영화제 지원이 취소된 정황을 담은 문체부 문건도 함께 공개했다. 진상조사위는 “영진위와 관련한 직권조사를 진행 중이며, 영화분야 블랙리스트 실행 체계 전반에 대한 본격적인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진상조사위는 148건 중 137건의 신청 및 직권조사를 진행 중이다. 진상조사위가 분석 정리한 블랙리스트 검열 및 배제 피해사례는 2,670건에 달하며 관련 피해자들의 구제 혹은 피해 사실 확인 요청이 계속되고 있다. 진상조사위는 활동 시한을 3개월 연장해 4월말까지 진상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김표향 기자 suza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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