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核야심 안버린 北, 수용할 수 없는 美, 난제 끌어안은 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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核야심 안버린 北, 수용할 수 없는 美, 난제 끌어안은 南

입력
2018.01.11 08:36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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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무회담서 조율할 사안 산더미

군사회담도 만만치 않을 듯

통일부 “노력 포기할 순 없다”

한미 과감한 선택 여부가 관건

조명균(가운데) 통일부 장관이 남북 고위급 회담 이튿날인 10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집무실을 나서고 있다. 서재훈 기자
조명균(가운데) 통일부 장관이 남북 고위급 회담 이튿날인 10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집무실을 나서고 있다. 서재훈 기자

새해 벽두 두 정상의 공명(共鳴)으로 남북관계의 새 국면을 향한 입구가 열렸다. 앞으로 계속 만나겠다는 양측의 약속만으로도 겨울의 끝을 기대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출구까지는 갈 길이 멀고 걸림돌도 수두룩하다. 특히 제 발로 나왔지만 핵 보유 야심을 버리지 않는 북한과 이를 인정할 수 없는 미국이 어떻게 대화 테이블에 마주 앉도록 하느냐가 정부 입장에선 최대 난관이다.

무엇보다 북한의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를 이끌어냈다는 게 9일 남북 고위급 회담의 최대 성과다. 남북이 합의한 큰 틀대로 대규모 북한 파견단 방남이 이뤄진다면 해빙에 속도가 붙을 수 있다. 회담을 준비하면서 남북 연락망을 복구한 일도 다행이다.

하지만 풀어야 할 난제들이 쌓여 있다. 일단락된 평창 건부터 실무회담에서 조율해야 할 사안이 적지 않다. 개회식 공동 입장과 체류비 지원, 단일팀 구성 등을 매듭지어야 한다.

정부가 제안한 설 계기 이산가족 상봉 문제도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북측이 선결 조건으로 내걸어온 집단 탈북 여종업원 송환이나 상봉 대가로 북측이 바라는 보상에 발목이 잡혔으리라는 게 전문가들 짐작이다. 다만 정부 관계자는 “9일 남북이 합의한 향후 개최할 각 분야 회담 범주에 이산가족 상봉을 논의할 적십자회담도 포함된다”고 설명해 4월 이후 성사 가능성도 제기된다.

남측이 제안한 군사당국회담도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회담이 열린다면 남측은 최전방 지역의 우발적 충돌 방지 방안을 마련하는 데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올림픽 기간 남북 간 우발적 군사 충돌을 막기 위해서다. 북한은 2016년 1월 4차 핵실험 뒤 남측이 재개한 대북 확성기 방송 중단을 원할 공산이 크다. 더 곤란할 요구는 현재 한미가 올림픽 뒤로 미뤄놓은 연합 군사훈련 중단과 시기만 남은 미군 전략무기 배치 계획 취소다. 남측 입장에선 북핵 방어 전략 일환이지만, 북측은 자신을 위협하는 적대시 행위로 규정하며 줄곧 철회할 것을 요구해왔다.

남북대화에서 북핵 폐기를 의제화하기가 쉽지 않다는 사실도 거듭 확인됐다. 북한을 다자간 비핵화 대화로 이끌어내는 작업에 진전이 없다면 남북관계 개선은 의미가 없다는 게 정부의 인식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10일 신년사에서 “한반도 비핵화는 양보할 수 없는 기본 입장”이라고 재천명했다. 그러나 회담장에서 드러난 북한 입장도 요지부동이다. 비핵화 대화가 필요하다는 남측 얘기에 극도로 예민한 반응을 보였다. 핵 보유 의지는 간직한 채 대북 제재를 누그러뜨리며 시간을 벌어보려는 게 북한이 남북대화에 응한 진짜 의도일지 모른다는 일각의 분석대로다.

정부도 난감해하는 기색이다. 통일부 관계자는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노력을 포기할 순 없는 노릇”이라며 “마지막 기회란 각오로 어떻게 하면 (비핵화 논의의) 불씨를 살릴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관건은 한미가 얼마나 과감한 선택을 할 수 있느냐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는 “비핵화 선언까지는 아니어도 사실상 북미대화 입구인 핵ㆍ미사일 실험 동결 선언 정도는 이번 남북 군사당국회담에서 우리가 유도한다는 목표를 세워야 한다”며 “북한 정권수립 기념일이 있는 9월까지 한미 훈련을 한 번 더 미루고 미 전략무기 전개 시기도 조정해 북한에 기회를 주자고 문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에게 제안해볼 필요도 있다”고 조언했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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