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2015년 민중총궐기를 주도한 혐의로 징역 3년을 선고 받고 복역 중인 한상균(55ㆍ사진) 전 민주노총 위원장이 문재인 정부 첫 특별사면 명단에서 제외된 것과 관련해 심경을 밝혔다. 한 전 위원장은 “사면은 기대도 하지 않았다. (정부의) 결정에 대해 조금도 비판하고 싶지 않다”며 “문재인 정부를 탓할 필요도 없다”고 말했다.

김정욱 민주노총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사무국장은 지난 9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새해를 맞아 한 전 위원장에게서 받은 편지를 공개했다.

한 전 위원장 자필로 쓰인 4장짜리 편지에는 사면 제외 후 심경과 자신이 몸 담았던 쌍용차의 열악한 노동환경을 우려하는 내용 등이 담겼다. 한 전 위원장은 “사면 관련 뉴스를 봤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는 (사면을) 기대도 하지 않았었고, (정부의) 결정에 대해 조금도 비판하고 싶지 않다”고 밝혔다.

한 전 위원장은 “노동자를 적으로 규정하고, 노골적인 탄압을 자행하던 박근혜 정권에 맞서 투쟁의 앞자리에 서는 것은 민주노총 위원장의 당연한 책무”라면서 “공포를 확장시켜 노동자 민중의 분노를 잠재우려 했지만, 우리는 무릎 꿇지 않고 싸운 것”이라고 했다. 이어 자신이 징역 몇 년을 사느냐는 문제는 사치스런 감상일 뿐이라며 “결국 노동자 민중을 짓밟았던 박근혜 정권은 탄핵 구속됐다. 이렇게 빨리 올지는 몰랐지만 노동자, 민중의 분노는 폭발했다”고 했다.

김정욱 민주노총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사무국장이 공개한 한 전 위원장의 편지. 페이스북
김정욱 민주노총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사무국장이 공개한 한 전 위원장의 편지. 페이스북

한 전 위원장은 자신이 문재인 정부의 첫 특사 명단에서 제외된 것과 관련해 정부의 탓이 아니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앞서 노동계와 시민운동 단체들은 박근혜 정부 당시 수감된 한 전 위원장을 대표적인 ‘정권탄압의 희생자’로 규정하고 문재인 대통령에 특별사면을 요구해 왔다. 하지만 청와대는 사면 기준이 맞지 않다며 거부했다. 이번 사면은 서민, 생계형 사범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데, 한 전 위원장은 여기 해당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 전 위원장은 편지에서 “(촛불집회) 광장의 감동은 느끼지 못 했어도, 담장 밖 세상이 경이롭게 느껴진 시간이었다”며 “이 순간부터 노동자를 가둔 감옥은 더 이상 감옥이 아닌 거라 생각했다. 문재인 정부를 탓할 필요도 없다”고 말했다. 이어 “(문재인 정부가) 촛불정부라 자임하지만, 정권의 정체성은 노동자의 기대와는 차이가 있다는 것을 깨달으면 그 또한 진전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 전 위원장은 “분노와 비판은 쉽지만, 가슴에 새기고 보란 듯이 실력을 키우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노동 존중 세상을 노동자의 단결된 힘으로 이루지 못 한다면 신기루에 불과하다는 것을 잊지 말자”고 강조했다. 양원모 기자 ingodzo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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