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감 유행에도 에티켓 실종

게티이미지뱅크.

# 최근 초등학생 1학년 딸아이와 서울 사당동에서 잠실까지 택시로 이동한 주부 L(42)씨는 이동 중 기분이 상했다. 택시기사가 계속해서 기침을 해댔기 때문이다. L씨가 “아저씨, 마스크라도 하시지. 아저씨 혹 독감이세요?”라고 묻자 택시기사는 “며칠 전부터 감기기운이 있었는데 먹고 살라면 어쩔 수 없어요”라고 변명했다. 택시에서 내린 L씨는 “요즘 독감이 얼마나 심한데 폐쇄 공간인 택시 안에서 저렇게 기침을 하는 것은 대놓고 독감을 옮기는 행위”라며 분을 참지 못했다.

# 지난 토요일 가족과 함께 음악회 감상을 위해 지하철을 이용한 K(46)씨는 지하철 전동차 내에서 계속 재채기를 하는 남자 승객 때문에 짜증이 났다. 손이나 휴지 등으로 입과 코를 가리지 않고 마구 재채기를 해댔기 때문이다. 보다 못한 한 중년여성이 “이봐요. 좀 손이라도 가리고 재채기를 하세요”라고 지적하자 남자 승객은 “저, 독감 아니에요”라며 성을 냈다.

A형과 B형 인플루엔자(독감) 바이러스가 동시에 맹위를 떨치면서 환자가 폭증하고 있지만 공공장소에서 남을 의식하지 않은 채 마구 기침이나 재채기를 하는 등 공중위생 습관개선이 필요하다.

질병관리본부에서는 인플루엔자 환자가 급증하자 ▦소매 위쪽이나 휴지로 입과 코를 가리고 기침하기 ▦호흡기 증상이 있을 시 마스크 착용 등 공공장소에서 ‘기침예절’을 지켜줄 것으로 권고하고 있지만, 기침예절을 지키는 것은 전적으로 개인의 몫이다.

기침예절이 절실한 것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침 방울을 통해 전파되기 때문. 직경 5마이크로미터 이상의 침 방울은‘에어로졸(aerosol)’이고, 이보다 큰 것은 ‘비말(droplet)’이라 한다. 침 방울은 말을 하거나 숨을 쉴 때 에어로졸 형태로 나온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바이러스가 일차적으로 증식하는 부위인 코나 목에 콧물 등 분비물이 많이 생성된다. 분비물에는 다량의 바이러스가 들어 있는데, 기침과 재채기를 통해 배출된다. 기침이나 재채기를 할 때 입과 코를 가려야 하는 것은 바이러스 침투를 차단하기 위함이다.

기침과 재채기 속도는 얼마나 될까. 일반적으로 기침을 할 때 침방울은 초속 10미터 속도로 날아간다. 재채기를 할 때에는 초속 50미터 속도다. 양도 무시할 수 없다. 환자의 덩치나 기침횟수, 콧물의 양의 차이가 있지만 재채기의 경우 한 번 할 때마다 100만 개 정도 침 방울이 튀어 나온다. 바이러스에 감염된 환자들과 환기가 되지 않은 공간에서 이들과 함께 장기간 머물면 같은 공간에서 숨을 쉬는 것만으로도 감염될 가능성이 높다. 이재갑 한림대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사람마다 감염과 관련된 감수성이 다르고, 예방접종여부는 물론 바이러스에 감염이 돼도 무증상을 보이는 사람들도 있어 감염확률을 따지기 어렵지만 장시간 기침과 재채기를 하는 감염자와 같은 공간에 노출됐을 경우 바이러스에 감염될 가능성은 높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전문의들은 기침예절은 ‘생명수칙’이라고 강조했다. 최천웅 강동경희대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독감에 걸렸거나, 독감이 의심스러울 경우 마스크를 쓰고, 기침이나 재채기를 할 때 휴지나 옷깃으로 입을 가리는 것은 우리 모두를 위한 생명수칙”이라며 “예방접종을 했더라도 독감을 완벽히 예방할 수 없으므로 독감유행 중에는 철저히 개인위생 수칙을 준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치중 의학전문기자 cj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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