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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기취업 통로 막혀… 막막한 특성화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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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기취업 통로 막혀… 막막한 특성화고

입력
2018.01.09 04:40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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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습이 대부분 취업 연결됐는데

학교차원 조기 취업 지원 불가능

학습형태 현장실습 허용했지만

영세업체들 여건 안돼 유명무실

“실습 폐지 아닌 처벌 강화로”

학생들, 폐지 반대 청원 줄이어

지난 2일 종료된 교육부의 조기취업형 현장실습 전면 폐지 방침에 반대하는 국민 청원에는 1만6,000여명이 참여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캡처.
지난 2일 종료된 교육부의 조기취업형 현장실습 전면 폐지 방침에 반대하는 국민 청원에는 1만6,000여명이 참여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캡처.

서울의 모 특성화고 3학년인 강세훈(19ㆍ가명)군은 지난 달 중순 현장실습 형태로 취업을 준비했던 한 대형 가전설비업체 면접에서 예상치 못한 ‘퇴짜’를 맞았다. 탈락 사유는 제주 산업체 현장에서 숨진 이민호군 사건과 정부의 규제 강화 예고에 따라 고교실습생은 채용할 수 없다는 회사 규정이 최근 생겼다는 것. 강군은 “작년 9월에 실습을 지원했던 업체가 부도가 나면서 다른 곳을 알아보다 찾은 좋은 회사라 기대가 컸었다”며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현재 다른 곳에서 일하는 강군은 졸업 후 해당 업체 문을 다시 두드려 볼까 고민하고 있다.

지난 달 1일 교육부가 2018년 하반기부터 조기취업 형태의 특성화고 현장실습을 전면 금지하기로 발표한 후 한달 여가 지난 8일. 교육 현장에서는 재학 중에 조기 취업이 가능하도록 학교의 지원을 받을 수 있었던 특성화고의 이점이 사라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안전사고에 대한 감독과 책임을 강화하면서, 특성화고의 장점을 유지할 수 있는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수많은 논란이 있어왔지만 특성화고 출신의 취업에 현장실습은 큰 영향을 미쳤다. 교육부 관계자는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특성화고 현장실습은 대부분 취업으로 연결돼 왔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특성화고 졸업생의 취업률은 2013년 41.2%, 2016년 47%, 지난해 50.5%를 기록했다. 한때 특성화고도 진학률이 더 높았으나, 이제 진학률은 32% 정도다.

그런데 학교차원의 조기 취업 지원이 앞으로 불가능해지게 되면서, 취업 지원은 3학년 2학기 겨울방학부터나 가능하게 된다. 수도권의 한 특성화고 교장은 “방학 때는 학교 업무 중단으로 학생 상담이나 업체 소개가 어렵다”며 “곧 졸업하면 학교를 떠나는 셈이라 3학년 2학기 내내 해 주던 취업 지원 기간이 더 짧아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교육부는 특성화고 학생의 실무과목과 연계한 학습 형태의 현장실습은 허용키로 했지만, 이를 소화할 수 있는 업체는 거의 없다. 서울 S 공고의 취업부장을 맡고 있는 이모 교사는 “실습을 보내는 업체 수가 총 150여 곳인데 상근 직원이 20명 안팎에 불과한 곳이 태반”이라며 “대부분의 업체가 학생을 교육하기 위해 별도의 인력을 할애할 사정이 못돼 학습중심 실습을 시도조차 할 수 없는 조건”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특성화고 교사 정모씨는 “업체는 실습만 하고 취직하지 않는 경우를 가장 기피한다”고 말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서는 지난 2일 마감된 현장실습 개선방안에 반대한다는 청원이 1만6,160명의 동의를 얻었다. 자신을 특성화고 2학년 학생이라고 밝힌 청원인은 “특성화고 학생들의 불의의 안전사고는 또래 학생으로서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면서도 “기업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법을 내놓아야 하는데 정부는 눈 가리고 아웅 식의 미봉책만 내 놓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상현 특성화고권리연합회 추진위원장은 “학습중심 실습에 대한 구체 안이 없는 상황에서 모든 실습이 폐지된 것으로 알고 불안해 하는 학생도 많다”며 “학생들이 처한 실습 현장의 문제가 다양한 만큼 면밀한 조사를 거쳐 실질적인 추가 대책이 빨리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원일 기자 callme1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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