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승필 고려대 안암병원 유방센터장 인터뷰

유륜 주위 등을 절개해 우회해 유방암 수술
고려대 안암병원, ‘독한’ 말기암에 유독 강해
유방암 4기 5년 생존율 67.7%…전국 평균의 2배

병은 일찍 발견할수록 예후(豫後)가 좋다. 유방암도 예외가 아니다. 암 2기에 발견하면 90% 이상 완치하지만 말기인 4기에 진단되면 3명 가운데 2명이 5년 내 목숨을 잃는다.

그런데 고려대안암병원 유방센터는 ‘독한’ 말기암에 강하다. 4기 유방암 환자의 5년 생존율이 67.7%로 전국 평균(34.0%)의 2배나 된다. 그 중심에 정승필(41ㆍ유방내분비외과 교수) 유방센터장이 있다. 2시간 가량 걸리는 유방암 수술을 하루 5, 6건 시행하느라 정신없이 바쁜 정 센터장을 만났다. 정 센터장은 “이전에는 유방을 모두 잘라냈지만 이젠 유방 일부만 잘라내는 부분절제술이 65%가 넘어서 여성들의 상실감을 덜어주고 있다”고 했다.

-유방암이 증가하는 데다 재발률도 높아지면서 많은 여성이 공포를 느끼는데.

“유방암은 1999년부터 2015년까지 연평균 4% 가량 계속 늘어나면서 매년 2만 명이 유방암으로 새로 진단되고 있다. 2014년 새로 유방암 진단을 받은 환자가 2만1,484명으로 전체 암의 17.6%다(한국유방암학회 백서). 여성암 가운데 갑상선암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반면 위암 대장암 간암 폐암 등은 줄고 있다.

유방암 원인은 아직 확실히 밝혀지지 않았다. 하지만 여성호르몬(에스트로겐)에 노출되는 시간이 길어진 것이 유발인자로 추정된다. 조기 초경, 늦은 폐경, 출산하지 않았거나 30세 이후 고령 출산, 모유 수유를 하지 않으면 유방암 원인이 될 수 있다. 폐경 후 여성은 비만도 위험인자다. 폐경 여성의 주된 에스트로겐 공급원은 지방조직이기 때문이다.

다행히 유방암은 2기 이내 발견해 표준치료를 받으면 5년 생존율이 91.8%나 된다. 재발률(6~20%)이 높은 게 문제다. 유방암은 대부분 5년 이내 재발하지만, 4명 중 1명 꼴로 10년 후에도 재발하므로 5년이 지나도 완치라는 표현을 쓰지 않는다. 때문에 유방암 치료 후 5년이 지나 별다른 증상이 없더라도 1년에 한 번 정도 정기검사를 하는 게 좋다. 항호르몬제는 10년까지 복용하기를 권한다. 덧붙여 유방암 예방ㆍ치료에 좋다는 건강보조식품은 전혀 검증되지 않았기에 절대 맹신하면 안 된다.”

-그렇다면 유방암 조기 발견이 중요한데.

“다른 암과 마찬가지로 초기에는 뚜렷한 전조 증상이 없다. 초기엔 통증이 없는 혹이 만져지는데, 유방암으로 인한 멍울은 단단하고 불규칙하다. 유방암이 더 진행되면 유두에서 피 같은 분비물이 나오거나 유두나 피부의 함몰, 유두 주위 피부 습진, 겨드랑이에 임파선이 만져지기도 한다. 대부분의 유방암 환자는 유방에서 혹이 만져져 병원을 찾는다. 한국유방암학회 보고에 따르면 촉진(觸診)으로 발견한 경우가 88%라 유방암을 조기 발견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정기적으로 자가 검진하는 것이다.

기본적인 유방암 검사와 진단은 X선 유방촬영술이다. 이는 유방 성분인 미세 석회(칼슘)가 침착되면 이를 X선 검사로 식별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여성은 유방에 지방조직이 적고 밀도가 높은 유방조직만으로 이루어진 치밀(緻密)유방이 많아 X선 검사만으론 검사에 한계가 있어 초음파검사가 쓰인다. 정확한 진단을 위해 두 가지 검사를 모두 하는 게 좋다. 이밖에 최근 특수한 경우 자기공명영상(MRI)이 쓰인다. 유방암 진단 후 전이 여부를 알기 위해 컴퓨터단층촬영(CT), 양전자단층촬영(PET), 뼈 스캔 등을 하기도 한다.”

-유방을 모두 없애지 않고 일부만 잘라내는 수술이 많아졌는데.

“유방암 치료는 수술이 필수적이다. 수술은 크게 암이 있는 쪽 유방을 전부 잘라내는 유방 전(全)절제술과 암 덩어리와 주위 조직 일부만 제거하는 유방보존술(유방 부분절제술)로 나뉜다. 1990년대 초만 해도 수술원칙은 유방 전절제술이었다. 환자들은 수술 후 가슴 상실로 인해 우울증ㆍ어깨통증 등 남모를 고통을 겪었다. 하지만 1990년대 후반부터 부분절제술이 점점 늘어 2015년엔 65.9%로 유방 전절제술(34.1%)보다 2배나 많아졌다(유방암백서).”

-수술해도 흉터가 남지 않도록 한다는데.

“유방 부분절제술을 받으면 가슴에 별로 달라지지 않을 것으로 여기기 쉽지만 오해다. 종양이 유두에서 멀고 겨드랑이에 가까우면 변하지 않지만 종양이 유두에 가까울수록 부분절제 후 가슴이 함몰되는 등 변형이 심하다.

그래서 우리 유방센터는 ‘유방종양성형수술’로 흉터를 남기지 않게 할 뿐만 아니라 남아 있는 유방조직으로 원래의 유방모양을 최대한 유지하도록 하고 있다. 이 수술법은 암 제거 시 생기는 흉터를 최소화하기 위해 암 부위를 직접 떼어내기 보다 유륜(乳輪) 주위나 유방 밑 주름을 이용해 절개하는 것이다. 따라서 수술 후 필연적으로 생기는 흉터를 보이지 않게 해 삶의 질을 높여준다.

보통 3㎝ 내외로 평균보다 아주 적게 절개한다. 암 환자들은 암 부위 통증을 매우 두려워한다. 조금만 찌릿해도 뭔가 잘못된 게 아닌지 심하게 걱정한다. 유방종양성형수술을 하면 암 발병 부위와 수술 절개 부위가 다르기 때문에 이런 염려를 훨씬 줄일 수 있다.

마지막으로 환자들이 수술 후 항암치료를 굉장히 두려워한다. 그래서 우리 센터는 환자가 편안하게 느끼도록 인테리어나 디자인을 ‘환자 친화적’으로 만들었다. 센터 진료실 입구에는 커튼이 설치돼 있어 문을 여닫을 때도 진료실 안이 보이지 않도록 환자를 배려하고 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정승필 고려대 안암병원 유방센터장은 “유방암 수술은 암 부위를 직접 떼내지 않고 유륜 주위 등을 절개해 우회해 암 부위를 없애는 수술에 주력하고 있다”며 “이 같은 수술을 하면 흉터가 없고 원래 유방 모양까지 보존할 수 있다”고 했다. 고대안암병원 제공
정승필 고려대 안암병원 유방센터장. 고대안암병원 제공
정승필(가운데) 고려대 안암병원 유방센터장이 흉터없이 유방을 잘라 내는 유방종양성형수술을 시행하고 있다. 고대안암병원 제공
[유방암 환자 5년 생존율 비교](단위:%)

<자료: 한국유방암학회ㆍ고대안암병원>

[유방암 자가진단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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