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욱 서울성모병원 혈액내과 교수
김동욱 서울성모병원 혈액내과 교수

국가건강검진제도가 올해 초 일부 변경됐다. 1차 검진 후 고혈압ㆍ당뇨병 의심자는 곧바로 병ㆍ의원에서 2차 확진 검사를 본인 부담 없이 받을 수 있다. 확진되면 병ㆍ의원에서 요양 급여로 치료 받으면 된다. 이 경우 확진 검사 항목으로 고혈압은 ‘진찰 및 혈압 측정’, 당뇨병은 ‘진찰 및 공복혈당 검사’를 받게 되는 두 항목 모두 1차 검진 항목과 겹친다. 불필요한 검진이 반복되는 셈이다.

맞춤형 일반건강검진을 위해 성ㆍ연령별 목표질환인 골다공증, 우울증, 노인신체기능, 생활습관평가, 인지기능장애, 이상지질혈증 항목의 검진주기가 확대됐다. 5대 국가 호발암 검진비용은 위암, 유방암, 간암은 수검자가 10%를 부담하지만 자궁경부암과 대장암은 공단이 전액 부담한다. 하지만 분변잠혈검사가 양성일 때에만 대장내시경검사를 받게 돼 대장암이 될 수 있는 용종 등 초기 대장암의 조기 진단 기회를 놓칠 수 있어 실효성이 의심된다.

이번에 바뀐 국가건강검진은 많이 개선돼 보장성이 크게 늘어난 것 같지만 자세히 들여다 보면 서비스ㆍ시스템 개선 위주여서 다양한 질환의 조기 진단에 필수적인 검사항목은 거의 늘어나지 않은 느낌이다.

필자가 주로 진료하는 혈액질환을 살펴보자. 국가건강검진제도를 처음 시행할 당시의 혈액검사 항목인 혈색소 항목만 여전히 포함해 빈혈 여부만 살펴보지 혈액질환 대부분을 차지하는 백혈병, 혈소판 이상 등의 조기 진단은 불가능하다. 영ㆍ유아, 청소년 검진항목에도 이 항목이 빠져 있어 소아암 가운데 가장 많은 청소년 백혈병의 조기 진단도 불가능하다.

백혈구나 혈소판 검사는 일반건강검진항목에 든 혈색소 검사를 위한 한 번의 혈액 채취로 동시에 검사할 수 있고 비용도 저렴하다. 백혈병, 혈소판 이상 환자를 문진해 보면 병원 방문 수개월 전에 국가건강검진으로 혈액검사를 했지만 빈혈이 없어 정상 판정을 받고 발병 사실도 모르고 있다가 뒤늦게 병원을 찾는 경우가 종종 있다.

며칠 전 필자를 찾은 50세 남성 환자도 불과 3개월 전 국가건강검진으로 혈액검사를 받았지만 정상 판정을 받아 안심하고 있다가 비장이 아주 커져 우리 병원에서 검사를 다시 받았다. 그 결과, 이 환자의 백혈구 수치가 정상인의 30배가 넘었고, 혈소판도 정상인의 두 배가 넘어 예후가 아주 좋지 않은 ‘고위험군 만성골수성백혈병’으로 진단됐다.

이 환자는 표적항암제 치료를 받아도 예후가 좋지 않은 것은 자명하다. 3개월 전 받은 국가건강검진에 백혈구와 혈소판 검사 항목이 있었더라면 백혈병을 빨리 의심해 조기 치료를 받았을 것이라 생각하면 허술한 건강검진을 원망하는 환자와 가족들의 마음을 충분히 헤아릴 것 같다.

만성골수성백혈병 환자 대부분은 병원 진단 전 한 달에서 수년 전부터 백혈구, 혈소판 수치가 서서히 늘어나기에 피로감 이외 별 증상이 없다. 그래서 본인 부담으로 건강검진을 받거나, 다른 검사를 받으려 병원을 찾았다 우연히 발견하는 경우가 많다.

최근 서울성모병원 자료를 바탕으로 진단 시 병기(病期)를 분석한 보니 조기 진단 환자 비율은 국가건강검진 시행 이후에도 바뀌지 않았다. 우리가 내는 건강보험료에 국가 일반건강검진과 확진검사 비용이 포함돼 있다. 일부러 시간 내 검사하는 직장인들은 현재 건강검진항목으로는 오히려 손해 본다는 느낌을 받는다는 게 필자만의 생각일까. 이번에 바뀐 국가건강검진제도가 개인 맞춤형 건강관리사업이 되려면 건강검진항목을 점진적으로 늘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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