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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든 글로브’ 反성폭력 검은색 드레스로 물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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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든 글로브’ 反성폭력 검은색 드레스로 물들다

입력
2018.01.08 16:44
2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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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마 스톤·앤젤리나 졸리 등

검은색 드레스 입고 레드카펫에

윈프리도 “끝까지 투쟁” 수상 소감

검은색 드레스와 턱시도로 검게 빛난 제75회 골든글러브 시상식. TV미니시리즈 작품상을 받은 ‘빅 리틀 라이즈’의 제작자인 배우 리즈 위더스푼이 트로피를 들고 수상 소감을 말하고 있다. 로스앤젤레스=AP 연합뉴스
검은색 드레스와 턱시도로 검게 빛난 제75회 골든글러브 시상식. TV미니시리즈 작품상을 받은 ‘빅 리틀 라이즈’의 제작자인 배우 리즈 위더스푼이 트로피를 들고 수상 소감을 말하고 있다. 로스앤젤레스=AP 연합뉴스

검은색 드레스가 제75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을 뒤덮었다. 성폭력으로 얼룩진 할리우드를 향한 저항의 목소리가 검은 물결을 이뤄 거세게 출렁였다.

7일 오후(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열린 골든글로브 시상식에 참석한 여자 배우들은 하나같이 검은색 드레스 차림으로 레드카펫에 섰다. 검은색 드레스는 오랜 세월 침묵해야 했던 성폭력 피해자들에 대한 연대의 의미를 담고 있다. 메릴 스트리프, 앤젤리나 졸리, 샤론 스톤, 니콜 키드먼, 페넬로페 크루즈, 에마 스톤, 에마 왓슨, 팝스타 머라이어 캐리 등 참석자 대부분이 이 퍼포먼스에 동참했다. 미국 연예매체들은 “검은색 드레스와 턱시도가 물결을 이뤄 순간적으로 블랙아웃 같았다”고 평했다.

할리우드 거물 제작자 하비 와인스틴이 지위를 이용해 수십 년 간 여자 배우와 여자 직원을 성추행한 사실이 지난해 10월 피해자들의 폭로로 밝혀진 이후 할리우드에서는 성폭력 추방 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펼쳐진 ‘#미투(MeTooㆍ나도 당했다) 캠페인’을 통해 할리우드를 넘어 정치권과 방송계에서도 성폭력 고발이 쏟아지면서 미국 사회를 뒤흔들었다.

‘미투 캠페인’은 ‘타임스 업(Time’s Up)’ 운동으로 발전했다. ‘타임스 업’은 여자 배우와 프로듀서, 감독, 작가 등 할리우드 업계 종사자 300여명이 미국 전역의 직장 내 성폭력과 성차별을 해소하기 위해 최근 결성한 단체다. 와인스틴의 성추행을 폭로한 배우 애슐리 저드를 비롯해 메릴 스트리프, 에마 스톤, 내털리 포트먼, 리즈 위더스푼, 에바 롱고리아 등이 참여하고 있다. 골든글로브에서 펼쳐진 검은색 드레스 퍼포먼스는 ‘타임스 업’의 첫 번째 단체행동이다. 몇몇 배우는 ‘타임스 업’ 배지를 달고 레드카펫을 걸었다.

평생공로상인 세실 B. 드밀 상을 흑인 최초로 받은 오프라 윈프리는 수상 소감을 통해 “너무나 오랫동안 여성들은 남성의 힘에 대해 진실을 말할 용기를 내지 못했고 그럴 수 있다고 믿지 않았다”며 “이제 그런 시대는 끝났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새로운 날들이 시작되고 있다는 사실을 모든 여성들이 알기 바란다”며 “아무도 ‘미투’라는 말을 다시 하지 않도록 우리 모두가 끝까지 싸워야 한다”고 덧붙였다. 윈프리의 발언에 객석은 눈물과 기립박수로 화답했다.

7일 오후(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제75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평생공로상인 세실 B. 드밀 상을 수상한 오프라 윈프리가 트로피를 들고 웃음 짓고 있다. 로스앤젤레스=AFP 연합뉴스
7일 오후(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제75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평생공로상인 세실 B. 드밀 상을 수상한 오프라 윈프리가 트로피를 들고 웃음 짓고 있다. 로스앤젤레스=AFP 연합뉴스

이날 시상식 최고 영예도 여성 중심 영화가 차지해 의미를 더했다. 딸을 죽인 살인범을 쫓는 어머니의 투쟁을 그린 영화 ‘쓰리 빌보드’가 드라마 부문 작품상과 여우주연상(프랜시스 맥도먼드), 남우조연상(샘 록웰), 각본상(마틴 맥도나)을 수상하며 4관왕에 올랐다. 뮤지컬ㆍ코미디 부문에서도 배우 그레타 거윅의 감독 데뷔작인 ‘레이디 버드’가 작품상과 여우주연상(시얼샤 로넌)을 차지하며 여성 파워를 빛냈다.

감독상은 지난해 베니스국제영화제 황금사자상(최고상)을 수상한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의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이 수상했고, 픽사 애니메이션 ‘코코’가 장편애니메이션상에 호명됐다.

할리우드외국인기자협회가 주최하는 골든글로브는 그 자체로 권위 있는 시상식이면서 2월 아카데미 시상식을 앞두고 열려 ‘아카데미 전초전’으로 불린다. 영화와 TV 부문으로 나눠 시상하며, 영화 부문 작품상과 남녀주연상의 경우 드라마 부문과 뮤지컬ㆍ코미디 부문에서 각각 수상자를 선정한다.

김표향 기자 suzka@hankookilbo.com

검은색 드레스를 입고 골든글로브에 참석한 아만다 피트(왼쪽부터)와 엘리자베스 모스, 니콜 키드먼, 크리스티나 헨드릭스, 코니 브리튼. 로스앤젤레스=AFP 연합뉴스
검은색 드레스를 입고 골든글로브에 참석한 아만다 피트(왼쪽부터)와 엘리자베스 모스, 니콜 키드먼, 크리스티나 헨드릭스, 코니 브리튼. 로스앤젤레스=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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