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년 만에 하이트 따돌린 카스
4년 반만에 기업가치 4조원 상승
국내외 시장 잡는 ‘투트랙 전략’
中 사드 역풍 맞아 성과 못 내
성수기 여름철 노조 파업 여파
생산량 줄어 매출 감소도 우려
OB맥주 주력 제품인 `카스`를 생산하는 OB맥주 청주공장 전경. OB맥주는 올해 카스를 중국에 수출하는 등 카스 세계화 전략에 나섰으나 `사드`역풍에 성과를 내지 못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2014년 1월 벨기에 주류업체 앤호이저부시인베브(이하 AB인베브)가 OB맥주를 58억달러(약 6조1,680억원)의 가격에 인수한다고 발표하자 주류 업계는 크게 술렁였다.

AB인베브는 2009년 7월 부채를 줄이기 위해 OB맥주를 미국계 사모펀드 콜버그 크래비스 로버츠(이하 KKR)에 18억달러(약 2조3,000억원)에 매각한 바 있다. 4년 반 만에 4조원을 더 주고 똑같은 회사를 재인수한 것이다. 당시 주류 업계는 AB인베브가 손해 보는 거래를 했다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AB인베브가 4조원의 웃돈을 주고 OB맥주를 다시 산 데에는 물론 나름의 이유가 있다. KKR가 인수한 OB맥주가 ‘카스’ 마케팅에 집중해 2012년 ‘하이트’를 따돌리고 16년 만에 맥주 시장 1위 자리를 탈환했기 때문이다. 업계 1위라는 프리미엄이 OB맥주 몸값 상승에 크게 기여한 것이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시장 점유율이 잘 바뀌지 않는 주류 시장에서 OB맥주가 경쟁사를 제치고 다시 업계 1위로 올라선 것은 이례적인 일이었다”며 “특히 AB인베브가 OB맥주를 재인수할 때 시장 점유율은 50%가 넘어 1위 프리미엄이 더 높게 책정된 거 같다”고 말했다.

이런 설명에도 불구하고 AB인베브의 경영 판단 실수를 지적하는 목소리는 좀처럼 가라앉지 않았다. 주류 전문회사가 아닌 사모펀드가 4년 만에 시장 1위로 키울 수 있었던 회사 가치를 미리 알아보지 못한 것은 경영진 판단에는 문제가 있었다는 지적이다.

논란이 계속되자 AB인베브는 5년 전 상황과 지금 상황을 단순히 비교하는 것은 무리라는 입장을 내놨다. 2014년 4월 카를로스 브리토 AB인베브 글로벌 최고경영자(CEO)는 한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5년 전에는 금융위기 때문에 많은 어려움이 있었고 1년 후가 어찌 될지 알 수 없던 상황이었다”며 당시 매각 결정의 불가피성을 강조했다. 그는 또 과도한 인수가격 논란에 대해서도 “한국의 비즈니스 가치는 지난 5년간 급성장했고 앞으로의 성장 가능성을 반영하면 인수가격은 적정하다”고 강조했다.

지난 11일 OB맥주 신임 사장에 선임된 브루노 코센티노. OB맥주 제공
외국계 자본에 매각된 국내 대표 맥주 회사

지금은 외국계 회사가 됐지만 원래 OB맥주는 두산이 설립한 동양맥주에 뿌리를 두고 있는 국내 1세대 맥주 업체다. 1950년대부터 1990년대 중반까지 40여 년 간 국내 맥주 시장에서 부동의 1위이기도 했다. 하지만 1990년대 초 두산전자 구미공장에서 ‘페놀’이 낙동강에 무단 방출되는 사건이 발생해 여론이 악화하면서 OB맥주 판매율이 조금씩 감소하기 시작했다. 때마침 경쟁사인 조선맥주가 깨끗한 지하 암반수로 만들었다는 ‘하이트’를 시장에 내놓고 대대적인 ‘물 마케팅’을 벌이면서 1996년 하이트에 시장 1위 자리도 결국 뺏기고 말았다.

1990년대 후반에 외환위기 여파로 두산그룹이 사업구조조정에 착수하면서 OB맥주 경영권은 외국계 자본에 넘어가게 된다. 특히 2001년 OB맥주를 완전히 인수한 인베브가 미국 맥주회사 앤호이저 부시를 인수하면서 생긴 부채를 줄이기 위해 OB맥주를 KKR에 다시 매각해 사모펀드가 OB맥주의 새 주인이기 되기도 했다.

주류 업계 관계자는 “국내 맥주를 상징하던 OB맥주가 외국계 자본에 이어 사모펀드에 연달아 매각되는 것을 보면서 국내 주류 시장 환경이 점차 글로벌 경쟁 체제로 바뀌어 가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며 “대규모 자본력을 갖춘 글로벌 주류 회사에 이어 롯데 등 대기업 자본도 주류 시장에 속속 진출하면서 시장 경쟁은 더 치열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사드에 제동 걸린 카스 ‘세계화’

AB인베브는 OB맥주 인수 후 한국 시장과 아시아 시장을 모두 잡으려는 ‘투트랙 전략’을 쓰고 있다. 즉 한국 시장에서는 AB인베브가 가지고 있는 버드와이저, 코로나, 호가든, 벡스 등으로 수입맥주 시장을 공략하고, 중국과 홍콩 등 아시아 시장은 카스 수출로 주도권을 잡겠다는 복안이다. AB인베브가 국내 시장에 진출한 후 수입 맥주 시장 규모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2009년 3,715만6,000달러였던 외국산 맥주 수입금액은 올해 11월 현재 2억4,145만달러로 6배 이상 증가했다. 가정용 맥주 판매 시장에서 수입맥주 판매 비중도 올해 50%를 처음으로 넘어섰다.

OB맥주 관계자는 “수입 맥주 시장이 커가는 분위기에 맞춰 AB인베브가 보유한 여러 수입 브랜드를 국내 소비자들에게 소개하고 있다”며 “다만 업소용 맥주 시장이 더 큰 국내 시장 환경에서 수입맥주의 매출 비중은 그리 크지 않다”고 말했다.

차분히 단계를 밟아 성장하는 수입 맥주 시장 공략과 다르게 카스로 아시아 시장을 뚫겠다는 AB인베브의 해외 진출계획은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OB맥주는 지난해 5월부터 카스의 중국 수출을 선언했지만 ‘사드’ 역풍을 맞으면서 아직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더구나 지난해 주류 업계 성수기인 여름철에 노조 파업으로 생산량이 감소하면서 매출이 2015년보다 감소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OB맥주 관계자는 “사드 갈등이 다소 진정됐으므로 새해 다시 중국 수출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라며 “성수기 생산량 감소로 매출이 지난해 성과는 썩 좋지 않지만 새해에는 수출을 기반으로 매출 성장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격년 고배당’ 올해 이어갈지 관심

OB맥주는 외국계 자본을 주인으로 맞아들인 후 거의 매년 고배당 이슈에 휘말리고 있다.

특히 사모펀드인 KKR가 OB맥주 대주주가 된 2009년 이후 고배당 논란은 더 커졌다. KKR는 2012년 당기 순이익의 41%인 1,100억원을 배당한 데 이어 2013년에는 당기순이익(3,101억원)보다 1,785억원이 많은 4,885억원을 배당금으로 챙겨갔다.

4조원의 웃돈을 주고 오비맥주를 인수한 AB인베브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AB인베브는 인수 첫해인 2014년 고배당 논란을 의식해 배당을 한 푼도 하지 않았으나, 2015년에는 당기순이익(2,536억원)보다 1,164억원이 많은 3,700억원을 배당했다. 2년 치 배당을 몰아선 한 셈이다. AB인베브가 지난해 배당을 한차례 쉬었지만 올해 또다시 배당을 몰아서 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AB인베브가 OB맥주 인수에 많은 돈을 들였기 때문에 배당으로 이를 만회하려는 전략을 쓸 것”이라며 “2, 3년 배당을 쉬더라도 장기적으로 고배당 전략은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OB맥주 관계자는 “올해 배당을 할지는 주주 결정사항으로 아직 확정된 사항이 없다”며 “2년마다 배당을 할 거라는 얘기도 시장 전망일뿐 회사 방침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민재용 기자 insigh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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