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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석학 칼럼] 중국의 소프트 파워와 샤프 파워

입력
2018.01.07 15:20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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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소프트 파워를 기르는데 수십억 달러를 투자했지만, 최근 민주국가들로부터 역풍에 직면했다. 미국민주주의기금(NED)은 최근 보고서에서 소프트 파워를 재고(再考)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냉전 종식 이후 사용돼온 “이 개념적 단어가 더는 현 상황에 적합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 보고서는 세계를 둘러싸고 있는 새로운 전제적 영향력을 “샤프 파워”라고 묘사했다.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최신호 커버스토리에서 ‘샤프 파워’의 본질을 “자기 검열로 귀착되는 전복, 위협, 그리고 압박”이라고 정의했다. 소프트 파워가 한 나라의 국력을 키우기 위해 문화와 가치에 대한 매력을 공고히 하는 반면 샤프 파워는 전제 정권으로 하여금 국내에서의 행위를 강제하고, 해외에서는 여론을 조작하게 한다.

위협이나 지불능력 같은 하드 파워가 아니라 매력과 설득으로 다른 사람들에 영향을 미치는 능력인 소프트 파워라는 말은 무력을 수반하지 않는 모든 형태의 힘의 행사를 가리키는 것으로 종종 사용돼 왔지만 이는 잘못이다. 힘은 누구의 군대와 경제가 우세한가로 규정되기도 하지만, 누구의 이야기가 더 설득력 있느냐에 따라 결정되기도 한다.

강력한 화술(話術)은 힘의 원천이다. 중국 경제의 성공이 하드 파워와 소프트 파워를 만들어냈지만, 제한적이다. ‘일대일로(一帶一路)’에서 중국의 경제원조 패키지는 자애롭고 매력적으로 보일지 모르나 그 용어가 신랄하게 돌변하면 결코 그렇지 않다. 마찬가지로 다른 경제적 하드 파워의 행사는 중국 화술의 소프트 파워를 저해한다. 가령 중국은 반체제 인권운동가 류샤오보에게 노벨평화상을 수여했다는 이유로 노르웨이를 제재하고, 중국에 비판적인 책을 출간한 호주 출판업자에게 중국시장 접근을 제한하겠다고 위협하기도 했다.

만약 샤프 파워라는 말이 정보전쟁의 약칭으로 사용된다면 소프트 파워와는 확연히 대비된다. 샤프 파워는 하드 파워의 한 형태로, 보이지 않게 정보를 조작한다. 하지만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소프트 파워의 확연한 특징은 아니다. 내가 1990년 소프트 파워라는 개념을 만들었을 때 이 말은 자발성과 간접성으로 특징 지어지는 반면 하드 파워는 위협과 회유에 의존한다고 쓴 바 있다. 만약 누군가 당신에게 총을 겨누고 돈을 요구하고 지갑을 뺏는다면 이는 당신과 생각하고 원하는 것과는 관계없는 것이다. 이것은 하드 파워다. 만약 누군가 당신에게 돈을 달라고 설득한다면 그는 당신이 생각하고 원하는 것을 바꾸는 것이다. 그것은 소프트 파워다.

진실과 개방은 공공외교에서 소프트 파워와 샤프 파워를 구별하는 선이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이 다른 나라에서 공개적으로 방송하고, 소프트 파워 기술을 채용한다면 우리는 수용할 수 있다. 중국 국제라디오 방송이 14개국 33개 라디오 방송을 은밀히 지원한다면 샤프 파워의 경계를 넘은 것이고 이는 자발성을 침해한 것이다.

광범위하게 선전ㆍ선동으로 여겨지는 공공외교 기술은 소프트 파워를 창출하지 못한다. 정보화시대에서 가장 희귀한 자원은 주의와 신뢰다. 학생들과 젊은 지도자들 사이에 쌍방향 소통과 개인관계를 증진시키는 교환 프로그램이 공식적인 방송보다 훨씬 더 효과적으로 소프트 파워를 만들어내는 이유다. 미국은 젊은 외국 지도자들의 방문이 가능케 하는 프로그램들을 오랫동안 시행해 왔다. 지금은 중국이 성공적으로 그 뒤를 따르고 있다. 이는 소프트 파워를 행사하는 현명한 예다. 그러나 비판을 제한하고 자기검열을 부추기기 위해 비자가 조작되거나 접근이 제한된다면 그런 교환 프로그램 조차 샤프 파워로 변질될 수 있다.

민주국가들은 중국의 샤프 파워와 정보전쟁에 대응할 때 과도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많은 소프트 파워 민주국가들의 힘은 시민사회에서 나온다. 이는 개방이 가장 중요한 자산이라는 의미다. 시민사회에 대한 당의 공고한 통제력을 조금이라도 푼다면 중국은 더 많은 소프트 파워를 창출할 것이다. 마찬가지로 미디어 조작과 은밀한 소통채널에 대한 의존도는 소프트 파워를 반감시킨다. 민주국가들은 이런 권위주의적 사프 파워의 도구를 모방하려는 유혹에서 벗어나야 한다.

중국의 합법적인 소프트 파워 도구를 없애는 것도 역효과를 가져온다. 소프트 파워는 경쟁적이고, 제로섬 원칙에 따라 사용되기도 하지만, 총량에서는 긍정적이다. 가령 중국과 미국이 충돌을 피하려 한다면 중국에 미국의 매력을 고취하거나 혹은 그 반대의 경우와 같은 교환 프로그램이 상호이익을 가져올 것이다. 양국이 협력해 이익을 얻을 수 있는 기후변화와 같은 초국가적 이슈에서도 소프트 파워는 신뢰를 증진하고 협력이 가능하도록 네트워크를 만들 수 있다.

중국이 가끔 샤프 파워로 떨어진다는 이유로 중국의 소프트 파워에 대한 노력을 금지시키는 것은 실수가 되듯이 그 경계를 주의깊게 모니터링하는 것이 중요하다. 일례로 전 세계 대학과 학교에 설치된 500개의 공자학원과 1,000개의 공자학급을 총괄하는 중국 정부기관 한반(漢辦)이 학문적 자유를 제한하려는 유혹을 떨치지 못하고 경계를 넘는다면 그것은 공자학원의 해체로 이어질 것이다. 이렇듯 중국의 소프트 파워가 샤프 파워가 되지 않도록 하는 최선의 방법은 그런 노력을 공개적으로 표출하는 것이다. 여기에 민주주의의 강점이 있다.

조지프 나이 미국 하버드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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