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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곡열차 타고 칙칙폭폭~ 관광명소가 된 첩첩산중

입력
2018.01.05 04:40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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험준한 산맥에 자리한 산골마을

분천역~강원 철암 27.7㎞ 왕복

‘V-트레인’ 인기 누리며 반전

분천역에 ‘산타’ 스토리 입혀

겨울 58일, 여름 30일 운영하자

매년 15만명 이상 관광객 몰려

봉화 분천역 산타마을을 방문한 관광객들이 모형 산타썰매를 타며 즐거워하고 있다. 봉화군 제공
봉화 분천역 산타마을을 방문한 관광객들이 모형 산타썰매를 타며 즐거워하고 있다. 봉화군 제공
봉화 분천역 산타마을 입구 농산물판매점과 음식점 거리로 관광객들이 지나고 있다. 봉화군 제공
봉화 분천역 산타마을 입구 농산물판매점과 음식점 거리로 관광객들이 지나고 있다. 봉화군 제공
봉화 분천역에 설치된 산타마을 포토존. 봉화군 제공
봉화 분천역에 설치된 산타마을 포토존. 봉화군 제공
열차 관광객들이 봉화 분천역에 내리고 있다. 봉화군 제공
열차 관광객들이 봉화 분천역에 내리고 있다. 봉화군 제공

백두대간의 험준한 산맥과 계곡 사이로 기찻길이 끝없이 이어지고 차창 밖에는 순백의 설원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경북 봉화군 산타마을에 도착했다는 열차 안내방송에 따라 간이역에 내리자 곳곳에서 환호성이 터져 나온다. 산타클로스 할아버지가 관광객들에게 두 손을 번쩍 들어 환영하고 새빨간 코의 루돌프가 끄는 마차는 금방이라도 달려갈 듯 하다.

하늘도 세 평, 땅도 세 평, 백두대간 협곡에 자리한 분천역의 3일 오후 정경은 그랬다. 사방이 산간계곡이어서 간이역에서 보이는 땅이나 하늘의 크기가 손바닥으로 가릴 정도다. 분천역 일대는 봉화군청에서 승용차로 40분이나 달려야 도착할 수 있는 작은 산골마을이다.

한국의 시베리아로 불리던 이곳은 높은 산과 낙동강 최상류의 뛰어난 자연환경 덕분에 국내 최고의 테마여행지 반열에 올랐다. 2013년 4월 분천역을 시작으로 양원-승부-강원 철암을 잇는 27.7㎞의 백두대간협곡열차(V-트레인)가 선보이면서 산골 분위기는 반전되기 시작했다. 톱밥난로와 복고풍 의자, 풍경을 바라볼 수 있도록 하는 국내 최초 개방형 객차 등 시속 30㎞로 느릿하게 달리는 복고풍 기차에 관광객들이 몰렸다. 3량에 158석의 열차가 만석을 이루며 왕복 3시간씩 하루 2, 3회 운행한다. 협곡열차는 이듬해인 2014년 12월 산타마을이 개장할 때까지 20개월 동안 32만2,000명, 하루 536명이 이용할 정도로 인기를 누렸다.

협곡열차가 예상 밖으로 호응을 얻자 코레일과 경북도, 봉화군은 분천역에 ‘산타마을’이라는 스토리를 입혔다. 한겨울 58일간, 한여름 30일 동안 운영하는 산타마을에는 레일바이크와 당나귀 꽃마차, 슬라이드, 자전거셰어링, 이글루, 감자구이체험 등 산타마을을 연상하게 하는 체험시설을 갖췄다. 겨울에는 눈썰매장과 얼음썰매장, 여름에는 물안개터널을 즐길 수 있다. 어른들도 동심으로 돌아간다.

산타마을에는 2014년 겨울 10만6,000명이 다녀갔고 2015년 여름 4만4,000명, 겨울 13만4,000명, 2016년 여름 5만2,000명, 겨울 11만명이 몰려들었다. 2016년 겨울에는 철도파업 여파로 열차 운행수를 줄인 탓에 관광객이 감소했다.

마을주민들은 직접 가꾼 잡곡 야채 산나물을 내다 팔고 음식점도 운영한다. 식당 11개소, 농산물판매 26개소와 마트 카페 등이 들어서면서 연매출이 13억원이나 된다. 김태정(65) 분천2리 이장은 “산타마을이 생기기 전까지만 해도 주민 모두가 밭농사로 생활했는데 이제는 관광객을 상대로 한 농산물 판매 수익이 주 수입원이 되고 있다”며 “관광열차와 주변 트레킹 코스는 외국인들도 많이 찾는 명물이 됐다”고 말했다.

백두대간협곡열차는 2015년 한국관광공사가 주관한 한국관광 100선에 선정됐고, 한국지역진흥재단의 겨울여행지 선호도 조사에서는 2위에 올랐다. 2016년에는 문화체육관광부 주최 한국 관광의 별에 선정돼 명실상부한 겨울철 대표관광지로 우뚝섰다.

단점도 있다. 시골 간이역을 중심으로 관광지가 개발되다 보니 춘양면과 봉화읍 등 주변 지역으로 파급효과가 적다. 기차를 타고 왔다가 간이역 주변에 잠시 머물렀다 떠나는 것이다.

이에 따라 군과 경북도, 코레일은 경관과 연계한 차별화한 관광아이템 발굴에 나섰다. 낙동강변 철로 백두대간 국내 가장 작은 민자역사인 양원역을 끼고 분천역에서 승부역까지 트레킹 코스인 ‘낙동강 세평하늘길’ 12㎞를 개발했다. 산골마을의 정취에 흠뻑 젖어들 수 있는 최적의 걷기코스로 기찻길을 따라 산림휴양을 만끽할 수 있다.

승부역에는 역사 주변으로 낙동강 비경이 펼쳐지고 전망대와 지역 특산물 판매소 등 관광객 편의시설도 갖추고 있다. 역 플랫폼 한 켠에는 ‘하늘도 세 평이요, 꽃밭도 세 평’으로 시작하는 시비가 있다. 지난해 이곳에는 2만3,000여명이 다녀갔다.

봉화군은 산림청에 협조를 얻어 2014년부터 3년간 30억원을 들여 협곡열차 운행구간 주변에 복합경관숲도 조성했다. 승부역 주변 50㏊ 임야에 한반도 모양의 세평뜰, 철쭉터널, 투구봉약수터, 춘양목 숲길, 출렁다리, 간이캠핑장 등 다양한 숲속 체험장을 꾸몄다.

춘양면 서벽리에 조성한 국립백두대간수목원 연계방안은 풀어야 할 과제다. 2011년 12월 착공한 수목원은 국내 최대 규모인 5,179㏊로, 2,515억원을 들여 산림환경연구동 등 21개소와 백두대간자생식물원 암석원 등 31개 주제 전시원으로 조성한다. 올 상반기 개원 예정이다. 수목원에는 아시아지역 산림종자의 영구한 저장과 연구를 위한 종자저장고인 씨볼트도 들어선다. 백두산 호랑이 10여마리도 방사할 예정이다. 수목원에는 연간 30만명 이상이 다녀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골 간이역이었던 분천ㆍ승부역은 백두대간협곡열차 운행을 시작으로 분천 산타마을, 낙동강 세평 하늘길 조성 등으로 봉화군은 물론 국내 대표적 관광자원으로 떠올랐다. 봉화군 전체 관광산업 활성화로 연계하는 것은 여전히 숙제지만 특색 있는 먹거리 발굴과 머무르는 체험숙박형 관광지 조성을 통해 지역경제가 살아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오성대 봉화군 관광개발 담당은 “분천 산타마을과 백두대간 수목원을 오가는 관광버스를 운영하는 등 산타마을과 수목원이 지역 관광산업의 핵심이 되는 방안을 다각적으로 강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봉화=이용호기자 ly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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