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난 사회, 화 좀 내지 맙시다] <3>우리 사회의 분노 유발자

공정 보도로 사회통합 역할 불구
진영논리 매몰, 주의ㆍ주장만 횡행
종편 4개 채널 공정ㆍ객관성 훼손
제재 건수 3년새 2배 이상 증가
편파·왜곡보도에 대한 불신이 온라인에서 집단적인 분노로 표출되고 있다.

지난해 2월 MBC ‘뉴스데스크’는 “언론 장악하려는 치밀한 ‘대선 전략’”이라는 제목의 뉴스를 내보냈다. 뉴스는 “(2012년 노조 파업) 당시 야당인사들은 적극적인 지지를 표시하면서 노조의 정치파업에 힘을 실었다”며 “올해 대선을 앞두고 더불어민주당은 당시 불법파업 해고 노조원 문제를 다시 꺼내 MBC 압박에 나섰다”고 밝혔다. 야당이 MBC 청문회를 의결하고 공영방송 정상화를 명목으로 방송법 개정안을 내자 그 배후가 전국언론노동조합이며 공영방송 장악을 위한 것이라고 주장한 것이다.

많은 시청자는 MBC의 보도를 믿지 않았다. 정파성이 강한 보도였기 때문이다. ‘뉴스데스크’는 객관성·공정성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에 따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통심의위)로부터 ‘권고’ 조치를 받았다.

언론은 비판과 고발 기능 때문에 사회 갈등을 유발하는 속성을 지녔다. 그럼에도 여론 형성에 큰 영향을 주기에 공정한 보도로 사회의제를 설정하고 사회를 통합하는 역할이 요구된다. 하지만 최근 한국언론은 진영 논리에 매몰돼 사실에 근거하기 보다 주의・주장을 바탕으로 한 ‘주창 저널리즘(Advocacy Journalism)’이 횡행하고 있다. 사회 통합보다는 갈등을 유발하고 집단과 진영 사이의 분노를 양분 삼아 시청률이나 기사 조회 수 경쟁을 하고 있다.

편향보도 경향은 2011년 종합편성채널(종편) 출범 이후 더 강해졌다. 지상파에 버금갈 종편 4개 채널(TV조선·JTBC·채널A·MBN)이 새로 생겨났는데, 방송광고시장 규모는 크게 성장하지 않으면서 방송 시장은 약탈적 상황이 됐다는 게 방송계의 보편적인 시각이다. 제작비는 상대적으로 덜 들면서 시청자들의 눈과 귀를 자극하는 시사토크쇼가 종편의 인기 프로그램으로 자리잡았다. 전문성보다는 입담 강한 시사평론가들의 정파적 발언을 내세워 시청자들을 끌어 모았다. 2016년 12월 TV조선 ‘엄성섭, 유아름의 뉴스를 쏘다’는 한 출연자가 “박근혜 대통령의 7시간. 거기에 무슨 범죄행위가 있었느냐”는 발언을 해 시청자들의 공분을 샀고 지난해 2월 방통심의위로부터 ‘주의’ 제재를 받았다. 종편 4개 채널이 공정성·객관성 훼손으로 방통심의위의 제재를 받은 건수는 2014년 78건에서 2016년 182건으로 2배 이상 증가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올해 종편의 편파 방송에 관련 재승인 조건을 처음으로 부과했다. 공공성을 생명으로 하는 지상파 3사도 예외는 아니다. 편파성 등으로 비판을 받아온 KBS와 MBC, SBS는 지난해 12월 사상 처음 조건부 재허가를 받는 수모를 겪었다.

기존 언론에 대한 불신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한 ‘가짜 뉴스’의 유통을 부추겼다. 사진과 영상을 조작하고, 발언과 숫자를 교묘히 왜곡한 내용이 기사처럼 포장돼 SNS에서 퍼지면서 언론에 대한 불신과 사회적 분노지수를 높였다. 채영길 한국외국어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 학부 교수는 “독자들이 SNS, 일인 미디어 등 다른 매체를 통해 해결책을 찾고 그것을 진실이라 믿는다”며 “신뢰를 잃은 언론이 성난 독자를 달랠 대안을 강구하지 않으면 독자들의 이동은 가속화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소라 기자 wtnsora2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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