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의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방문과 청와대의 미숙한 대응으로 촉발된 의혹과 논란이 정치권의 책임 떠넘기기 정쟁으로 번져 자칫 나라 전체가 국제사회의 비웃음을 살 우려마저 제기되고 있다.

애당초 이 문제는 대통령의 최측근이 민감한 시기에 예민한 지역을 돌연 방문하면서도 '파병장병 격려'라는 식으로 가볍게 묻고 넘어가려던 청와대의 안이한 인식에서 비롯됐다. 더 한심한 것은 그 다음이다. 언론과 야당이 '원전수주 약속 파기로 인한 외교단절 수습용' 등 온갖 의혹을 제기하자 청와대는 정보교류-UAE 측 요청-양국관계 개선-외교관례 등 수시로 말을 바꾸다가 최근 "UAE 원자력공사 이사회 의장인 칼둔 알 무바라크 행정청장이 1월 방한하면 모든 의문이 풀릴 것"이라고 비켜 갔다. 답을 내놔야 할 때에 되레 의문만 키운 것이다.

그러는 사이 이 사안은 사실과 소문을 오가며 '중동 진출 혹은 원전 수출과 관련한 한-UAE 군사협력 마찰' 에서 비롯됐다는 것이 정설로 자리 잡았다. 여기서 다시 국격에 어울리지 않는 한심한 작태가 드러났다. 익명의 여권 관계자들이 "이명박 정부가 원전 수주를 위해 이면 합의로 UAE와 지나치게 높은 수준의 군사협력 양해각서(MOU)를 맺은 것이 박근혜 정부에서 탈이 나 문재인 정부가 수습에 나선 것"이라고 보수정부에 책임을 떠넘기자, 자유한국당이 정부 자료를 들이대며 "UAE와의 군사협정은 노무현 정부가 시작했다"고 발끈했다.

종교갈등 종파갈등에 인종갈등까지 복잡하게 얽힌 중동은 미∙중∙러 등 세계 최강국의 이해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지구촌의 화약고다. 외교안보든 통상이든 살얼음 위를 걷듯 접근해야 하고 우리 속내를 섣불리 드러내서도 안 된다는 게 상식이다. 그런데도 여야는 '정보장사'라도 하듯 추측과 해석을 사실인 양 떠들며 자해 수준의 공방을 거듭하고 있으니 낯뜨겁다. 우리끼리 ‘네 탓’ 공방을 벌이는 와중에 자칫 잘못된 메시지가 전달될 경우 감당해야 할 비용과 부담은 상상만으로도 끔찍하다.

물론 논란의 가장 큰 책임은 청와대에 있다. 정치권과 언론을 중심으로 의혹이 엉뚱한 방향으로 번지는데도 비공개 브리핑 등 선제적 대응은커녕 발등의 불 끄기에 급급해 스스로 의혹의 진원지가 됐다. 그렇다 해도 정부가 조만간 의문이 풀릴 것이라 한 만큼 논란은 이쯤에서 접는 게 낫다. 실체도 모르면서 왈가왈부하는 우리를 보는 세계의 눈이 민망하고, 중동에서 애써 쌓아 온 국익을 한입에 털어 넣을까 봐 걱정돼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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