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도절차로 평교사도 교장에 지원
내부형 교장공모 확대 정부 방침에
교총 “학교 운영의 근간 뒤흔들어”
전교조 “줄세우기 승진 청산해야”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4일 정부세종청사 교육부 앞에서 '무자격 교장공모제 전면 확대' 폐지를 촉구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뉴스1

학교 교장이 되려면 꼭 자격증이 필요한 것일까. 준비가 안 된 평교사가 바로 교장이 되면 혼선이 생기지는 않을까.

‘교장 자격증’이 없는 평교사도 교장이 될 수 있는 내부형 교장공모제를 확대하는 교육부 방침을 두고 보수ㆍ진보 교원단체가 정면 충돌하고 있다. 보수 쪽인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가 “학교 운영 근간을 뒤흔든다”며 문재인 정부 들어 처음으로 거리로 뛰쳐나오자,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등 진보 진영은 “줄 세우기 식 승진제도는 청산해야 할 적폐”라며 맞불을 놓는 상황이다.

교총은 4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앞에서 대표 회원들이 참여한 집회를 열고 "학교현장을 무너뜨리는 교육부의 일방적 내부형 교장공모제 전면확대 방침은 당장 철회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교총이 장외 집회를 연 것은 2015년 3월 공무원연금 개악저지 결의대회 이후 처음이다.

내부형 교장공모제는 각종 인사고과에서 점수를 쌓은 교원이 연수를 이수해 자격증을 얻어야 교장으로 임용되는 승진제도와 달리 개별학교가 별도의 공모절차를 진행한다. 공모제 신청학교 중 15%에 대해서는 교원 연수 수료증 등 속칭 ‘교장 자격증’이 없어도 교육경력 15년 이상만 되면 평교사도 지원을 할 수 있도록 해왔다. 그런데, 교육부가 지난달 27일 이 15% 제한 규정을 완전히 풀겠다고 했다. 내부형 공모제를 채택하고 있는 전국의 자율학교(초ㆍ중학교)와 자율형 공립고 1,655개교 모두에 평교사들이 교장이 될 수 있는 길을 열어준 것이다.

교총이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는 도서벽지 근무 및 학교폭력 담당 생활지도 부장 등 각종 기피 보직을 마다 않으면서 20년이 넘게 차곡차곡 승진 점수를 쌓아온 다수의 교원들이 역차별을 당하게 된다는 것이다. 교총 관계자는 “15% 제한을 없애는 것은 무자격, 인기영합주의 교사들을 위한 ‘교장 하이패스’ 제도를 만드는 것과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교총은 특히 교육부가 내부형 외에도 외부에까지 문호를 여는 개방형 공모제까지 장려하는 움직임까지 보여 기존 승진제 자체가 붕괴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하지만 전교조 등 진보진영에서는 현재의 교장 승진제는 ‘줄 세우기’의 폐해가 상당하다고 지적한다. 전교조 관계자는 “승진제도는 학생 교육활동을 열심히 하기보다는 교장의 근무 평정에 매달려서 점수 관리를 한 교사들에게만 점수가 돌아가는 적폐”라며 “교장은 학교를 제대로 이끌어 갈 사람이 맡아야 하는데 기피 근무에 대한 보상으로 인식되면서 각종 비리의 온상이 되기도 했다”고 말했다. 외려, 자율학교 외에도 대상을 더 넓혀야 한다고 주장한다.

내부형 공모제 확대를 둘러싼 논란 이면에는 두 교원단체인 전교조와 교총의 세 다툼이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교총은 지금까지 내부형 공모로 교장이 된 인사 80% 이상이 전교조 출신이라는 점에 주목한다. 교총 회원 규모가 전교조보다 몇 배나 많은데 이 같은 비율이 나오는 것은 공모 절차의 공정성을 의심할 수 있는 대목이라는 것이다. 반면 교장 자격증 소지자의 상당수는 교총 회원들이다. 한 지역교육청 관계자는 “교총 회원 중 교장직을 노리는 교원은 대부분 승진 트랙을 밟고 있기 때문에 공모에서 떨어질 부담을 안고 나설 필요가 적었던 것”이라며 “공모제 확대 여부는 두 단체의 이해와도 직결돼 있다”고 말했다.

조원일 기자 callme1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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