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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시백 “독립운동가 모두를 불러내 기억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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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시백 “독립운동가 모두를 불러내 기억해야죠”

입력
2018.01.04 16:53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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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시백 작가가 지난 3일 서울 세종대로 한국일보에서 막 출간된 '35년'을 바라보고 있다. 일제시대를 다룬 '35년'을 통해 독립운동에 뛰어든 이들을 기억해달라는 게 작가의 바람이다. 박미소 인턴기자
박시백 작가가 지난 3일 서울 세종대로 한국일보에서 막 출간된 '35년'을 바라보고 있다. 일제시대를 다룬 '35년'을 통해 독립운동에 뛰어든 이들을 기억해달라는 게 작가의 바람이다. 박미소 인턴기자

“성공하거나 승리하리라는 명백한 희망이 있었던 것도 아니었어요. 그럼에도 독립운동에 한 몸 바칩니다. 그것도 35년간 끊이지 않고 그런 사람들이 계속 나옵니다. 어떻게 그럴 수 있었을까요. 그렇게 보면 독립운동가 모두, 한 사람 한 사람이 다 놀라운 사람들입니다. 그 분들 이름을 잊지 않고 다 불러내고 기억하는 것, 그게 우리가 할 일입니다.”

1910~1945년 일제시대를 만화책 7권에 담는 ‘35년’의 박시백(54) 작가는 기억에 남는 인물 몇몇을 꼽아달라는 질문에 “모두”라고 답했다. 지난 3일 서울 세종대로 한국일보에서 그를 만났다.

박 작가는 2013년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휴머니스트) 전 20권을 완간한 바 있다. 12년 동안 실록을 읽으면서 그림을 그려나간 결과물로 지금까지 300만질 이상 팔려나갔다. 만화라 흥미진진해서가 아니다.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에는 끈질기게 실록을 읽어나간 10여 년 세월이 고스란히 녹아있다. 그 묘한 아우라가 독자를 끌어당겼다.

그 다음 도전이 ‘35년’이다. 1권 ‘1910-1915 무단통치와 함께 시작된 저항’, 2권 ‘1916-1920 3ㆍ1혁명과 대한민국 임시정부’, 3권 ‘1921-1925 의열투쟁, 무장투쟁 그리고 대중투쟁’이 한꺼번에 나왔다, 4ㆍ5권은 올해 말에, 6ㆍ7권은 내년 말에 낸다. 2019년까지 7권 완간이 목표다.

35년

박시백 지음

비아북 발행ㆍ각권 1만4,000원,1만5,000원ㆍ각권280쪽, 336쪽(3권 세트4만3,000원)

-조선왕조실록 20권 완간이 2013년이었으니 그 뒤 쉬지도 못했겠다.

“2014년엔 조선왕조실록 개정판 작업을 했다. 2015년 들어 다음 작업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조선왕조실록을 했으니 그 이전인 고려사를 해달라, 그 이후인 현대사를 해달라, 독자들의 여러 요구가 있었다. 작가로서는 고려사가 더 매력적이었지만 독립운동사를 한번 정리해보고 싶었다. 근ㆍ현대사에 대한 관심이 더 많은 시대이기도 하고, 나도 공부해보고 싶었던 차에 잘됐다 싶었다. 그 즉시 관련 자료를 찾아 노트에다 정리하면서 공부하기 시작했다. 대략적인 구상을 거쳐 2016년 중반쯤 본격적으로 붓을 잡았다.”

-2015년 결정했다면, 혹시 지난 정부의 역사교과서 국정화 드라이브 때문이었나.

“반드시 그것 때문은 아니었다. 지금 우리 시대의 원형이 그 시절에 형성됐다는 점이 매력적이었다. 그래서 택했다.”

-식민지근대화론과는 별개로 어쨌든 일제시대가 한국적 근대의 출발점이라는 점에서는 이의가 없는 듯하다.

“오늘날 우리 사회의 정치, 경제, 사회적 지형을 출발시킨 원형이라 본다. 이 35년을 어떻게 살아냈는가에 따라 각기 다른 정치적 지향을 지니게 됐고, 그런 지향의 차이가 지금도 이어지고 있는 것 아닌가 싶다.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둘러싼 논란도 그 가운데 하나일 테고. 굉장히 어려웠던 그 35년간의 시간을 제대로 아는 건, 지금의 우리를 아는데도 굉장히 중요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현대사 얘기라 부담도 상당했을 것 같다. 조선왕조실록의 매력은 실록을 독파한 사람만이 보여줄 수 있는 작가적 상상력 같은 것이었는데.

“그런 기대를 가진 독자라면 이번엔 조금 실망할 수도 있겠다. 조선왕조실록은 누가 뭐라 해도 실록이라는 기본 텍스트가 있고, 그걸 토대로 작업하면 됐다. 양이 방대하지만 오히려 일하기엔 편한 면이 있었다. 작가로서 상상력을 발휘할 여지도 있었고. 그런데 현대사는 회고록, 인터뷰 등 온갖 자료가 넘쳐나는데다 그 기록들이 일치하지 않는 경우도 많고, 또 그 후손이 살아 계셔서 굉장히 조심스럽다. 주관을 넣어 해석한다기보다 있는 사실 그대로 잘 정리해서 소개한다는 데 주안점을 뒀다.”

박시백 작가가 지난 3일 서울 세종대로 한국일보에서 새 작품 '35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일제시대 35년에 현대 한국의 원형이 담겨 있다고 봤다. 박미소 인턴기자
박시백 작가가 지난 3일 서울 세종대로 한국일보에서 새 작품 '35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일제시대 35년에 현대 한국의 원형이 담겨 있다고 봤다. 박미소 인턴기자

작가적 상상력은 빠졌다지만 조선왕조실록에서 봤듯 ‘35년’에서도 냉정한 시선은 여전하다. 가령 조선총독부의 토지조사사업에 대해 박 작가는 그 사업 덕에 조선시대 수령들이 제멋대로 세금을 거둬가던 폐단이 사라졌다는 점을 분명히 지적한다. 또 일본이 조선 쌀을 가져간 것도 초기에는 ‘수탈’보다는 ‘수출’이라 본다. 동시에 그 때문에 지주들의 권한이 강화되고 이들이 일제에 협력하는 행태가 두드러지게 됐다는 점도 함께 명시해뒀다.

-러시아 하바롭스크 아무르 강변에서 백군에서 총살당하기 전 조선 13도를 상징하는 열세 걸음을 내디뎠던 조선 최초 볼셰비키 김 알렉산드라처럼 ‘뜨거운 여성’이 많이 등장한다.

“의도한 건 아니다. 특별히 골랐다기보다 충분히 그 정도의 조명을 받을 만한 인물들이어서 넣은 것뿐이다. 여성의 활동이 적은 시대다 보니 오히려 많이 들어가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논란이 되는 이승만은 들여다보니 어떤가.

“미국에 독립청원을 넣었다는 이유로 독립운동가들 사이에서 따돌림 당하는 데, 노선의 차이는 있을 수 있다고 본다. 청원운동이나 의열단활동이나 사회주의 혁명까지 다 가능하다 본다. 결과가 다 나온 지금에야 평가가 갈리겠지만, 당시엔 무엇이 옳은 지 모르지 않았겠나. 문제는 노선이 아니라 자기를 내세우는 태도였다. 그게 제일 문제였다.”

-인물, 파벌, 사건이 많아 소개하는 작업만 해도 빠듯하겠다.

“맞다. 각 권 마다 맨 뒤에 연표와 등장인물, 주요 성명서 내용을 정리해뒀는데 독자를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사실 나를 위한 것이기도 하다. 나도 한번씩 헷갈린다.”

-다음 작품은 그럼 광복 이후가 되나.

“아직 정해진 건 없다. 일단 ‘35년’부터 잘 마무리하고 차차 고민해보겠다.”

박시백 작가는 조선왕조실록에 이어 일제시대를 다룬 '35년'을 내놨지만 "역사에 대해 모르긴 매한가지"라며 웃었다. 박미소 인턴기자
박시백 작가는 조선왕조실록에 이어 일제시대를 다룬 '35년'을 내놨지만 "역사에 대해 모르긴 매한가지"라며 웃었다. 박미소 인턴기자

-마지막으로 이 책을 접할 이들에게 당부하고픈 얘기는.

“어떤 시대건 쉽게 사는 게 제일 편하고 좋다. 그렇게 산다고 해서 누가 뭐라는 것도 아니고. 더구나 엄혹한 시대라면 모두가 다 그런 것 아니냐고 합리화해도 된다. 그런데 그런 시대에, 자신을 내던진 이들이 있다. 20대 젊은 나이에 여운형, 김규식 같은 이들이 기민하게 대응하고 활동하는 건 지금 봐도 정말 대단하다. 그런데 우리는 연합군의 승리로 광복이 이뤄졌다는 이유로 자꾸만 그 사람들을 평가절하한다. 계란으로 바위치기인 줄 알면서도 뛰어들었을 그 분들은 그럼 뭐가 되느냐. 그 후손인 우리들이라도 그 분들의 이름을 정확히 기억하고 불러드려야 한다. 그 일에 내 책이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

조태성 기자 amorfat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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