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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연-이주열 경고에도… 환율 또 하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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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연-이주열 경고에도… 환율 또 하락

입력
2018.01.04 15:55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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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 “과도한 쏠림엔 적극 대처”

金 “기재부와 한은이 같은 의견”

원화 강세에 구두 개입 나섰지만

환율 잠시 오르다 2.3원 하락 마감

미국의 환율조작국 지정 우려에

시장선 “개입 힘들 것” 관측

4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만난 김동연(오른쪽) 부총리 겸 재정기획부 장관과 이주열 한국은행총재가 대화하고 있다. 신상순 선임기자
4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만난 김동연(오른쪽) 부총리 겸 재정기획부 장관과 이주열 한국은행총재가 대화하고 있다. 신상순 선임기자

환율정책 키를 나눠 쥔 재정당국과 통화당국의 수장이 만나 급격한 원화 강세에 대해서는 적극 대처하겠다고 한 목소리로 경고했다. 그러나 이런 구두 개입에도 아랑곳하지 않은 채 이날 원ㆍ달러 환율은 오히려 더 내려갔다. 실제로 당국의 개입은 쉽지 않은 상황이고, 원화가 약해질 변수보다는 강해질 요인이 더 많다는 게 시장 판단이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4일 서울 중구 명동 은행회관에서 만나 최근 경제 상황과 정책방향 등을 논의했다. 회동 후 이 총재는 최근 원화 강세와 관련, “우려가 있는 게 사실”이라며 “시장 수급에 의해 환율이 결정된다는 것을 존중하되 과도한 쏠림이 있으면 적극 대처하는 게 원칙”이라고 말했다. 김 부총리도 “기재부와 한은이 같은 의견”이라며 손 놓고 있지 않겠다는 이 총재 답변에 힘을 실었다.

처음엔 이러한 경고성 언급이 효과를 발휘하는 듯 보였다. 두 사람의 발언이 보도된 오전 10시30분 원ㆍ달러 환율은 1,068원까지 상승했다. 그러나 환율은 이내 하락세로 돌아섰고 한때 1,061.7원까지 밀렸다가 결국 전날보다 2.3원 내린 1,062.2원으로 마감됐다.

외환 당국이 엄포성 경고를 내 놨는데도 환율이 떨어진 것은 당국이 실제로는 시장에 개입하는 게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 때문이다. 우선 미국 정부가 6개월마다 발표하는 환율보고서가 당국의 발목을 잡고 있다. 미국은 교역 상대국이 ▦상당 수준의 대미 무역흑자 ▦주목할 만한 경상수지 흑자 ▦일방적ㆍ지속적 환율개입 등 세 요건을 충족할 경우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무역흑자와 경상수지 흑자 요건을 이미 충족한 상태라 노골적 환율 개입을 할 경우 곧바로 환율조작국에 지정될 수 있다.

소득주도 성장을 앞세운 문재인 정부가 수입물가를 낮추고 국민들의 구매력을 높이는 차원에서 어느 정도 원화 강세를 용인할 것이란 기대감도 확산되고 있다.

대북 위험요인(리스크) 완화도 원화 강세를 부채질하는 요소다. 북한이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 의사를 밝히는 등 남북관계가 개선되며 한반도에 지정학적 리스크가 발생할 가능성은 이전보다 낮아졌다. 외국인이 한국에서 당장 빠져나갈(원화약세) 확률이 떨어진 셈이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그 동안 당국이 소극적으로 대응해온 터라 시장에선 사실 두 사람의 만남에 큰 신경을 쓰지 않는 분위기였다”며 “발언 수준도 평소와 별반 다르지 않자 환율이 떨어진 것”이라고 풀이했다. 일각에선 두 수장의 경고에도 이날 환율이 하락한 만큼 앞으로 하락세가 더 심해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외환 당국은 고심 속에 차선책을 만지작거리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외화 반출 규제를 풀어줘 해외 투자를 확대하는 것이다. 나라 밖에 투자하려고 원화를 팔고 달러를 사면, 그만큼 원화 가치는 하락(원ㆍ달러 환율 상승)하게 된다. 로이터 통신도 3일 “한국 정부가 외화 반출을 늘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실제로 2015년 정부는 해외주식에 60% 이상 투자하는 펀드상품에 비과세 혜택을 주는 식으로 해외 투자를 유도한 적이 있다.

원화 강세는 물가 안정과 서민ㆍ중산층 실질 소득을 늘리는 효과는 있지만 3%대 성장률을 견인해 온 수출에는 부정적일 수 밖에 없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전국 제조업체 2,100곳을 대상으로 조사해 발표한 1분기 제조업 경기전망지수(BSI)에 따르면 기업들은 1분기 가장 우려되는 대외변수로 환율 변동(52.1%)을 꼽았다. 세종=이영창 기자 anti092@hankookilbo.com

허경주 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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