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백악관 내부 다룬 책 출간

배넌 “트럼프 아들ㆍ사위-러 정보원 만남은 반역적”
트럼프 “배넌, 직업도 잃고 정신도 잃었다” 맹비난
2017년 1월 28일 도널드 트럼프(왼쪽부터)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 집무실에서 맬컴 턴불 호주 총리와 통화하는 모습을 마이클 플린 당시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스티브 배넌 당시 백악관 수석전략가가 지켜보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자료사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선 당선 일등공신으로 백악관까지 입성했던 ‘대안 우파’진영의 대표자 스티브 배넌 전 백악관 수석전략가가 트럼프 캠프와 러시아의 공모 의혹에 핵심 사건으로 알려진 ‘트럼프타워 회동’을 “반역적”이라고 규정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이 성명으로 배넌을 맹렬히 비난하면서 양측의 우호 관계도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미국 잡지 뉴욕과 영국 일간지 가디언 등은 3일(현지시간) 출간을 앞둔 미국 언론인 마이클 울프의 저서 ‘화염과 분노: 트럼프 백악관의 내부’의 일부를 공개했는데, 이 안에 배넌의 발언이 실렸다. 배넌은 울프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아들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와 사위 재러드 쿠슈너, 폴 매너포트 당시 선거대책본부장이 “힐러리 클린턴을 무너트릴 정보를 제공하겠다”는 나탈리아 베셀니츠카야 변호사 등 러시아 정보원과 만난 것을 두고 “반역적” “비애국적”이라고 주장했다. 배넌은 “캠페인 핵심인사 3명이 변호사도 대동하지 않고 트럼프타워에서 해외 정부 관계자를 만나는 것을 좋은 일이라고 생각했다”며 “그들은 즉각 연방수사국(FBI)에 연락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배넌의 발언은 로버트 뮬러 특검이 조사해 온 ‘러시아 스캔들’의 중요성을 낮게 평가해 온 트럼프 정부의 입장과 배치된다. 배넌은 다른 대목에서 “뮬러 특검이 조사를 금방 끝낼 것이라 생각한 것은 오산”이라며 “특검이 쿠슈너와 트럼프 주니어의 돈세탁 혐의 등을 쥐고 트럼프 정부를 흔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공개된 책의 내용에 격렬하게 반응했다. 그는 즉각 성명을 통해 “스티브 배넌은 나는 물론 내 정부와도 관련 없다. 그는 백악관에서 해고될 때 직업도 잃고 정신도 잃었다”라고 주장했다. 또 “스티브(배넌)는 이미 내가 공화당 대선후보가 됐을 때 캠프에 들어온 직원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지난해 8월 배넌이 백악관을 떠났을 때 “그는 클린턴을 상대로 싸울 때 나를 위해 훌륭해 일했다. 고맙다”라는 메시지를 남긴 것과는 정반대 입장을 취한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과 배넌은 최근 배넌이 전폭 지지한 비주류 성향 로이 무어 앨라배마주 상원의원 후보가 아동 성폭행 의혹에 휩싸여 민주당 더그 존스 후보에게 패하는 과정에서 서서히 관계가 냉각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화염과 분노’에 담긴 다른 내용도 언론의 관심을 받았다. 울프는 책을 통해 트럼프 캠프 내의 누구도 대선에서 이길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으며 트럼프 대통령 본인조차 당선되고 난 후 충격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또 이방카가 기회가 되면 대통령에 출마할 것이며 당선된 뒤에는 남편 쿠슈너와 공동으로 정권을 운영하기를 희망했다는 내용도 들어 있다. 가디언은 책의 주된 내용은 배넌이 ‘자방카(Javanka)’로 부른 이방카-쿠슈너 부부와 벌이는 권력 투쟁이라고 분석했다.

울프는 지난해 11월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2016년 6월 할리우드 리포터에 트럼프 당시 대선후보와 인터뷰를 하고 우호적인 기사를 게재한 이후로 트럼프 캠프에 자유롭게 출입했으며, 관계자 200여명을 인터뷰한 후 책을 냈다고 밝혔다. 그러나 세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성명에서 “‘화염과 분노’는 잘못되고 오도된 내용으로 가득 차 있는 쓰레기 같은 타블로이드 픽션”이라고 말했다. 샌더스 대변인은 “울프는 책을 내기 전 트럼프 대통령과 기껏해야 5~7분 정도 짧은 대화를 나눴을 뿐이고 백악관 내부 관계자와의 만남도 95%는 배넌이 주선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인터넷서점 아마존에 게재된 스티브 배넌의 '러시아 스캔들' 관련 발언이 담긴 '화염과 분노' 책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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