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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외 자녀로 저출산 해결?... 동거가구 출산지원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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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외 자녀로 저출산 해결?... 동거가구 출산지원 논란

입력
2018.01.04 04:00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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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경제정책방향에 담아

200조원 저출산 대책 실패에

동거부부 차별 해소 방안 연구

다양한 형태의 가족 출산 기대

#“전통적 가족관과 배치” 비판도

모법 등 관련법 13개 개정하고

동거가구 등록 등 양성화 필수

“결혼제도 유연화 먼저” 지적도

저출산 문제를 동거가구에 대한 출산ㆍ양육 양성화로 타개할 수 있을까.

정부가 혼인신고를 한 ‘법적부부’뿐 아니라 동거부부가 아이를 가질 때도 동일한 혜택을 줘 출산율을 높이는 방안을 본격 추진하기 시작했다. 저출산 문제를 타개하기 위해 지난 10여년간 200조원 안팎을 쏟아 부었지만 큰 효과가 없었던 데다가 비혼(非婚)과 만혼(晩婚), 출산 기피 등이 갈수록 더 심해지자 새로운 방식을 모색하고 나선 것. 그러나 전통적인 가족관과 배치될 뿐 아니라 혼외출산을 장려하는 것이냐는 비판도 적잖아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동거가구 등 다양한 형태의 가족에 대한 사회적 인식의 변화가 우선이라는 게 전문가들 지적이다.

3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이르면 상반기 중 동거부부가 법적부부에 비해 받고 있는 차별 현황을 파악한 뒤 차별을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을 위한 연구 용역을 실시한다. 동거부부 차별 해소는 정부의 ‘2018 경제정책방향’에 저출산 대책의 하나로 담겼다. 기재부 관계자는 “동거부부를 포함한 동거가구 차별 해소는 평등ㆍ인권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저출산 대책의 관점에서 접근했을 때 사회적 공감대 형성이 더 쉬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 동안 ‘제3차 저출산ㆍ고령사회기본계획’이나 ‘중장기경제발전전략’ 등에 동거가구 문제가 담긴 적은 있지만 연간 경제정책방향에 포함된 것은 처음이다. 그만큼 저출산 문제가 ‘발등의 불’이 된 셈이다. 기존 방식대로 결혼과 출산을 독려하는 수준만으로는 더 이상 저출산에 대응하는 데 한계가 분명해졌기 때문이다. 저출산 문제 관련 당국은 출산의 전제가 반드시 법적 혼인이어야 한다는 인식이 약해지면 보다 더 다양한 형태의 가족들도 출산과 양육을 고려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저출산은 단순히 국가가 동거부부의 지위를 인정해 주는 것만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법적부부와 동거부부의 실질적 차별을 해소해주려면 모법(가칭 생활동반자법)을 제정한 뒤 ▦국민건강보호법(피부양자 지정) ▦소득세법(기본공제 및 추가공제) ▦임대주택법(임차시 부부 자격 부여) ▦남녀고용평등법(출산휴가 및 육아휴직 부여) ▦의료법(진단서 발급 및 열람) ▦아동복지법(가족형태에 따른 아동 차별 금지) 등 관련법을 13개나 개정해야 한다.

법적 가족의 개념도 바뀌어야 하고 등록제를 통한 동거가구 양성화도 필수다. 현재 민법에선 가족의 범위를 배우자와 직계혈족 및 형제자매로 한정하고 있다. 학계에선 민법을 개정하거나 스웨덴의 동거법처럼 별도의 법을 제정해 동거가구의 개념을 정립하는 방안 등이 논의되고 있다. 송효진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동거가구를 사실혼으로 인정할 경우 공무원연금, 군인연금 등에서 규정하고 있는 사실혼 배우자와 구분 짓는 문제도 생긴다”고 말했다.

가장 힘든 고비는 혼외출산을 낙인 찍는 사회 분위기다. 진 의원이 추진했던 ‘생활동반자법’도 “동성애 부부를 인정하자는 거냐”는 반대 등에 발의 자체가 무산된 바 있다. 홍승아 한국여성정책연구원 가족ㆍ평등사회연구실장은 “한국은 결혼-출산 간 연결고리가 매우 강해 혼외출산이 낙태나 영아유기 등으로 이어진 측면이 있다”며 “이런 문제를 덮어둔 채 당장 동거부터 제도적으로 인정한다고 출산율이 높아질 것이라고 단정하긴 어렵다”고 꼬집었다.

일부 전문가는 동거가구를 양성화하려는 접근보다 다양한 가족관을 확산시키면서 결혼 제도를 유연화하는 게 먼저라고 조언하고 있다. 정재훈 서울여대 교수는 “동거가구뿐 아니라 한부모 가족 등 다양한 가족형태를 사회적으로 받아들이는 게 우선”이라며 “아이를 낳으라는 주문이 아니라 다양한 가족이 살기 좋은 사회를 만들면 자연스레 출산율도 제고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세종=이현주 기자 memory@hankookilbo.com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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