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25톤 덤프트럭 80~90대
석탄재 파헤치고 실어 날라
“분진ㆍ소음ㆍ탄 냄새 못살겠다”
굴착 금지ㆍ조속한 복토 식재 요구
천막 농성 등 집단행동 나서
3일 오전 인천 옹진군 영흥도 외리 영흥화력발전소 옆 석탄회(석탄재) 처리장. 25톤 덤프트럭들이 꼬리를 물고 까만 석탄재를 덮을 흙을 실어 나르고 있었다. 한쪽에서는 석탄재 위로 쉴새 없이 물을 뿌려댔다. 이 모습을 지켜본 외1리(소장골) 주민 강원모(60)씨는 “바람이 불면 날리는 재 때문에 고통 받던 주민들이 참다 못해 들고 일어나니 (발전소를 운영하는 한국남동발전이) 이제서야 흙을 덮네, 물을 뿌리네 난리를 피우고 있다”며 “그 동안은 ‘눈 가리고 아웅’ 식으로 회 처리장 주변에 소나무를 심고 2, 3m 높이 철판을 세워놓고 가리기만 바빴다”고 혀를 찼다.
소장골 주민들이 발전소에서 쓰는 석탄과 석탄을 태우고 남은 재 때문에 고통을 받은 건 5, 6년 전부터다. 그러나 본격적인 피해는 지난해 3월부터 시작됐다. 김광희(63) 소장골 환경피해 대책위원장은 “(시멘트 혼합재로 쓰기 위해) 회 처리장에 쌓여있는 석탄재를 파헤치고 실어 나르기 시작하면서 마을로 날아드는 재가 많아졌다”며 “많을 때는 하루에 25톤 트럭 80~90대가 회 처리장과 시멘트 공장을 오갔다”고 말했다.
대책위와 인천시에 따르면 영흥발전소 회 처리장은 164만㎡ 규모다. 매립이 88% 진행된 1매립장이 141만2,000㎡, 매립률이 2% 수준인 2매립장이 22만8,000㎡ 크기다. 재가 날리는 문제가 발생한 곳은 1매립장으로, 현재 매립이 끝난 곳에는 7m 높이의 재가 쌓여있다. 발전소에서 쓰는 석탄을 쌓아두는 저탄장(면적 29만3,000㎡)에서도 바람이 불면 석탄가루가 날린다. 석탄가루와 재를 밤낮 없이 실어 나르는 선박과 차량도 문제다.
주민 황순희(70ㆍ여)씨는 “분진, 소음, 탄 타는 냄새 때문에 창문을 열지 못하고 빨래를 밖에 널거나 장독 뚜껑을 열어놓는 것은 생각도 못하는 생활을 몇 년째하고 있다”라며 “한마디로 못 살겠다”고 말했다.
주민들이 천막 농성에 나서는 등 집단 행동에 나선 것은 지난해 11월 부녀회가 가꾸는 배추밭이, 날아 든 석탄재 때문에 엉망이 된 것이 계기가 됐다. 독거노인들에게 김장을 해준다고 정성스레 관리하던 배추 1,800포기가 재로 뒤덮인 것이다.
주민들은 회 처리장 굴착 금지, 조속한 복토와 식물 식재, 분진 발생 감시용 폐쇄회로(CC)TV 설치, 일몰 후 대형차량 통행 금지 등을 요구하고 있으나 한국남동발전은 모두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인천시도 한국남동발전이 1997년 발전소 건설 때 체결된 환경협정과 대기환경보전법, 폐기물관리법을 위반한 것으로 판단하고 비산 먼지 재발방지 대책을 수립하고 시정 조치를 할 것을 요구했다. 실제 영흥발전소는 지난해 11월에만 4차례 초속 8m 이상 강풍이 불 때 석탄과 재를 싣고 내리는 작업을 했다가 대기환경보전법 위반으로 적발됐다.
한국남동발전 관계자는 “2월 말까지 회 처리장에 60㎝ 높이로 흙을 덮는 작업을 완료하고 3월 말까지 식물 식재 작업도 마칠 계획”이라며 “저탄장에 지붕을 씌워 옥내화하는 작업도 2025년까지 마무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글ㆍ사진=이환직 기자 slamh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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