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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아리] ‘MB 청산’의 득과 실

입력
2018.01.03 18:39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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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은 적폐청산 정점 MB

청산 득실 계산 쉽지 않아

적폐와 개인비리 혼란도

‘적폐 청산’의 정점에 이명박(MB) 전 대통령이 있다. 비판하는 쪽 여론은 그를 구속해도 만족하지 못할 수위까지 차오른 상태다. MB 자체가 적폐이고, 그 때문에 어떤 식이든 그를 위법 처리하는 것이 정의라는 게 반MB 정서 뒤에 있다. MB청산으로 얻을 건 정의일 수 있다. 집권기간 MB는 법치를 강조했다. 하지만 그의 통치는 법에 의한 지배(rule by the law), 법을 동원한 자의적 지배에 가까웠다. 부조리한 권력이 외면하고 은폐한 진실은 아직 우리사회 응혈로 남아 있다. 그런 정권의 공기 속에서 일어난 용산참사는 MB 정권의 세월호 참사였다.

정의를 세우는 일에 견주기 어렵지만 MB청산을 위해 잃을 것도 적지 않다. 여야 간 정치적 대립과 국정마비, 대의 민주주의 위기로 내몰리다 끝내는 정권의 실패가 반복된 것이 우리 정치였다. 이미 야권이 적폐청산에 정치보복 프레임을 들이대면서 협치는 물 건너갔다. 제도적 적폐청산을 위한 개혁 협치의 기대도 낮아졌다. 북한 핵ㆍ미사일 위기 속에서라면 상실은 더욱 커진다. 여야는 서로 정치적으로 살아남기 위해 외교안보라는 국익 앞에서도 만나지 못하고 있다.

지방선거는 5개월여 앞으로 다가와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 존재감이 없는 야당 덕에 현재로선 여당 압승이 예상되고는 있다. 하지만 두 전직 대통령을 모두 감옥에 넣어둔 채 선거에 나선다면 판이 어떻게 바뀔지 알 수 없다. MB청산이 진행되면 적폐청산이 반환점을 돌게 되는 것은 더 부담스럽다. 과거 정부가 아니라 현재 정부를 향해 사정과 청산의 화살이 날아들 수 있다.

MB청산의 과정도 녹록하지 않다. 그로 인한 논란은 권력구조를 제대로 작동하기 어렵게 하고, 적폐 청산의 대의마저 흔들 수 있다. MB가 실 소유주라는 의혹의 기업 다스, BBK주가조작 사건 등에 대한 수사는 다부지게 진행되고는 있다. 그런데 관련 의혹들이 정부가 청산대상으로 삼는 적폐인지 불분명하다. 다스가 MB의 다른 비위와 연결되는 고리나 거점이라면 모르겠으나, 의혹이 차명 소유에 그친다면 개인 비리에 가깝다. 더욱이 앞서 수사기관이 두 번 조사해서 별다른 것을 들춰내지 못한 의혹이다.

BBK 주가조작 사건에 개입된 의혹도 사실이라면 오히려 과거 검찰이 왜 MB의 관련 의혹을 밝혀내지 못한 채 무혐의 도장을 남발했는지에 수사의 초점을 맞춰야 한다. 정확하지 않은 정보나 단서를 근거로 섣부른 결론을 내린 배경에 정치적 힘이 작용했다면 그것이야말로 적폐다. 문 대통령도 “적폐는 오랫동안 쌓여온 폐단이라는 뜻이며, 편 가르기, 이전 정부를 사정하고 심판하는 게 아니다”고 정의한 바 있다.

정치권을 강타한 아랍에미리트(UAE) 의혹 역시 비슷한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작년 11월 MB가 UAE 외유에 나서자 적폐청산 수사와 연관되어 있을 거란 얘기가 흘러나왔다. UAE는 그의 집권 초 400억 달러 규모의 원전 공사를 발주한 나라여서 의구심이 적지 않았다. 원전수주와 다스가 관련된 비리를 해외에서 무마하기 위한 외유라는 얘기가 여권에서 구체적으로 거론됐다. 그러나 한 달 뒤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별안간 UAE를 특사 방문하면서 분위기는 정반대로 바뀌었다. 계속되는 의혹 속에 결국 MB를 향했던 UAE 의혹은 현 정부가 어설프게 원전 수주 관련 사항을 뒷조사하다가 사달이 났다는 야권의 역공에 묻히고 있다. 진실은 알 수 없지만, MB와 박근혜 정부 시절 공개할 수 없는 약속이 이뤄졌고, 현 정부 들어 양국관계에 이상신호가 잡힌 것은 사실로 보인다. 때맞춰 외신에서는 한국산 군수물자가 이슬람 무장단체 사이에서 사용되고 있다는 소식을 전하고 있다. 결국 원전 관련 의혹이 정치권과 외교적 쟁점으로 떠오르자 검찰은 수사대상이 아니라며 후퇴하기에 이르렀다.

해리포터 시리즈에 나오는 볼드모트는 이름을 불러서는 안 되는 인물이다. 이름을 말하면 어디선가 듣고 나타나거나 자신에게 나쁜 일이 벌어지기 때문이다. MB 관련 사안들은 청산 과제이겠지만 아직은 MB가 볼드모트일 수 있다.

이태규 뉴스1부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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