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쇼ㆍ전시회 등 졸업 필수요건
졸업생 갹출 준비금 평균 50만원
패션ㆍ공연학과는 100만원 훌쩍
대학 측 실습비 지원은 쥐꼬리
졸업 위해 휴학ㆍ대출 비일비재
게티이미지뱅크

홍익대 미술대학생 A씨는 지난해 11월 졸업전시회와 패션쇼를 준비하는데 400만원을 썼다. 졸업을 하기 위해서는 전공 분야 3가지를 선택해 졸업작품을 제출하거나 전시회 등 행사를 열어야 하기 때문. 학교에서 공간을 제공해 준다지만 가벽(전시를 위한 가짜 벽), 조명, 무대 등을 설치하는데 드는 비용은 온전히 학생들 몫이다. 학생들 스스로 졸업준비위원회를 만들어 각출한 ‘졸업준비금’만 1인당 150만원, 거기에 A씨는 졸업작품 재료비 등으로 250만원을 더 들여야 했다.

2017년 예술계열 졸업준비금 상위 5개 학과/2018-01-01(한국일보)

예술계열 대학생들이 졸업을 앞두고 지출하는 비용이 지나치게 많다며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이들은 “졸업전시회를 여는데 필요한 졸업준비금, 개인작품을 만들기 위한 재료비용 등을 합치면 졸업을 위해 수백 만원이 필요하다”고 토로한다. 전국 25개 예술관련 단과대학 학생들이 모여 만든 예술대학생등록금대책위가 1일 공개한 ‘2017년 졸업준비금 실태 조사’에 따르면, 150개 예술계열 학과 중 146개(97.3%)가 졸업 관련 행사를 필수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졸업생들이 각출하는 졸업준비금은 평균 50만원 수준. 무대 설치 비용이 많이 드는 패션, 공연 관련 학과에서는 100만~150만원을 각각 내놓는 경우도 있다.

학생들은 “(다른 과에 비해) 비싼 등록금 내고 다녔는데, 추가로 돈을 들이지 않으면 졸업을 아예 못하다 보니 휴학에 대출까지 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고 말한다. 홍익대 미술대학생 박모(25)씨는 지난해 졸업준비금 30만원, 개인작품 비용 170만원 등 총 200만원을 지출했는데 “어려운 집안 형편 때문에 휴학까지 해 졸업에 필요한 비용을 모아야 했다”고 말했다. 박씨는 “대학 측이 졸업 필수 요건으로 전시회 참여를 요구하면서도 그만큼의 지원은 해주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2016년 홍익대 교비 결산내역 중 졸업전시 지원금은 총 1,020만원. 17개 예술계열 학과가 사용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다.

교육부에 따르면, 대학 예체능계열 2017년 연평균 등록금은 779만800원으로 인문사회계열(595만9,000원)보다 183만원 많다. 예술대학생등록금대책위의 질의 결과, 전국 예술계열 단과대학들이 매 학기 실험실습비로 배정한 금액은 학생 1인당 1만~36만원에 불과하다. 실험실습비 내역마저 공개하지 않는 대학이 절반 가까이 된다. 예술대학생등록금대책위는 “이달 중 열릴 대학별 등록금심의위원회에서 학교 본부 차원의 졸업전시 지원금 예산 증액을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예술계열 대학생들에게 받은 등록금은 해당 학생들에게 쓰여지는 게 원칙”이라며 “대학들이 계열별 등록금 산정 근거를 매년 공시하도록 이달 중 교육기관정보공개법 개정안을 발의하겠다”고 밝혔다.

정반석 기자 banseok@hankookilbo.com

관련 기사

web_cdn 저작권자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사회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