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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시경으로 치료까지 끝내는 ‘치료 내시경 시대’ 열려”

입력
2018.01.01 20:00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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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난도 내시경 치료로 세계 ‘최우수 내시경센터’에도 선정돼

‘속을 들여다 보는 거울’ 내시경(內視鏡)은 1950년 일본 올림푸스사가 세계 최초로 상용화했다. 국내에는 1968년에 위장간 내시경이 도입돼 진단에 쓰였고, 1982년 식도정맥류 환자 치료를 시작으로 내시경으로 초기 위ㆍ식도암, 위정맥류 치료에 이어 다빈치 로봇으로 심장까지 수술하고 있다. 이젠 내시경으로 검사와 치료를 원스톱으로 하고 있다. ‘치료 내시경 시대’가 활짝 열린 것이다.

국내에서 내시경 시술과 수술을 가장 많이 시행하는 곳이 서울아산병원 소화기내시경센터다. 2015년에는 100만례를 달성했다. 50여 명의 내시경 전문의를 비롯해 130여 명의 인력이 하루 400여 명의 식도, 위, 대장, 췌담도 등 소화기질환 환자를 진료ㆍ검사ㆍ치료하고 있다. 센터는 26개 검사실을 갖췄고 총 면적이 2,895㎡(축구장 절반 크기)로 세계 두 번째 규모다. 2015년 세계내시경협회로부터 ‘최우수 내시경센터(Center of Excellence)'로 지정되기도 했다. 30년째 내시경 시술에 진력해 온 ‘내시경 달인’ 정훈용(55) 서울아산병원 소화기내시경센터 소장(소화기내과 교수)를 만났다.

-내시경은 무엇이며, 왜 중요한가.

“내시경은 조그마한 미세 카메라를 목, 항문 등을 통해 몸 속으로 삽입해 소화기관의 건강상태를 살펴볼 수 있도록 만든 의료기구다. 수술로 소화기관을 직접 꺼내지 않으면 내부를 볼 수 없는데, 내시경 카메라를 이용하면 배를 절개하지 않고도 장기의 상태를 컴퓨터 화면으로 직접 볼 수 있게 된다.

흔히 내시경하면 떠오르는 진단 내시경은 주기적으로 건강검진을 받거나 어떠한 증상이 있어 특정 질환이 의심될 때 시행한다. 소화기관에 생긴 질환을 조기에 발견해 치료 가능성을 높인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단순한 내시경에서 나아가 초음파가 달린 내시경을 이용해 표면에서 잘 보이지 않는 종양까지 파악할 수 있는 내시경 초음파 검사도 활발히 시행되고 있다.”

-진단 내시경 종류로는 어떤 게 있고, 얼마나 시행됐나.

“서울아산병원 소화기내시경센터는 연간 5만여 건의 위 내시경 검사와 5,000여 건의 초음파 내시경 검사, 2만5,000여 건의 대장 내시경 검사, 연간 7,500여 건의 췌담도 내시경 검사가 시행되고 있다. 또, 희귀난치성 질환인 염증성 장질환을 정확히 진단하기 위한 소장 캡슐내시경도 연 평균 200회 정도 시행하고 있다. 소장은 구불구불하고 좁아서 일반적인 내시경을 넣을 수 없어 알약 같이 생긴 캡슐내시경을 삼키도록 해 내부를 들여다 본다.”

-수술 없이 내시경으로만 치료하는 치료 내시경도 활발하게 시행되고 있는데.

“치료 내시경은 진단 내시경에서 진일보해 수술하지 않고도 내시경만으로 소화기관에 생긴 용종 선종 물혹 조기암 등을 제거한다. 수술하지 않기에 흉터도 없고, 회복시간도 빠를 뿐만 아니라 수술 후 생길 수 있는 합병증 위험도 아주 적다. 내시경만으로 모든 병을 치료할 수는 없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크기가 작거나 조기 발견됐거나, 내시경으로 충분히 접근할 수 있어 치료가 가능하다면 내시경 치료가 매우 효과적이다.

서울아산병원 소화기내시경센터는 내시경 검사를 많이 시행하고 있는데 특히 치료 내시경에 강점을 가지고 있다. 식도 위 십이지장에 생긴 용종 선종 물혹 조기암을 내시경으로 절제하는 용종/점막 절제술, 점막하 박리술을 매년 평균 1,700여 건 시행하고 있다. 대장 용종, 점막 절제술과 점막하 박리술도 매년 4,400여 건 실시하고 있다.

용종/점막 절제술은 내시경에 작은 집게나 올가미와 같은 기구를 삽입해 소화기관 내부에 생긴 작은 덩어리나 주변 조직 일부를 떼내는 방법이다. 점막하 박리술은 아주 작은 칼이 달린 기구와 내시경을 이용해 조기 암을 제거하는 시술법이다. 두 방법 모두 정교한 기술이 필요해 숙련된 전문가가 시행해야 한다. 우리 소화기내시경센터에서는 1995년부터 지금까지 2만명 이상의 조기 암 환자를 치료했다.

치료하지 않고 방치하면 암으로 악화할 수도 있는 췌장 물혹을 초음파가 달린 내시경으로 제거하는 췌장 낭성종양 내시경 초음파 제거술은 연간 50회 시행하고 있다. 우리 병원에서 내시경 초음파 치료를 받은 췌장 낭성종양 환자 158명을 6년 동안 장기 추적 관찰한 결과, 췌장 낭성종양이 아예 없어지거나 꾸준히 관찰만 해도 될 정도로 상태가 호전된 사람이 89.2%(141명)였다.”

-치료 내시경은 어느 정도로 발전했나.

“진단 내시경과 용종이나 선종을 떼내는 치료 내시경 이외에도 최근 다양한 고난도 내시경 치료가 이뤄지고 있다. 중증 췌장염으로 췌장 조직이 괴사되거나 담낭염이나 담도가 좁아지는 담도 폐쇄의 경우 내시경만으로 스텐트를 삽입해 치료하고 있다. 또한 수술이 불가능한 담도암을 광(光)과민제와 레이저가 달린 내시경만으로 치료하는 광역동학 치료술도 시행되고 있다.

또한 암 환자들의 식도 위 십이지장 등이 좁아지고 막혀도 내시경으로 스텐트를 삽입해 음식물이 자연히 소화되도록 시술하고 있다. 식도 이완 불능증으로 식사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 환자에게 내시경으로 식도를 넓히는 경구내시경근절개술(POEM), 내시경으로 역류성 식도염을 치료하는 스트레타(Stretta) 시술 등도 이뤄지고 있다. 예전에는 외과 수술이 필요했던 많은 질환을 내시경으로 치료함으로써 ‘치료 내시경 시대가 왔다’고 말할 수 있는 정도다.”

-서울아산병원 소화기내시경센터만의 특징이라면.

“우리 센터에서는 1997년 국내 최초로 모든 내시경에 1대1 소독을 실시했을 정도로 위생 및 감염관리에 누구보다 앞장서고 있다. 또한 위장관 질환 환자를 위해 당일내시경클리닉을 운영하는 등 환자 만족도를 높이기 위한 노력을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 보통 내시경 검사를 받으려면 진료ㆍ검사ㆍ결과상담까지 병원을 세 차례 와야 하지만, 당일내시경클리닉을 통해 당일 검사뿐 아니라 결과확인까지 하루에 원스톱으로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또한 대장 내시경 후 용종이 발견됐을 때 위치나 크기에 따라 시행여부를 결정해 입원 없이 바로 내시경으로 절제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One Stage EMR)도 운영하고 있다.

소화기내과와 함께 3D프린터로 장기(위) 모형을 만들어 위내시경삽입술, 조직 생검법 및 내시경 지혈술을 시술 전에 의료진 교육 용도로 쓰고 있다. 교육용 모형은 지속적으로 개발되고 있고, 소화기내시경을 배우러 오는 국내외 의료진 교육에 쓰고 있을 뿐 아니라 우리 도움이 필요한 저개발국가 의료진을 위한 교육 봉사 목적으로도 사용할 예정이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정훈용 서울아산병원 소화기내시경센터 소장은 “내시경이 검사와 진단을 넘어 치료까지 담당할 정도로 쓰임새가 점점 넓어지고 있다”고 했다. 서울아산병원 제공
정훈용 서울아산병원 소화기내시경센터 소장은 “내시경이 검사와 진단을 넘어 치료까지 담당할 정도로 쓰임새가 점점 넓어지고 있다”고 했다. 서울아산병원 제공
정훈용 서울아산병원 소화기내시경센터 소장이 조기 위암 환자에게 내시경을 이용해 암을 잘라내는 내시경 절제술을 시행하고 있다. 서울아산병원 제공
정훈용 서울아산병원 소화기내시경센터 소장이 조기 위암 환자에게 내시경을 이용해 암을 잘라내는 내시경 절제술을 시행하고 있다. 서울아산병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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