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근씨 코스 좀 짜주세요]힘든 만큼 새 각오 다지는 길

태백산은 눈꽃산행, 새해 일출 산행지로 이름나 있다.

태백도 흥청거리던 시절이 있었다. 산업의 동력으로, 가정 난방의 주원료로 석탄을 사용하던 시절이었다. 강아지도 10만원짜리 수표가 아니면 물고 다니지도 않았다고 할 정도였다. 현재 태백은 인구 5만이 못 되는, 겨우 시(市)라는 타이틀만 유지하고 있는 쇠락한 도시가 됐지만 이맘때면 전국에서 모이는 등산객으로 붐빈다.

새해가 시작되는 1월이면 꼭 한 번은 태백에 가보라고 추천한다. 거센 바람과 매서운 추위, 수많은 인파에 고생할 게 뻔한데도 추천하는 이유는 바로 민족의 영산 태백산 때문이다. 영산(靈山)은 신령스러운 산, 지기가 좋은 곳을 말한다. 백두대간 봉우리인 태백산은 우리나라에서 최고의 정기가 흐르는 곳이라고들 한다.

단종의 영혼이 넘었다 하여 생긴 어평재가 있고, 단종비각을 모시고 있으며, 천제단에서는 매년 하늘에 제를 올리기도 한다. 가장 높은 봉우리는 장군봉이며, 단군의 아들 이름을 딴 부소봉도 있다. 태백산 중에 가장 기가 센 곳은 문수봉이라는 설도 있다. 믿거나 말거나 한 이야기지만 태백산에서 길을 잃어 헤매는 사람들을 문수봉 인근에서 가장 많이 찾는다고 한다. 본인도 모르게 문수봉의 기를 따라 그 곳으로 향한다는 말이다. 실제 문수봉 아래 백천계곡에는 무당이 많이 살았다고 한다.

매서운 칼 바람은 각오해야 한다. 그게 태백산의 매력이기도 하다.
등산로 어디서든 환상적인 눈꽃을 즐길 수 있다.
맑으면 맑은 대로, 흐리면 흐린 대로…태백산의 정기가 느껴진다.

태백산 등산로는 화방재~사길령 매표소 코스, 유일사 코스, 당골 코스 등 크게 3곳이다.

화방재~사길령 코스는 경험상 가장 완만한 코스다. 어평재라고도 불리는 화방재에서 사길령 매표소~유일사 입구~주목 군락지~장군봉~천제단~망경사~당골로 이어지는 코스다. 장군봉까지 올라가는 데는 2시간 정도가 소요되며 내려오는 데 2시간30분 정도 예상하면 된다. 총 4시간30분 정도 걸리지만 느긋하게 태백산을 만끽 할 수 있는 코스로 가장 추천한다.

유일사 코스는 등산객이 가장 많이 선택하는 길이다. 초입의 유일사 입구까지는 시멘트 포장이 된 임도이다. 눈이 쌓이는 겨울에는 차량이 통행할 수 없기 때문에 오가는 차에 길을 비켜줘야 하는 번거로움이 없어서 좋다. 길이 넓고 편하지만 유일사 입구에서 화방재~사길령 매표소 코스 등산객들과 합류해 인파가 많아진다. 빨리 가고 싶어도 느긋하게 걸을 수 밖에 없다. 오히려 힘든 줄 모르고 걸을 수 있다. 소요 시간은 화방재~사길령 매표소 코스와 비슷하다.

일출과 함께 보는 주목
1월마다 태백산이 붐비는 이유는? 가보면 안다.

당골 코스는 출발 지점으로 되돌아오는 코스여서 당골주차장에 차를 두고 등산을 하는 개별 여행객이 가장 많이 이용한다. 원점 회기 코스이기 때문에 지루하고 힘들어 하는 사람들이 많은 코스이기도 하다. 거리도 길지만 천제단으로 오르는 길은 경사가 급해 꽤나 고생해야 한다. 또한 정상에서 내려오는 수많은 등산객과 엇갈리기 때문에 걷는데도 조금 지장을 느낀다. 출발지점으로 되돌아 오기 때문에 굳이 정상까지 가지 않아도 되는 이들에게는 산책코스로 제격이다. 이 경우 태백산의 매력인 주목군락지를 보는 것은 포기해야 한다.

어느 코스든 태백산의 정기로 새해를 맞을 거라는 기대를 채우기에 충분하다. 1월에는 꼭 태백산을 가자.

태백의 추천 먹거리.

●태백 한우

빛깔 고운 태백 한우

태백 한우가 언제부터 유명해졌는지는 모른다. 과거에는 태백에서 기르는 소는 없었다. 주변의 경북 봉화나 안동에서 한우를 수급해왔지만 지금은 태백에서 한우를 키우고 있다. 태백시내 황지의 조그만 골목 안에 위치한 조선옥은 한우갈비가 유명하며, 현대실비집은 선술집 분위기가 풍긴다. 마치 몇 십 년 전 광부들이 둘러앉아 먹던 것처럼, 지글지글 고기 굽는 소리가 들리는 듯 하다.

●구와우 순두부

몽글몽글 구와우순두부

태백에서 삼척으로 넘어가는 삼수령(피재) 아랫마을은 아홉 마리의 소가 누워있는 형상이라 하여 구와우라 부른다. 8월이면 해바라기축제로 관광객이 많이 찾는 곳이기도 하다. 구와우마을 언덕배기에 허름한 식당이 하나가 있는데 그곳이 구와우순두부집이다. 매일 아침마다 순두부를 만들어 판매를 한다. 주말에는 오후 2시면 그날 만든 순두부가 동이 나는 날도 허다하다. 새하얀 순두부에 간장 양념을 비벼 먹어도 맛있고, 강원도 막장을 넣어 비벼도 일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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