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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독자권익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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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독자권익위]

입력
2017.12.30 04:40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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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독자권익위원회가 20일 본사 대회의실에서 12월 회의를 열어 지난 한 달 간의 지면을 평가하고 개선점을 논의했다. 회의에는 이화여대 커뮤니케이션 미디어학부 교수인 이재경 위원장과 독자위원인 구현모(고려대 대학원) 김기주(한국리서치 이사) 류재성(계명대 미국학과 교수) 오연조(상상스쿨 출판사 대표) 이윤정(전 재단법인 여시재 SD) 조원희(법무법인 디라이트 변호사) 위원, 간사인 이계성 논설실장이 참석했다.

이재경= 문재인 대통령의 방중과 정상회담, 북한의 화성 15형 발사에 따른 한반도 긴장고조, 새해 예산 보도 등에 대해 말해주기 바란다.

오연조= 문 대통령의 방중성과를 감동 버전으로 미화하는 여당과 무조건 깎아 내리려는 야당의 시각 차가 워낙 크다. 대개의 보수 언론이 들고 나온 ‘홀대론’프레임으로 인해 과소평가 내지는 왜곡된 부분이 많았는데 한국일보의 경우 칼럼이나 사설에서 기사의 편향성을 잡아 주었다. 아무리 성과가 없어도 해외 순방 뒤에는 대통령의 지지율이 오르게 마련인데 이번에는 언론의 인색한 보도로 지지율이 잠시 떨어지는 현상이 초래됐다. “이계성 칼럼: 누가 문 대통령 방중성과 훼손하나”(12월 19일자 30면)는 한국일보만의 관점이 드러난 글이다. 중국 경호원의 한국기자 폭행사건에 대해 다소 과도한 반응을 보인 한국일보 기사는 독자들의 예민한 반응을 불러일으켰기에 조금 아쉬웠다.

류재성= 우리 사회가 예전부터 반미와 친미가 이념화 되어서 감정의 과잉이 있다. 중국 기사에도 그런 것들이 보여 편하지 않았다. 우리가 처한 여러 가지 상황과 여건하에서 친미와 반미가 있듯이 반중과 친중이 있을 수밖에 없다. 감정의 과잉으로 가서 이념화되는 것을 가능한 한 막는 방향으로 기사가 작성됐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그런 면에서 한국일보 기사는 반중 정서를 표출하는 게 꽤나 많았다. 정확하게 사실에 근거한 기사인지, 사실에 부합한다고 해도 이런 식으로 접근해야 되는지 걱정이 들었다. 역지사지해서 사드 문제 등을 생각하면 중국이 억지주장을 하고 있다거나, 협량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중국의 보복이나 태도가 국민정서에는 잘 와닿지는 않아도 이를 좀 더 냉철히 볼 필요가 있다. 그래서 톤의 조정이 필요하다. 정부나 언론, 국민 전체가 친미- 반미로 나눠져 감정의 과잉으로 싸움을 하고 있는데 친중- 반중으로 또 나뉜다면 결국은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구현모= 문 대통령 방중과 관련해 기사의 자극적인 헤드라인이 네티즌들의 반응을 키우는 데 한몫했다. 한국일보 기자에 대한 중국 경비원의 폭행 사건이 발생해 (자극적인 기사 작성이) 자연스러울 수 있다. 그러나 무탈하게 지나갈 수도 있었다. 작년부터 언론과 독자 관계에서 꾸준히 위기가 생겼다. 언론의 대응이 조금 세련되지 못했다. 나쁘게 말하면 굽히지 못했고, 좋게 말하면 유연하게 반응하지 못했다. 그래서 네티즌들이 한국일보를 더 왜곡되게 소비하는 것 아닌가. “뒤끝뉴스: 한중 핫라인 개설, 갈 길이 멀다” 기사는 인터넷에서 큰 화제가 됐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도 나쁜 쪽으로 화제가 많이 됐다.

이윤정= 전체적으로 한국일보 방중 기사는 흥분한 분위기를 보였다. 방중 첫날부터 ‘중국 홀대론’이 나왔고 이후 ‘대통령 혼밥’이란 용어도 등장했다. 중국 식당에서 아침식사를 한 것은 청와대에서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처럼 세련되게 해 보려고 야심차게 준비한 것인데 이걸 혼밥이라고 깎아 내렸다. 중국 경비원의 기자폭행 사건이 발생한 이후에는 이것만이 유일한 뉴스인양 보도됐다. 지금 독자들은 독해져 있다. 독자들이 외신, 중국언론까지 뒤져 ‘홀대’가 아니라는 근거를 제시한다. 뉴욕타임스나 월스트리트저널도 한중 정상회담에 대해 ‘뉴 스타트(new start)’ ‘리셋(reset)’이란 말로 의미를 부여했다. 우리 언론은 이런 의미보다는 ‘밥을 혼자 먹었네’ 식으로 보도했고, 이에 대통령 지지층이 언론을 대놓고 욕하는 악순환이 생겼다.

김기주= 중국 경호원의 기자 폭행 이후 한국언론의 보도는 신뢰도를 스스로 깨는 행위로 아쉬웠다. 폭행사건은 크게 다룰 게 아니라 법적으로 처리해야 될 사안이다. 독자 입장에서는 ‘이렇게 언론이 허술한 구조로 기사를 작성하나’ ‘안 봐도 뻔하다’로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다. 신문 전체의 프레임이 한 방향으로 흘렀는데 다양성이 부족한 언론의 형태를 그대로 보여 줬다.

조원희= ‘홀대’라는 표현에 약간의 거부감이 들었다. 한국일보가 썼던 홀대의 개념은 국민의 눈높이란 생각이 들었다. 국빈이 어디를 가면 누가 영접을 하고 어떤 대접을 받았느냐 하는 일반적인 수준의 기준이 있다. 기자 폭행이 언론에 대한 자유를 침해한 것은 분명하다. 한국일보가 반응한 것에 대해 아쉬움은 있지만 틀렸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요한 것은 결론에 가서는 충분히 분석하고 전문성을 갖춰 전체를 판단, 평가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이재경= 기자가 폭행당한 부분은 유감스러운 일이고 잘못된 일임에는 틀림없다. 그런데 그것을 다루는 상황을 보면 중국이라는 나라를 한국적 선입관, 가치관으로 보고 있다. 중국은 언론 자유가 없는 나라다. 기자의 존재도 서구적인 가치관을 가진 우리와 다르다. 그런 관점에서 조금은 냉정할 필요가 있다.

정상회담은 스타일이 더 중요한 행사다. 정부가 중국 국빈 방문을 성사시켰고 대통령이 갔으며, 여러 가지 행사를 했다. 하지만 뭘 얻었는지 분명한 게 없다. 청와대가 기자들에게 충분히 얘기하지 않아 언론의 시선이 눈에 보이는 이벤트에 간 것은 아닌가. 결국 신문이 독자의 시선을 끌기 위해 자극적인 제목만 뽑고 부정적 방향으로 나아갔다. 4년여 전 박근혜 전 대통령이 미국에 갔을 때도 ‘윤창중 사건’으로 언론이 도배됐다. 자극적인 이벤트가 국가적인 외교 행사를 망치는 상황을 만든다. 대통령은 그런 부분에 책임을 지고 국민에게 설득하고 설명해야 한다. 그런데 네티즌들은 그런 부분에는 눈을 감고 언론을 때리고만 있다. 한발 물러서서 큰 그림으로 정리하고 설명해 줄 필요가 있다.

이윤정= 이번 방중에서 일어난 일련의 사태는 ‘기레기’라는 말이 대표하는, 대중들의 언론에 대한 적대감이 폭발하는 계기가 됐다. 대중이 생각보다 훨씬 더 심각하게 언론의 모든 것을 신뢰하지 않는다는 걸 알고 놀랐다. 떨어진 신뢰도를 어떻게 회복할 것인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극성맞은 독자들을 어떻게 이끌고 갈지, 왜 이렇게 흥분하고 극성맞게 구는지를 생각해봐야 한다.

김기주= 온라인 기사 소비의 70%가 포털 네이버에서 이뤄진다. 그 기사의 50%가 통신사 기사로 소비된다. 주요 언론의 뉴스는 6,7% 수준에 불과하다. 전체 국민으로 보면 3,4%만이 특정 언론사 기사를 보는 구조다. 또 전체기사 소비의 50% 이상이 예능 분야이다. 정치 경제 관련 뉴스 소비는 10% 수준에 그친다. 결국 ‘무서운 독자’는 다수가 아니다. 전체의 3%만 댓글을 단다. 이들을 오피니언 리더라고 볼 수 없고, 언론이 그 내용을 확대 재생산할 필요는 없다. 기사의 가치를 하향평준화시키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구현모= 한국일보 토요일자에 재미있는 기사가 많다. “잊혀진 청년들 고졸”(12월 2일자 1,2,3면) 기획을 통해 고졸 관련 기사를 오랜만에 봐서 좋았다. 언론의 교과서적인 정의 가운데 조명받지 못하는 곳을 비춘다는 사회적 기능이 있다. 이를 충실히 따르는 기사였다. “내가 제일 억울한 세대다”(12월 16일자 1면)는 기시감이 들었고, 세대들을 나누는 기준이 뚜렷하지 않았다. “좋은 이별: 나의 이별은 당신의 연애보다 아름답다”(11월 22일자 15, 16면) 기사는 신선한 제목에 시의성이 있고 인터뷰한 사람도 독특했다. 다른 언론이 다루지 않은 내용으로, 매우 좋았다.

오연조= 예산관련 기사가 국회 심의과정과 각 당의 입장을 중계하는 데 그쳤다. 국가예산이 나의 삶과 구체적으로 어떻게 연결되고 어떻게 쓰일지에 대한 기사는 찾기 어려웠다. 빅데이터를 활용한 기사 ‘데송합니다’ 코너가 있는데 주제가 좀 더 실생활에 밀접한 연관성이 있으면 한다.

이재경= 뉴스를 청와대가 독점하고 있다. 장관들도 뉴스로 다뤄지지 않는다. 각 부처가 무슨 일을 하는지 모른다.

류재성= 청와대가 국민과 직접 소통을 해 지지자들의 프레임, 입맛에 맞는 뉴스를 생산하다 보면 거기에 기대게 된다. 이른바 문빠, 문이즘들이 현 정부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 청와대가 열 일 만 일을 하는데, (국가조직의) 여러 기능들이 조화롭게 작동하지 못하면 과부화가 온다. 한국일보가 이런 부분을 다루었으면 좋겠다.

이재경= 한국일보 기획 기사가 좋다. 사회적 기업에 대한 기획 기사도 좋았고, 광역 외상센터 기획기사도 좋았다. 작은 것은 잘하는데 이를 키워 길게 끌고 가는 부분에선 아쉬웠다. 지금 한국에는 굉장히 매체가 많다. 일본은 전국 매체가 7,8개인데 우리는 서울에서 발행하는 중앙 일간지만 10개가 된다. 도토리 키 재기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 뭔가 두각을 나타내려면 길게 ‘어젠다 세팅’할 능력이 필요하다. 한국일보의 정체성을 확실하게 보여 줄 주제를 잡아 힘있게 밀고 나가야 된다. 내년에는 그런 고민을 하길 바란다.

그리고 우리가 소비하는 정보의 수준들이 너무 허접한 상태다. 누가 발신했는지도 모르는 이야기로 서로 싸우고 있다. 그것이 없어져야 정치도 제대로 가고 의미 있는 대화가 가능하다. 한국일보가 명예를 걸고 익명을 없애겠다고 선언하면 확실한 차이를 낼 수 있지 않을까. 저널리즘과 인터넷 댓글의 차이는 그런 데서 만들어져야 한다. 지금 독자들의 수준이 높아져 있다. 그에 맞춰 뉴스의 수준을 높이는 노력을 해야 한다. 그래야 저널리즘의 차이가 난다. 지금은 너무 밑에서 평준화가 이루어지고 있다.

정리=이태규 뉴스1부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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