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대북제재 2397호 첫 적용

10월에 정유제품 적재하고
여수항 출항해 공해상에서
北 삼정 2호에 600톤 옮겨
한미 공조 통해 인지해 추적
지난달 24일 다시 입항 붙잡아
“제재 교묘하게 우회한 사례”
북한에 정유제품 이전한 홍콩 선박. 연합뉴스

공해상에서 북한 선박에 정유제품 600톤을 이전한 홍콩 선박이 우리 당국에 의해 적발됐다. 북한 의심 선박에 대한 검색·동결·억류를 의무화한 유엔 대북제재 결의 2397호가 적용된 첫 사례다.

외교부와 관세청은 29일 “여수항에 입항해 있는 홍콩 국적 선박 라이트하우스윈모어호를 대상으로 조사를 실시했다”며 “해당 선박이 10월 19일 공해상에서 북한 선박 삼정2호에 정유제품 600톤을 이전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북한 선박과는 어떤 물품도 선박 대 선박 간의 이전을 금지한 안보리 대북제재 2375호를 위반한 행위다.

조사 결과 라이트하우스윈모어호는 10월 11일 여수항에 입항해 일본산 정유제품을 적재하고 15일 대만을 목적지로 출항했다. 그러나 이 배는 대만으로 가지 않고 나흘 뒤인 19일 공해 상에서 4척의 배에 정유제품을 이전했는데 이 중 북한 선박인 삼정2호에도 600톤을 이전한 것으로 드러났다.

정부는 한미 간 공조를 통해 이 같은 사실을 10월 말 인지하고 라이트하우스윈모어호의 움직임을 추적하고 있었다. 이후 이 배가 지난달 24일 다시 여수항에 입항하자 억류해 조사를 실시했다. 지난 22일(현지시간) 채택된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2397호는 결의 상 금지활동을 위반했다고 의심할 만한 합리적인 근거가 있을 경우 해당 선박을 나포해 검색하고 동결 및 억류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현재 라이트하우스윈모어호에 승선해 있던 중국인 23명과 미얀마인 2명 등 선원 25명은 배 안에 머물고 있는 상태로, 관련 행정 절차가 마무리되면 출국할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는 이번 적발이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실효성을 높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북한 의심 선박에 대한 실제적인 검색이 이뤄지며, 북한과 밀거래를 하고 있는 타국 선박들에 대한 경고 메시지도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번 사례는 북한이 불법 네트워크를 이용해서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를 교묘하게 우회한 대표적 사례”라며 “이번 조사 결과를 향후 안보리의 대북제재위원회에 보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앞서 유엔 안보리는 문제의 삼정2호와 례성강 1호, 화물선 을지봉 6호와 릉라 2호 등 북한 선박 4척에 대해 국제항구의 접근을 금지하는 제재 대상에 올린 것으로 전해졌다.

AFP 통신은 현지 외교 소식통들을 인용해 미국은 이들 선박 4척을 포함해 홍콩 선적 선박 라이트하우스윈모어, 홍콩 선적 화물선 카이 샹, 팔라우 선적 유조선 빌리언스 넘버 18, 토고 선적 위위안, 파나마 선적 글로리 호프1, 중앙아메리카 벨리즈의 신셩하이 등 모두 10척을 제재 명단에 올려달라고 안보리에 요청했다. 그러나 중국의 반대로 결국 4척의 선박만 제재 대상에 올리기로 결정됐다.

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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