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술항공기를 운용할 수 있는 전술항공기지는 전국에 16개. 개중 3개가 인구 100만 이상의 대형 지자체에 주둔해 있다. 경기 수원, 대구, 광주 공군기지다.

이 세 곳은 또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이전사업이 추진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공군기지 주변 주민들의 강한 요구 때문으로, 정치권은 2012년 ‘군공항 이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을 제정하기까지 했다. 소음 문제 등을 고려할 때 언뜻 이런 요구는 온당해 보인다. 굳이 인구밀도 높은 대도시에 공군기지가 있을 까닭이 없다.

하지만 사정을 들여다보면 얘기가 다르다. 이들 공군기지는 1950년대, 주변부가 거의 개발되지 않았던 시기 이미 이곳에 자리를 잡았다. 예를 들어 찬반이 가장 첨예한 수원 공군기지의 경우, 1953년 제10 전투비행단이 창설되면서 운용되었다. 당시 주변엔 약간의 농가가 있을 뿐이었다.

말하자면 해당 지역 주민들은 그곳에 공군기지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이주해왔다. 물론 누구도 소음에 시달리며 살고 싶어 하진 않으며, 그에 대한 보상을 요구하는 것도 자연스럽다. 하지만 기지 자체를 내쫓는 건 굴러온 돌이 박힌 돌을 빼는 격이며, 과도하고 전형적인 님비다.

게다가 군사전문가들은 수원 공군기지 이전에 우려할 부분이 많다고 지적한다. 위치만 옮기면 끝나는 일이 아니다. 보급 등을 고려해 주변 기반시설을 다시 조성해야 하며, 수원 공군기지의 존재를 전제로 만들어진 우리 군의 작전계획도 대대적인 수정이 불가피하다. 그간 쌓아왔던 경험과 노하우도 무의미해질 것이다. 하물며, 예비 후보지인 화성시 화옹지구는 현 위치보다 최전선에서도 더 멀다.

환경 문제도 지적된다. 화옹지구는 간척사업지다. 여기에 군공항까지 들어서면 갯벌 파괴를 돌이킬 수 없다. 국제적 철새 도래지이자 물새 도래지였던 이곳은 더 이상 남아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정치권은 이런 문제에 주목하지 않는다. 그들이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지역 주민의 이해관계다. 수원 공군기지의 경우, 수원시와 예비 후보지인 화성시 사이의 갈등이 점점 가열되고 있다. 당연하게도 수원시 측은 이전 찬성, 화성시 측은 반대 입장이다.

최근 수원은 보폭을 넓히며 위원회의 명칭을 ‘수원화성군공항이전지원위원회’로 변경하고, 시민협의체 구성원의 자격을 화성시민에까지 확대했다. 화성시 측은 이를 예비 후보지 인근 주민과 그 외 주민들을 갈라놓기 위한 일종의 꼼수로 보고 있다. 예비 후보지에서 먼 동부권 주민이 화성시 인구의 다수를 차지, 피해자 의견이 왜곡될 수 있다는 것이다. 수원에 지역구를 둔 김진표 의원이 주민투표를 주장한 반면 화성시장이 반대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흥미롭게도 이 두 사람은 모두 민주당 소속이다.

반면 비슷한 문제에 놓여 있는 대구 공군기지 이전의 경우, 안보 문제는 한 발짝도 양보할 수 없단 양 목청을 높이던 보수정당 대표가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공군기지 이전이 본격적으로 추진된 것도 역시 마찬가지로 지난 보수정권 때의 일이다. 지역구 정치가 당적은 물론 이념마저 초월한 셈이다.

물론 지역민의 의견을 경청하는 것은 중요하다. 그러나 그것이 과하면 모든 문제가 지역에 함몰되고 만다. 비단 국방 문제에만 국한된 문제는 아니다. 소위 말하는 기피시설 설치는 물론, 철도 등 기반 시설 구축에 있어서도 지역구 정치 논리가 무엇보다 앞서는 것을 자주 볼 수 있다.

지역분권을 논하는 목소리가 높다. 물론 분권은 시대적 사명이지만, 동시에 우리는 더 거시적이어야 한다. 지역구가 8할 이상을 차지하는 국회, 지역민의 이해가 최우선이 될 수밖에 없는 소선거구제, 선심성 사업이 횡행하는 현 지방자치제도의 한계점 등도 함께 논해야 한다. 비대해진 지역구 정치에 국방마저 후순위로 밀렸다. 그 어떤 가치든 후순위로 밀릴 수 있단 의미다.

임예인 슬로우뉴스, ㅍㅍㅅㅅ 편집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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