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송파구 아파트 단지 모습. 배우한 기자 bwh3140@hankookilbo.com

“집 사지 마라.“

올해 초 “집을 사야 하느냐”는 질문에 대부분의 부동산 관련 기관과 전문가는 이렇게 답했다. 한국감정원, 한국건설산업연구원, 국토연구원 등은 모두 2017년 전국 주택매매 가격이 하락(전년 대비 0.2~0.8%)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부동산 담당 기자들도 하나같이 ‘무리한 대출을 받아 집을 매수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기사들을 쏟아 냈다. 고개를 끄덕일 만한 합리적 이유도 많았다. 금리인상과 입주물량 증가, 새 정부의 규제 강화 등은 모두 악재로 꼽혔다. 실제로 2017년 아파트 입주물량은 38만가구로 지난해(29만가구)보다 30% 이상 늘었다. 수요ㆍ공급의 법칙 상 가격 조정은 상식으로 여겨졌다. 새 정부 출범 후 6ㆍ19 대책, 8ㆍ2 대책, 9ㆍ5 대책, 10ㆍ24 가계부채종합대책 등도 쏟아졌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기준금리를 인상하자 1,400조원을 넘은 가계부채의 뇌관이 터질 것이란 우려도 나왔다.

그러나 2017년이 며칠 남지 않은 지금 돌아보면 모두 엉터리 전망과 오보였다. 세무조사까지 동원한 새 정부의 강력한 규제에도 불구하고 올해 서울 아파트 가격은 역대급 상승세다. 서울 강남구 삼성동 힐스테이트2단지 전용면적 84㎡의 경우 지난 1월 13억원대(중층)에서 최근 호가는 18억원도 넘나들고 있다. 강북인 성동구 래미안옥수리버젠도 연초 9억원을 간신히 웃돌던 가격이 어느 새 12억원이 됐다. 결과적으로 틀린 기사를 써 독자들에게 잘못된 정보를 전달한 데 대해 반성해야 할 상황이다. “사과드립니다.”

예측은 왜 빗나간 것일까. 먼저 금리는 큰 변수가 못 된다는 점이 간과됐다. 금리가 올라간다는 것은 그 만큼 경기가 좋다는 얘기다. 집값만 떨어질 리 만무하다. 물량 폭탄 우려도 과장됐다. 전국적으로는 공급이 늘었지만 서울 강남4구에선 오히려 줄었다. 둔촌주공 등 재건축 사업에 따라 멸실되는 집이 많았다. 대장주인 강남4구 아파트 가격이 치솟자 다른 곳도 들썩일 수밖에 없었다.

정부의 부동산 규제도 과신했다. 정부 안에서는 부처간 협업이나 논의 없이 국토부만 ‘나홀로 규제’를 하는 데 그치며 효과가 반감됐고, 중앙 정부와 지자체의 엇박자도 이어졌다. 특히 자립형 사립고와 특목고의 학생 우선선발권 폐지 추진 소식은 일반계 명문고가 몰려 있는 대치동과 역삼동 아파트 가격에 기름을 부었다. 삼성동과 잠실은 영동대로 지하 공간 통합개발 사업까지 불쏘시개였다. 강남구청이 사거리마다 내건 ‘천지개벽’ 플래카드는 집값을 부추겼다. 서울시가 잠실주공5단지의 50층 재건축안을 통과시킨 것도 아파트 값을 자극했다. 한쪽에선 조이는데 다른 쪽에선 풀면 집값은 호재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기 마련이다.

다주택자를 투기세력으로 몰고 시장을 적대시한 정부의 태도가 역효과를 부른 것도 놓쳤다. 정부의 대책은 다주택자들에게 양도세를 중과하고 주택담보대출액을 줄이는 게 골자였다. 그러나 양도세는 집을 팔지 않으면 그만이다. 다주택자들은 매도 대신 보유를 택했고 이는 매물 부족으로 이어졌다. 강남 지역으로 진입하고 싶어하는 수요는 줄지 않았는데 매물이 실종되며 일부 지역 아파트는 품귀 현상이 빚어졌다. 호가를 높여 내 놓은 매물을 조급해진 수요자가 사면 이 가격이 다시 실거래가가 돼 다음 호가를 높이는 악순환이 이어지며 집값 폭등이란 대참사가 벌어졌다. 박근혜 정부가 그토록 하고 싶었지만 하지 못한 집값 부양을 문재인 정부가 출범 반 년 만에 해 내는 모순이 연출됐다.

최근 한 모임에서 지인은 또 다시 내년 집값 전망을 물었다. 본의 아니게 오보를 한 경위와 독자들에 대한 죄송한 마음을 이야기한 뒤 “계속 오를 것 같다”고 답했더니 지인은 이렇게 반응했다. “그럼 떨어지겠네, 항상 거꾸로였잖아.” 박일근 경제부장 ik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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