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 다섯 살 반려견 꿀꿀이는 호르몬 질환과 신부전 증상으로 매달 꾸준한 약을 먹고 정기적인 검사를 받아야 한다.

내년 1월이면 열 다섯 살이 되는 반려견 시츄종 ‘꿀꿀이’는 호르몬 질환의 신부전을 앓고 있다. 신장 보조제 등 각종 약 처방에 더해 집에서 수액을 피하주사(혈관이 아닌 피부에 접종하는 주사)로 놓아야 해서 일회용 주사기와 나비바늘, 알코올 솜 등을 한꺼번에 주문했다. 호르몬 약 용량과 신장 상태를 보기 위해 한 달에 한번은 정기적으로 병원에 간다. 월 의료비는 50만~100만원 정도가 든다. 꼭 필요한 조치들이니 치료를 안 할 수도 없지만 비용이 부담되는 건 사실이다.

반려동물을 기르는 데 부담이 되는 항목은 바로 의료비다. 반려동물이 나이가 들거나 병에 걸리면 말할 것도 없고, 예방접종, 초음파 등 검진만 하더라도 보험이 적용 되지 않다 보니 반려인들의 의료비 부담은 클 수밖에 없다. 얼마 전 소비자시민모임이 반려동물 서비스 관련 인식조사를 한 결과 10명 중 8명이 반려동물관련 지출비용 중 의료비 부담이 가장 크며 10명 중 8명은 동물병원 진료비 기준 마련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앞서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지난 7월 카드이용자 3,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발표에서도 10명중 8명은 반려동물 병원비를 정책적으로 통일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들쑥날쑥인 동물병원들의 진료비’의 균등화를 요구하는 청원 글이 올라오는 등 동물병원 의료비 정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얼마 전 반려견 꿀꿀이의 피하주사를 위해 구입한 수액, 알코올 솜, 주사기 세트.

문제는 동물병원 의료비 부담을 어떻게 낮추느냐에 있다. 지난 2015년 6월 서울 마포구에 문을 연 국내 첫 협동조합 동물병원 ‘우리동생’은 소비자단체와 자체 조사를 조합해 동물병원들이 가장 많이 채택한 값으로 진료비를 정했다. 현재 1,800여명의 조합원이 활동하면서 지역 커뮤니티 역할까지 수행하고 있는 사례이긴 하지만 이를 모든 동물병원에 적용해 동물 의료비를 낮추는 대안으로 채택하기는 어렵다.

동물 의료비를 낮추기 위해 제시되는 방안 중 하나는 1999년 폐지한 동물의료수가제의 부활이다. 자율경쟁을 통해 진료비를 낮추겠다는 취지였지만 실제로는 진료비가 상승하는 결과로 나타났기 때문에 어느 정도 진료비 기준을 정해놔야 한다는 의견이 다시 힘을 얻고 있다. 독일에서 시행되고 있는데 진료비용이 어느 정도 상향 조정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고 시장경제 질서에 반한다는 우려가 나온다.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는 예방접종, 중성화수술 등 기본적 항목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진료비 기준이 마련되는 게 적절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미국 등에서 시행되는 진료비 공시제를 도입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동물 병원 진료비를 공개하는 것인데 소비자 선택의 폭을 넓힐 순 있지만 동물의 상태에 따라 검사와 치료를 해야 하는 진료의 특성상 공시제가 효과적이겠냐는 지적도 나온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올 초 발주한 반려동물 의료비 부담을 낮추기 위한 연구용역에 대한 결과를 27일 최종 보고하고 전문가, 관련단체 등의 의견을 수렴해 국내 실정에 맞는 진료비 부담완화 방안을 내년에 마련키로 했다.

동물을 기르는 책임감에는 의료비 부담도 포함되어 있다. 하지만 진료비에 대한 반려인들의 깊어진 불신을 해소하고 유기동물 발생과도 연관되어 있는 의료비 부담을 완화하는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글·사진=고은경 동그람이 팀장 scoopkoh@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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