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세업자ㆍ강사들 요구 따라
효력 1년간 유예하는 내용
“개정안 연내 처리 시급” 목소리
여야, 개헌특위 연장 등 갈등
본회의 개최 협상도 시작 안해
“정치 공방에 민생 패싱” 비판
여야가 국회 개헌특위 연장 문제와 관련해 협상력을 발휘하지 못한 채 끝까지 대립하면서 지난 11일 문을 연 12월 임시국회는 25일 현재까지 법안을 한 건도 처리하지 못했다. 여야는 애초 지난 22일 본회의에서 새해 예산안 처리 등의 과정에서 밀린 주요 법안과 함께 감사원장·대법관 인준안을 처리할 예정이었으나 개헌특위 연장 문제를 둘러싼 갈등으로 본회의 자체를 열지 못했다

여야의 본회의 파업 사태가 지속되면서 민생 법안 처리가 기약 없이 미뤄지고 있다. 특히 올해 안에 법안이 통과되지 못하면 당장 내년 1월 1일부터 실질적인 피해가 야기되는 일몰법안의 처리가 시급하다. 그러나 여야는 여전히 정략적 정치 공방에만 열을 올리고 있어 민생은 내팽개친 ‘민폐 국회’라는 비판이 높아지고 있다.

국회는 지난 22일 올해 마지막 본회의를 앞두고 32개 법안을 안건으로 올렸지만 헌법개정특별위원회 연장 문제를 둘러싼 여야의 갈등으로 본회의 자체가 무산되면서 법안 처리는 물 건너 갔다. 개정된 국회법 규정에 따라 12월 임시국회는 다음달 9일까지 회기가 연장된 가운데 여야는 아직 본회의 개최를 위한 협상도 시작하지 않고 있다.

본회의의 연내 개최 무산으로 올해 말까지 효력이 유효한 일몰법안들이 당장 새해부터 타격을 입게 된다. 대표적으로 전기용품및생활용품 안전관리법(전안법) 및 시간강사법 개정안이 처리되지 못하면 상당한 피해가 예상된다. 업계에서는 전안법 개정안과 관련된 소상공인이 600만, 시간강사법 개정안에 영향을 받는 시간강사를 8만명으로 추산하고 있다.

전안법 개정안은 전기용품에 더해 의류 및 잡화 등 생활용품에도 KC(국가통합인증) 인증을 의무화하는 법안을 잠정 유예하는 게 골자다. 앞서 국회는 가습기 살균제 사태 이후 안전관리를 강화하겠다는 명목으로 전안법을 만들었지만, 인증 비용 부담 등을 호소하는 영세소상공인들을 감안해 매년 개정안을 통과시키는 방식으로 법 적용을 미뤄왔다. 전안법 원안에 따르면 액세서리 등 소량의 수입 물량에 대해서도 인증 비용만 30만원이 들어가 업계에선 “현실을 무시한 악법”이란 비판이 비등했고,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 올라온 전안법 폐기 청원은 20만 건을 훌쩍 넘긴 상태다.

개정안이 본회의에서 처리되지 못하면 당장 내년부터 전안법 원안이 그대로 적용되기 때문에 의무인증을 지키지 않는 소상공인에게도 3년 이하 징역이나, 3000만 원 이하 벌금 또는 500만 원 이하 과태료가 부과된다. 소상공인들은 비용폭탄을 감수해야 하거나, 범법자로 내몰릴 처지가 되는 것이다.

시간강사법 유예 법안 역시 당사자들인 시간강사들의 요구에 따라 개정안을 통해 3차례나 법 적용이 연기돼 왔던 법안이다. 시간강사들은 시간강사법이 시행될 경우 도리어 비정규직 양산, 대량해고 등의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본회의 연내 무산으로 잇단 행정적 차질도 예상된다. 국회 의사국에 따르면 각 상임위와 정부 부처가 이미 사전 협의를 거쳐 연내 공포가 필요한 법안으로 지정한 안건은 모두 12건이다. 독립유공자예우에 관한 법률개정안은 주택우선 공급 신청 기간이 연초(1월 12일까지)에 한번 지정돼 있다는 이유로, 외무공무원법 개정안 역시 1월 1일 선발 공고가 나가기 때문에 연내 처리가 불가피하다.

본회의에 회부된 민생법안 32건 모두 여야가 한 목소리를 낸 무쟁점 법안이라는 점에서 한국당의 본회의 보이콧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실제 평창동계 올림픽 후원사가 아닌 기업이 올림픽을 매개로 이른바 ‘매복 마케팅’에 나서는 행위를 금지하는 법안은 염동열 자유한국당 의원의 대표 발의로 여야 이견 없이 상임위를 통과한 바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손 들고 발의한 법안도 있는데 본회의를 거부할 이유가 없지 않느냐”며 “여당이 한국당을 패싱한다고 비판할 게 아니라 스스로 민생 패싱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 봐야 한다”고 꼬집었다.

강윤주기자 kkang@hankookilbo.com

인기 기사

web_cdn 저작권자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정치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