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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 출신 CEO 선임, 모순인가 현장경험 활용인가

입력
2017.12.26 04:40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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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폴리텍대학 이사장에

전 민주노총 위원장 취임 등

고용부 산하기관 12곳 중 3곳

노조 임원 출신이 수장 맡아

“노조활동하다 기득권 차지 모순”

“직업선택 자유… 배제 이유 없어”

이석행 전 민주노총 위원장
이석행 전 민주노총 위원장

노조위원장과 사장님. 기본적으로 밀고 당기는 긴장관계를 형성하는 자리이다. 그런데 이번 정권 들어 노동조합 임원 출신이 공공기관 수장 자리를 꿰차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경영에서도 노조 활동 경험을 살릴 수 있다는 해석이 있는 반면, 노조 운동의 근간을 훼손하는 행위라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

25일 고용노동부와 노동계에 따르면 지난 18일 한국산업인력공단 제14대 이사장에 김동만 전 한국노총 위원장이 취임했고, 20일에는 한국폴리텍대학 제8대 이사장에 이석행 전 민주노총 위원장이 취임했다. 지난 정권 때 취임한 노사발전재단의 이정식 사무총장(4월 취임) 역시 한국노총 사무처장 출신이다. 이에 따라 현재 고용부 산하기관 12곳(안전보건공단은 현재 공석) 중 3곳이 노조 임원 출신 수장을 맞게 됐다.

또 공기업인 한국공항공사(KAC)의 자회사로 이달 말 설립되는 KAC 공항서비스 사장에는 한국노총 이상연 대외협력실장이 선임됐다. 이 자회사는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화 정책에 따라 청소, 경비 등 업무를 맡고 있는 비정규직 근로자들을 정규직으로 고용하기 위해 설립됐다.

외부의 시선은 썩 좋지는 않다. 한때 노동운동의 선봉에 섰던 이들이 결국 정부와 관련된 요직을 차지하며 기득권을 안는 것이 모순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일부 노조가 사적 이익에 몰두하는 귀족노조라는 비판을 받는 상황에서 노동운동의 리더 경력이 기득권 유지를 위한 수단으로 이용됐다는 점에서 국민들의 반감을 피하기 어려운 것”이라고 말했다. 정규직 전환을 위해 자회사 체제를 비판하고 직접고용을 주장해온 노동계에서 한국공항공사 자회사 사장으로 가는 것이 모순이란 지적이 제기되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재계도 불만이다. 김영주 고용부 장관(전 한국노총 금융노련 부위원장), 문성현 노사정위원장(전 민주노총 금속연맹 위원장)에 이어 노동계 인사들의 등장이 기울어진 운동장을 만들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재계 관계자는 “정부와 코드를 맞춘 노동계 인사들이 늘면서 가뜩이나 정부로부터 외면 받아 위축되고 있는 재계에 더 큰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다”라고 말했다.

전문성 결여 논란도 꼬리표처럼 따라온다. 한국폴리텍대학 전국교수협의회는 이 이사장의 내정 소식이 나온 뒤인 지난달 10일 “직업교육훈련분야의 전문성과 교수사회의 리더로서 걸맞지 않는 인사가 내정됐다”라며 1,200여명의 연대 서명과 함께 반대 성명서를 발표했다. 한국폴리텍대학 이사장에 노조 임원 출신이 들어온 것은 처음이다.

그러나 기관의 성격에 따라 노조 임원 출신도 충분히 전문적인 이력으로 볼 수 있으며, 여러 분야 인력 중 노조 출신을 굳이 배제할 필요는 없다는 반론도 상당하다. 김동만 한국산업인력공단 이사장은 “노동 현장을 다닌 경험이 직업능력 개발 사업 등에는 오히려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 고용부 산하기관 관계자는 “역대 각 기관 수장들의 이력을 살펴봐도 기관 내부인사나 정부 관료, 사업 특성과 무관한 유명 교수 등 다양한 스펙트럼을 가진 이들이 있었다”라며 “중요한 것은 리더십과 경영 능력이므로 노조 출신이라고 해서 굳이 반대할 이유도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노총 관계자도 “개인의 선택에 대해서 굳이 왈가왈부하긴 어렵다”라고 선을 그었다.

정준호 기자 junho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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