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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의 슈바이처’ 용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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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의 슈바이처’ 용산구

입력
2017.12.26 04:40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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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딩성 퀴논시와 자매결연 맺고

이성진 교수와 백내장 수술지원

우수 인재 선발 장학금 혜택도

라이따이한 위한 사랑의 집짓기 등

베트남 내 한국 이미지 개선 앞장

이성진 순천향대 안과 교수가 25일 서울 용산구 순천향대 서울병원에서 베트남 퀴논시 백내장 수술 지원사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용산구청 제공
이성진 순천향대 안과 교수가 25일 서울 용산구 순천향대 서울병원에서 베트남 퀴논시 백내장 수술 지원사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용산구청 제공

“베트남은 자외선이 강해 백내장 환자가 유독 많아요. 주민들이 실명 위험에 늘 노출돼 있습니다.”

25일 서울 용산구 순천향대 서울병원에서 만난 이성진 안과 교수는 베트남의 실정을 이 같이 설명했다. 그는 “베트남 실명인구 10명 중 7명이 백내장 때문에 시력을 잃었다”며 “한쪽 눈 실명자가 약 100만명으로 추산된다”고 말했다.

이 교수가 베트남 상황에 눈을 뜨게 된 것은 서울 용산구 덕분이었다. 용산구는 베트남전 당시 맹호부대의 주둔지이자 한국군의 학살이 자행됐던 빈딩성에서 한국의 이미지를 개선하기 위해 1997년 빈딩성 퀴논시와 자매결연을 맺고 우호교류사업을 진행해왔다.

이 교수는 2012년 3월 용산구 대표단과 함께 퀴논시를 찾아 의료보건 협력사업을 논의했다. 현지 병원은 3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병실에 550여명의 환자가 입원할 정도로 만성 병상부족에 시달렸고, 1일 평균 700여명에 달하는 외래환자를 80여명의 의료진이 막아내고 있는 실정이었다.

현지 상황을 파악한 이 교수와 용산구 대표단은 한국에 돌아온 후 본격적으로 지원사업을 준비했다. 용산구에 본사가 있는 아모레퍼시픽이 2억원을 후원해준다고 해 준비작업에 속도가 붙었다. 이 교수는 “백내장 치료에 필요한 현미경, 인공렌즈, 수술기구 등 모든 장비를 따져보니 약 3억원 정도의 예산이 필요했다”며 “상황을 전해 들은 안과장비 업체 대표들의 도움으로 2억원에 모든 준비를 마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성진 교수가 2014년 베트남 퀴논시를 찾아 백내장을 앓고 있는 현지 주민을 치료하고 있다. 용산구 제공
이성진 교수가 2014년 베트남 퀴논시를 찾아 백내장을 앓고 있는 현지 주민을 치료하고 있다. 용산구 제공

이듬해 5월 이 교수와 용산구 대표단은 퀴논시 종합병원을 찾아 환자를 받았다. 이 교수는 “장비와 의료진들이 간다고 모든 문제가 해결된 것이 아니었다”며 “현지 주민들과의 의사소통 문제 등 예상치 못했던 변수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다행히 이 문제는 한국에서 유학생활을 한 젊은이들이 해결했다. 이 역시 용산구 지원사업의 결실이었다. 용산구는 2010년 10월 숙명여대와 ‘외국인 우수인재 유학지원 협력’ 협약을 맺고 퀴논시 거주 우수학생을 선발했다. 2011년 부이 티 리 리(25)가 행정학과에 입학한 이후 3명의 퀴논시 출신 학생이 숙명여대를 졸업했고, 3명이 재학 중이다.

숙명여대에 재학 중인 응우엔 낌 하안(맨 오른쪽), 레띠 호 디엡(가운데), 응옌 누 응엣 항이 25일 용산구청에서 한국 유학생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용산구청 제공
숙명여대에 재학 중인 응우엔 낌 하안(맨 오른쪽), 레띠 호 디엡(가운데), 응옌 누 응엣 항이 25일 용산구청에서 한국 유학생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용산구청 제공

경제학과 2학년에 재학 중인 응우엔 낌 하안(21)은 “어학당에서 공부해 한국어능력시험을 치른 뒤 경제학과에 입학했다”며 “등록금과 기숙사비 등을 지원받고 있어 학업에만 열중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경제학과 1학년에 재학 중인 레띠 호 디엡(20)은 “내가 받은 혜택을 사회에 돌려주고 싶다”고 밝혔다. 실제로 이들은 졸업 후 본국으로 돌아가 1년간 퀴논시 소재 국제교류사무소에서 통역업무를 맡게 된다. 또 숙명여대 유학생 출신들을 중심으로 장학재단 설립도 추진하고 있다.

용산구는 이 외에도 2012년부터 저소득 가정과 라이따이한을 위한 ‘사랑의 집 짓기’ 사업을 추진해 해마다 주택 두 채를 짓고 있다. 또 퀴논세종학당 운영과 상호 공무원 파견 등을 통해 퀴논시와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이 교수도 간호사1명, 장비기술자 1명을 대동해 매년 2회씩 꾸준히 퀴논시를 찾는다.

이 같은 노력 덕에 ‘한국증오비’가 세워졌던 빈딩성 일대에서 한국의 이미지가 점차 긍정적으로 변해가고 있다. 이 교수에게 백내장 수술을 받은 쯔엉 홍 끼(50)은 “2015년과 2016년 두 차례 수술을 받은 뒤 시력을 회복했다”며 “한국에 매우 감사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성장현 용산구청장은 “아픈 기억을 치유하고 희망찬 미래를 만들어갈 수 있도록 대 베트남 교류 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2015년과 2016년 베트남 퀴논시 병원에서 백내장 수술을 받은 쯔엉 홍 끼가 수술 후 회복실을 찾았다. 용산구청 제공
2015년과 2016년 베트남 퀴논시 병원에서 백내장 수술을 받은 쯔엉 홍 끼가 수술 후 회복실을 찾았다. 용산구청 제공

박주희 기자 jxp93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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