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총리 대항마로 주목

“한일관계 단 번에 해결할 수 없어
과거사ㆍ협력사안 분리 배려해야”
“한일 양국 시민 레벨까지 서로
오해 쌓이는 게 가장 유감인 상황”
노다 세이코 일본 총무장관이 21일 도쿄 지요다구 가스미가세키에 있는 내각 총무ㆍ여성활약담당 장관실에서 한국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도쿄=박석원 특파원

일본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의 노다 세이코(野田聖子ㆍ57) 총무장관이 21일 한국일보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한일관계는 단번에 해결할 수 없는 만큼 ‘더블트랙’(과거사와 협력사안 분리)으로 서로 배려해 시간을 들여가야 한다”고 말했다. 노다 장관은 “한국에 가 화장품을 사고 음식을 즐기는 일본여성들이 한국인들로부터 미움을 받지 않을까 걱정한다면 이는 너무나 슬픈 일이다”라고 냉각된 양국관계를 우려했다. 그는 ‘사학스캔들’로 정권붕괴 위기까지 갔던 아베 총리가 벼랑 끝에서 단행한 ‘8ㆍ3 개각’의 상징 인물로 꼽힌다. 아베노믹스를 비판하는 등 아베에게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는 인물임에도 내각의 주요한 자리를 차지했기 때문이다.

노다 장관은 도쿄 지요다(千代田)구 가스미가세키의 내각 총무ㆍ여성활약담당 장관실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나는 총리가 가장 무서워하는 여성 중 하나”라고 말하며 웃어 보였다. 아베 총리가 아내 아키에(昭恵) 여사 다음으로 중요하게 여기는 여성이라는 얘기다. 그는 최초의 여성 총리 후보로 불리는데 대해 “내년 9월 자민당 총재(총리)선거에서 당의 민주주의 장치를 지키고 지지자들 기대에 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의원 선거에서 자민당이 예상을 깨고 압승했다. 선거를 어떻게 치렀나.

“중의원 선거는 12일간 선거운동을 한다. 다른 후보 지원유세에 집중하느라 내 선거구(기후현1구)엔 4시간 정도밖에 없었을 만큼 힘들었다. 선거직전 야당이 분리돼 득을 본 점도 있다. 한국과도 관련있는 북한에 대한 튼튼한 (안보)체제를 만들겠다는 점, 그리고 저출산 문제해결을 내세워 선거에 임했다. 이 두가지를 축으로 선거를 치렀고 국민도 이를 이해했다.”

-자민당 총재선거에 도전할 것으로 안다. 아베 총리와 관계가 어떤가.

“총리가 한 행사장에서 ‘가장 무서운 여자가 2명 있다’고 했다. 아키에(昭惠) 여사와 노다씨라고 말했다. (내가 내각에 들어가서인지) 아베 총리의 태도가 확실히 온화해졌다. 총리에게 나는 까다로운 상대일 것이다. 절대로 그를 따라가는 고분고분한 사람이 아니다. 총리와는 함께 국회의원에 9번 당선됐다는 점에서 정치적 동기이다. 최근 임시국회에서 아베 총리가 야당에 침착하게 대처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아베는 국회 답변 때 야당의원에 고압적으로 맞서기로 유명하다). 이전처럼 했다면 내가 (자제하라고) 메모를 건넸을 것이다.”

-최초의 여성 총리감으로 불린다. 선거를 어떻게 준비하나.

“한국과 달리 일본 국민은 직접 행정수반을 선택할 수 없다. 대신 자민당원이 되면 총재선거 투표권이 생겨 간접적이지만 총리를 고를 수 있다. 그런데 2015년 총재선거는 (아베의 무투표 당선으로) 지지자들 의견이 반영되지 않아 최악이었다. 중요한 지원자들을 배신한 것이다. 후보자가 나와도 남성들뿐이니 다양성을 보여줄 수 없다. 내년 9월엔 지지자들의 기대에 부응할 것이다. 자민당내 민주주의 장치를 지키는 사람이 될 것이다.”

-장애아동을 키운다는 사실을 공개하면서 장애인 지원문제를 내세우고 있다.

“나는 쉰 살에 아이를 낳았다. 이게 일본의 문제를 상징한다. 여성은 결혼ㆍ임신ㆍ출산 등으로 포기해야 하는 부분이 많다. 늦은 나이에 얻은 아들에게 장애가 없었다면 아마도 지금처럼 정치를 계속하고 있지 않았을 것이다. 장애아동이 살아가기 힘든 일본을 바꾸는 것이야말로 어머니로서 내 책임이고 정치적 사명이다.”

-위안부 문제를 비롯해 한일 관계가 여전히 어렵다.

“일본 여성들이 한국 화장품과 한국 음식을 즐기지 못한다면 서로에게 굉장히 슬픈 일이다. ‘낭만닥터 김사부’라는 한국 드라마를 좋아한다. 아무 때나 거리낌 없이 서울과 도쿄를 왔다 갔다 하는 한일관계를 만들고 싶다. 평창 동계올림픽을 찾고 싶지만 정기국회 때문에 힘들 것 같다. 회기 중에 한국에 간다면 야당 의원들이 좋게 보지 않을 것이다.”

-한국의 정계인사와 친한 사람이 있나.

“아이가 장애가 있고 서울시장 선거에 나온 적이 있는 나경원 의원(자유한국당)을 잘 안다. 서로 통하는 부분이 많아 가끔 이것저것 많이 듣고 있다. 이전 정부때는 유흥수 주일 한국대사가 니혼슈(일본술)을 좋아해서 같이 마신 적도 있다.”

도쿄=박석원 특파원 spark@hankookilbo.com

노다 세이코 총무장관은 한국음식을 좋아해 도쿄 아자부주반에 있는 한국요리집이 단골이다. 정계입문전 데이코쿠호텔 근무 당시 객실 화장실 물을 마시며 혹독한 신입사원 시절을 보낸 일화도 유명하다. 도쿄=박석원 특파원

●노다 세이코 총무장관

자민당 여성 의원을 대표하는 중량급 인사다. 도쿄의 데이코쿠(帝國)호텔 직원을 거쳐 1993년 기후현 중의원선거에서 중앙 정계로 진출했다. 1998년 오부치 내각 때 37세로 입각(우정장관), 일약 차세대 여성 리더로 주목받았고 2008년 아소 다로 내각에서 특명담당 장관으로 소비자 문제를 관장했다. 2012년 제2차 아베 정권에선 당 3역인 총무회장을 했다. 2015년 총재선거에 유일하게 아베에게 대항했지만 추천인 20명을 채우지 못해 아베가 무투표 당선됐다. 임신과 유산을 거듭한 경험을 담아 2004년 ‘나는 낳고 싶다’는 책을 내고 2011년 1월 체외수정으로 아이를 낳았다.

web_cdn 저작권자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