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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천 화재 참사] “여보, 난 이제 어떻게 살아” 빗속 울고 또 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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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천 화재 참사] “여보, 난 이제 어떻게 살아” 빗속 울고 또 울고…

입력
2017.12.24 17:08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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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복 차림 남편, 영정 앞 오열

“책임자, 와서 보고 용서 빌어야”

모녀 3대 발인도 통곡 속 엄수

24일 충북 제천시 노블 휘트니스 스파 화재 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가 마련된 제천체육관에 조문객 발길이 이틀째 이어지고 있다. 제천=연합뉴스
24일 충북 제천시 노블 휘트니스 스파 화재 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가 마련된 제천체육관에 조문객 발길이 이틀째 이어지고 있다. 제천=연합뉴스

“아침저녁으로 녹즙을 짜주던 사람이에요, 나를 살리던 사람입니다. 누가 이렇게 만든 겁니까, 집사람 없이 제가 어떻게 살아야 하나요.”

24일 오전 충북 제천시 노블 휘트니스 스파 화재 희생자 29명의 합동분향소가 마련된 제천체육관. 전날 가장 먼저 발인을 마친 고(故) 장경자(64)씨의 동갑내기 남편 김인동씨는 환자복 차림으로 아내 영정 사진 앞에 무릎을 꿇고 통곡했다. “경자야, 경자야!” 불러도 대답 없는 외침 속에 주변에 있던 유족과 조문객도 함께 울었다.

사고 당일인 21일 오후 아내와 함께 헬스장을 찾았던 김씨는 화재 소식을 접하고 건물 밖으로 뛰쳐나가던 중 아내가 앞서 나가는 것을 봤다. 무사히 빠져나갔을 것이란 생각에 다른 사람 구조를 돕다 탈출했지만 건물 밖엔 아내가 없었다. 화염에 휩싸인 건물을 바라보며 김씨는 “아내가 저기 있다” “꺼내달라”고 울고 또 울었다. 김씨는 “(사고를 키운 사람들을) 처벌하는 게 능사가 아니다, 다시는 이러한 인재가 발생하지 않도록 여기 와서 보고 용서를 빈 다음 (제천 화재 참사를 교훈으로) 목숨 걸고 일했으면 좋겠다”고 오열했다.

겨울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 속에도 황망한 죽음을 기리는 조문객 발길은 끊이지 않았다. 분향소를 차린 전날 2,002명을 더해 이날 오후 5시까지 조문객은 3,600명을 훌쩍 넘겼다. 8대째 제천에 거주하고 있다는 김경수(65)씨는 어린 손자 둘의 손을 꼭 잡고 분향소를 찾아 “조용한 제천에 이런 큰 비극이 발생하니, 하늘도 슬펐는지 비가 이렇게나 온다”며 “같은 제천 사람으로서 슬픔을 나누고, 또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는 바람을 담아 손자들 크리스마스 선물을 사기 전에 여기(분향소)를 왔다”고 했다. 어머니 동생과 함께 온 대재중 학생 조현서(14)군은 “사고 현장에서 3분 거리에 사는데, 동네를 오가며 봤을 분들이라 생각하니 마음이 아파 도저히 오지 않을 수 없었다”며 “하늘에서는 고통 없이 지내시길 바란다”고 전했다.

사고 원인을 규명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잊지 않았다. 불이 난 헬스장을 수년 째 다녔다는 대한적십자사 충북지사 소속 이모(53)씨는 “(탈출구가 됐어야 할) 자동문이 최근 들어 잘 열리지 않았던 것은 물론, 비상구가 어디 있는지 (회원들이) 제대로 몰랐던 것도 사실”이라며 “(평소) 사소한 부분으로 여겨진 것들을 잘 정비해야 다시는 이런 참사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당부했다. 제천시 서부동에 사는 권현경(64)씨는 “소방차 진입을 방해한 불법주차 차량 등 전반적인 점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피의자 신분으로 경찰 조사를 받고 있는 건물주 이모(53)씨는 전날 “사람 도리 하겠다”라며 합동분향소를 찾았으나 유족 측 거부로 조문이 무산됐다.

이날은 사이 좋았던 모녀 3대의 발인도 이뤄졌다. 수능이 끝나고 제천에 사는 김현중(80)씨를 찾았던 딸 민윤정(49)씨와 외손녀 김지성(18)양은 2층 사우나에서 변을 당했다. 발인식이 열린 제천서울병원 장례식장은 “이렇게 가면 안 된다”며 이들을 놓지 못하는 유족들 울음소리로 가득 찼다. 지성양 친구들도 이곳을 찾아 짧은 생의 마지막 길을 함께 했다. 전날 장경자씨에 이어 이날 19명의 장례식이 열렸고, 25일과 26일 각각 5명, 4명의 장례 절차가 잡혀있다. 희생자 대부분은 제천시립화장장인 영원한쉼터에 안장될 계획이다. 제천시는 오전 8시부터 오후 10시까지 분향소를 운영하고, 장례 절차가 끝나더라도 유가족이 원할 때까지 분향소를 유지할 방침이다.

제천=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홍인택 기자 heute128@hankookilbo.com 강유빈 기자 yubin@hankookilbo.com

24일 충북 제천시 노블 휘트니스 스파 화재 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가 마련된 제천체육관 내 유가족 대기실 천막에 한 유가족이 고인과의 추억이 담긴 사진을 붙이고 있다. 제천=연합뉴스
24일 충북 제천시 노블 휘트니스 스파 화재 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가 마련된 제천체육관 내 유가족 대기실 천막에 한 유가족이 고인과의 추억이 담긴 사진을 붙이고 있다. 제천=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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