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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입양 아이들 찍는 첫 순간 ‘내 일이다’ 생각 들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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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입양 아이들 찍는 첫 순간 ‘내 일이다’ 생각 들었죠”

입력
2017.12.22 16:12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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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세현 작가 15년째 사진전 열어

아기와 유명인 한 컷에 담아

올해는 이상화 등 스포츠 스타 동참

“입양 인식 개선 자부심 느껴요”

조세현(오른쪽) 작가가 입양을 기다리는 아기들과 유명인들을 함께 한 장면에 담는 사진전 '천사들의 편지'에 전시할 사진을 찍기 전 우는 아기를 달래고 있다. 그는 아기들이 카메라라는 도구를 통해 사진을 보는 이들에게 편지를 쓰게 한다는 심정으로 아기들이 카메라에 정확히 눈을 맞추게 한다고 했다. 조세현 씨 제공
조세현(오른쪽) 작가가 입양을 기다리는 아기들과 유명인들을 함께 한 장면에 담는 사진전 '천사들의 편지'에 전시할 사진을 찍기 전 우는 아기를 달래고 있다. 그는 아기들이 카메라라는 도구를 통해 사진을 보는 이들에게 편지를 쓰게 한다는 심정으로 아기들이 카메라에 정확히 눈을 맞추게 한다고 했다. 조세현 씨 제공

“대한사회복지회가 2003년 가을에 해외 입양을 떠나는 아이들의 100일 사진을 찍어 달라는 부탁을 해왔어요, 그런데 이상하게도 촬영하는 순간 내내 ‘이건 내가 할 일이다’라는 생각이 드는 거에요. 그래서 다음 해에는 제가 ‘아기와 유명인이 함께 찍으면 어떻겠냐’고 복지회에 제안을 했죠.”

2003년부터 조세현 사진작가가 국내 입양 인식 개선을 위해 시작해 올해로 15회째를 맞는 사진전 ‘천사들의 편지’가 20일부터 열리고 있다. 입양을 기다리는 아기들과 이들을 보듬는 유명인을 한 장면에 담은 사진 등을 전시하는 ‘천사들의 편지’는 25일까지 서울 인사동길 가나인사이트센터에서 열린다.

올해 ‘천사들의 편지’ 부제는 조 작가의 뜻에 따라 평창올림픽 슬로건인 ‘하나된 열정’으로 정했다.

그 동안 ‘천사들의 편지’가 아기와 함께 하는 연예계 스타들 모습만을 주로 담았던 것과 달리, 올해 전시회에는 스포츠 스타들의 모습도 담아서다. 조 작가는 “2008년부터 장애인올림픽 공식사진가로 참가하는데다, 이번 평창올림픽 홍보대사도 맡은 게 인연이 됐다”며 “올해에는 가수 선미와 이상화(스피드스케이팅) 선수 등 모두 14팀(개인 포함)이 모델로 참여했다”고 말했다.

올해 사진전 모델은 이보미(프로골퍼), 션ㆍ선미ㆍ그룹 세븐틴ㆍ그룹 뉴이스트W,ㆍ그룹 JBJ(가수)를 비롯해 이상화ㆍ이승훈ㆍ박승희(스피드스케이팅), 정승환(장애인 아이스하키), 서보라미(파라 크로스컨트리스키), 최재우(모글스키), 휠체어컬링팀이다. 올해 모델 중 조 작가에게 특히 인상에 남은 이는 입양아 출신인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 박윤정 선수다. 박 선수가 4개월 때 미국으로 입양 됐는데, 이번에 함께 사진을 찍은 아기도 4개월 된 아기란 말에 촬영 내내 아기의 환한 앞날을 바라를 바라는 박 선수의 간절함이 느껴졌다. 조 작가는 “처음엔 아기들에게 옷을 입히고 찍었는데, 옷차림을 통해 은연 중에라도 경제적 상황이 드러나는 게 싫었다”며 “스타들 역시 흰색 티셔츠 위주의 심플한 옷만 입고 카메라 앞에 선다”고 말했다.

입양아 출신 한국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 박윤정 선수가 아기와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입양아 출신 한국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 박윤정 선수가 아기와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천사들의 편지’를 처음 시작할 땐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은 했지만, 15년간 이어질 것이라고는 조 작가 자신도 생각하지 못했다. 가끔 ‘연예인들이 아기를 이용하고 있다’는 이유 모를 비난까지 받을 때는 정말 그만둘까 고민도 했단다. 하지만 응원의 목소리가 더 컸기에 여기까지 왔다. 그는 “2006년 입양의날(5월11일)이 제정되는 등 ‘천사들의 편지’가 입양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데 큰 역할을 했다고 본다”며 “과거 해외입양 일색에서 지난해 보건복지부 집계 기준으로 해외 입양(334명)에 비교해 국내 입양(546명)이 상대적으로 늘어난 것도 뜻 깊은 현상”이라고 했다.

199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잡지, 광고 사진을 촬영하며 수많은 배우와 가수를 길러낸 조 작가는 ‘천사들의 편지’를 시작으로 서서히 우리 사회 도움이 필요한 곳을 조명하기 시작했다.

그는 2005년 월드비전과 함께 구호 현장을 살피고, 2008년부터는 대한장애인체육회 소속 선수들의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또 2012년부터는 비영리 사단법인 ‘조세현의 희망프레임’을 설립해 소외계층을 위한 문화예술교육 사업을 하고 있다. 그는 이런 활동들을 인정받아 대통령 표창(2011년)과 유엔난민기구(UNHCR) 공로상(2014년) 등을 받았다.

“‘천사들의 편지’ 촬영 때는 아기들이 카메라에 정확히 눈을 맞추게 해요. 카메라라는 도구를 통해 아기들이 사진을 보는 이들에게 편지를 쓰는 겁니다.”

이태무 기자 abcdef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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