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섭 ' 아픔이 길이 되려면'

아픔이 길이 되려면. 김승섭 지음, 동아시아 발행

2017년은 뜨겁고 빨랐다. 무능과 폭정이 무너지고 새로운 정부가 들어섰다. 그러나 적폐청산은 길이 멀고 사회는 치유되지 않은 채 힘겹게 버티고 있다. 올해 교양부문 본심에 오른 책들은 그런 시대를 잘 드러내고 있다.

그 가운데 ‘아픔이 길이 되려면’과 저자 김승섭은 최고의 수확이다. 한국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를 새로운 시각으로 분석했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의학적 자료를 충실하게 마련함으로써 주장의 객관성도 잘 도출했을 뿐 아니라 사회적 질병에 대한 사회적 해결을 근원적인 문제부터 세밀하고 이해하기 쉽게 이끌어내는 힘은 ‘사회역학’이라는 새로운 영역과 그의 시선과 공감에서 비롯되는 것이라 여겨진다. 현상으로 접근했거나 개략적 대안의 제시에 그쳤던 많은 책과는 달리 심도와 시선에서 탁월한 저작이다. 첫 책은 앞으로 저작을 주목한다는 점에서 의도적으로 피했던 관례(?)를 가볍게 깨뜨릴 만큼 심사위원 전원의 추천을 받았다. 내용뿐 아니라 글의 밀도도 좋았다. 앞으로 그가 더 좋은 연구와 저작을 내놓기를 기대하기에 충분하다.

‘용서에 대하여’도 날카로우면서도 따뜻한 시선이 녹아있고 용서에 대한 근본적 ‘물음’이라는 관점을 제시한 점에서 주목 받았고 ‘지능의 탄생’ 또한 지능과 뇌, 그리고 인공지능의 미래에 대한 새로운 이론서라는 장점뿐 아니라 그 내용의 충실성에 높은 평가를 받았다. ‘춘추전국이야기’도 예상 밖으로 많은 지지를 받았다. 무엇보다 저자의 공력과 노력이 담겼으며 입체적 재구성을 통해 사소한 실마리조차 놓치지 않고 새롭게 해석하는 시선은 매력적이다. 뛰어난 스토리텔링의 힘이 오히려 평가에서 마이너스로 제기될 만큼 뛰어나다.

‘세상을 바꿀 수 있습니다’ ‘대법원 이의 있습니다’ ‘지방도시살생부’ 등은 우리 사회의 여전한 통증을 외면하지 않았고 ‘일상기술연구소’ ‘살아남지 못한 자들의 책읽기’ 등은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의 힘을 색다른 방식으로 풀어냈다.

시대정신을 날카롭게 읽어내고 미래의제를 도출하는 힘을 갖춘 뛰어난 교양서들이 더 많이 출판되고 독자들이 함께 호흡할 때 우리 사회도 건강하게 발전할 것이라는 희망을 품게 된다.

김경집(인문학자)

인기 기사

web_cdn 저작권자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문화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