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이스라엘 군인 깨물어 영웅된 16세 소녀 시위 중 체포돼

아헤드 타미미(맨 왼쪽)가 2015년 8월 요르단강 서안 나비살레 지역에서 남동생을 체포하려는 이스라엘 군인에게 달려 들어 팔을 물어 뜯으며 격렬히 저항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지난주 금요일(15일) 온라인에서 앳된 얼굴의 한 10대 소녀가 이스라엘 군인들에 체포되는 동영상이 빠르게 퍼졌다. 군인들이 수갑까지 채운 소녀를 끌고 가는 장면이 공개되면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그의 석방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들끓고 있다. 영상의 주인공은 올해 열여섯 살 난 아헤드 타미미. 이스라엘의 억압에 맞서 싸우는 팔레스타인 저항의 아이콘이다.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인정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선언 이후 팔레스타인 민심은 폭발 직전이다. 주말이면 미국과 이스라엘을 규탄하기 위해 쏟아져 나온 주민들이 거리를 뒤덮는다. 타미미도 당시 자신이 살고 있는 요르단강 서안 나비살레 마을에서 주민 200여명과 함께 시위에 나섰다가 군인들에 붙잡혔다.

이스라엘 당국이 밝힌 체포 사유는 타미미가 폭력 시위를 주도했다는 것. 미키 로젠펠드 이스라엘 경찰 대변인은 “팔레스타인 여성들이 군을 공격한, 심각한 범죄”라고 말했다. 타미미를 포함한 일부 시위대가 군인들을 향해 돌을 던지고 거친 대응을 유도한 뒤 소셜미디어를 활용해 이스라엘의 폭력적 이미지를 조장하려 했다는 주장이다. 타미미 가족의 설명은 다르다. 아버지 바셈 타미미는 “군인들이 타미미의 10대 사촌에게 금속 재질의 고무탄을 쏴 혼수상태에 빠졌고, 집에 들이 닥쳐 휴대폰과 컴퓨터도 빼앗아 갔다”고 페이스북에 썼다.

타미미 체포가 눈길을 끄는 이유는 그가 오래 전부터 이스라엘 공권력에 두려움 없이 대항한 ‘스타 운동가’이기 때문이다. 타미미는 2015년 8월 일약 팔레스타인의 영웅으로 떠올랐다. 돌을 던진 남동생의 목을 감싸 쥐고 총을 들이대는 이스라엘 군인에게 달려 들어 팔을 물어 뜯으며 거칠게 대응하는 영상이 널리 유포되면서다. 2012년엔 발을 구르며 이스라엘 군인들에게 호통치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힌 적도 있다. 타미미는 2009년 이스라엘이 인근 할라미쉬 유대인 정착촌을 확장할 목적으로 나비살레 지역을 수용한 이후 매주 금요일마다 거리에서 싸우고 있다. 아버지와 어머니도 각각 8번, 5번 투옥될 만큼 열혈 투쟁가 집안이다.

하지만 이스라엘 측은 그를 ‘팔리우드(Pallywood) 스타’라 부르며 조작된 영웅으로 치부한다. 팔리우드는 팔레스타인이 무력으로는 이스라엘을 당해낼 수 없게 되자 연출된 이미지로 유대인의 폭력성을 부각하려는 온라인 선전활동을 뜻하는 용어이다. 타미미의 거친 행동 역시 정교하게 짜맞춘 시나리오라는 것이다. 나프탈리 베네트 이스라엘 교육장관은 “이번 사건은 최대 7년 징역형에 해당하는 중범죄”라며 “폭력을 행사한 여성들은 감옥에서 생을 마쳐야 한다”고 위협했다.

이스라엘의 비난에도 타미미의 명성은 이미 나라 밖까지 퍼졌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2015년 사건 직후 직접 그를 이스탄불로 초청해 저녁 식사를 했고, 올 여름엔 남아프리카공화국으로 연설 투어를 다녀오기도 했다.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는 19일 “타미미 석방을 요구하는 지지자들의 SNS 청원 운동이 확산되고 있다”며 10대 소녀가 팔레스타인 저항 운동의 상징이 됐다고 전했다.

김이삭 기자 hir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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