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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소기업이 미래다] “아토피 딸 위해 개발한 무세제 세탁볼, 유럽서 먼저 알아봤죠”

입력
2017.12.17 14:00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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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세라믹 볼이 세제 역할

거품 안 나면 빨래 안 된다는

고정관념에 국내 반응은 냉담

독일 홈쇼핑서 히트 유럽 진출

해외 인기에 국내 수요도 늘어

알칼리 필터ㆍ공기 필터에도 주력

“물ㆍ공기 정화로 인류건강 기여”

전형탁 바이오세라 대표가 경기 판교 본사에서 회사 주력제품인 알칼리 필터를 들고 정수 원리를 설명하고 있다. 배우한 기자.
전형탁 바이오세라 대표가 경기 판교 본사에서 회사 주력제품인 알칼리 필터를 들고 정수 원리를 설명하고 있다. 배우한 기자.

국내에서 큰 빛을 못 봤지만 해외에서 인기를 얻는 제품이 있다. 이런 제품은 종종 해외 인기를 바탕으로 국내 시장에서도 뒤늦게 화제가 되기도 한다. 국내 중소기업 ‘바이오 세라’가 1990년대 세계최초로 출시한 무세제 세탁볼이 대표적인 사례다.

전형탁 바이오세라 대표는 1994년 아토피 때문에 고생하는 큰딸 치료를 위해 이 제품을 개발했다. 딸의 피부가 세제로 세탁한 옷에 닿으면 아토피 증상이 더욱 악화했기 때문이다.

세제 없이 빨래할 수 있다는 무세제 세탁볼의 비밀은 제품 안에 들어있는 작은 바이오세라믹 볼에 있다. 세탁시 바이오세라믹 볼들이 전기적 충돌을 일으키고 이는 원적외선 파장에너지를 발산한다. 이 에너지가 물 분자를 작게 쪼개고 진동 에너지도 증폭시켜 섬유와 때의 결합력을 약화한다. 일반 세제가 하는 계면활성제 역할을 하는 셈이다.

전 대표는 “쪼개진 물 분자가 섬유조직으로 침투해 옷에 묻은 때를 걷어내기 때문에 세탁력이 높다”며 “제품 출시 당시 공인기관에서 실험했을 때 일반 세제와 세탁력에서 별 차이가 없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제품에 대한 시장의 반응은 차가웠다. 거품이 나지 않으면 빨래가 안 된다는 주부들의 고정 관념을 깨뜨리지 못한 것이다.

전 대표는 “세탁력을 비교하는 실험 결과를 제시해도 당시 소비자들은 거품이 나지 않는다는 사실에만 주목했다”며 “아토피 환자 가족이나 일부 환경단체에서 제품을 구입했을 뿐 일반 소비자들은 제품에 별 관심을 보이지 않아 사실상 실패한 상품이 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바이오세라의 세탁볼은 약 10년 뒤인 유럽에서 큰 인기를 얻는다. 독일의 한 홈쇼핑에서 이 제품을 소개했는데 환경보호에 관심이 높은 독일 주부들의 주문이 폭주했던 것이다. 그는 “독일에서 인기를 얻고 나자 프랑스 등 인접합 국가에서도 제품을 찾는 수요가 급증했다”며 “이후 홍콩과 중국, 미국 등지로 세탁볼 수출 지역을 넓혀갔다”고 말했다.

바이오세라 세탁볼이 히트를 치자 경쟁사 제품이 속속 등장하기도 했다. 특히 중국 회사들이 가격을 크게 낮춘 세탁볼을 잇달아 출시하면서 최근에는 예전과 같은 수출 실적을 올리지 못하고 있다.

전 대표는 “외국에서 화제가 되면서 최근에는 국내에서 무세제 세탁볼을 찾는 주부들도 늘고 있다”며 “돈을 벌기 위해서라 아니라 환경 보호와 우리 가족 건강을 위해 세탁볼을 쓰는 사람들이 더 늘어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바이오세라 무세제 세탁볼.
바이오세라 무세제 세탁볼.

어린 시절 우주과학자를 꿈꿨던 전 대표는 그 꿈을 이루기 위해 대학에서 ‘무기재료공학’을 공부했고 이때 세라믹을 처음 접했다. 세라믹 제품은 물과 흙 등 지구상에 존재하는 무기질 재료를 높은 온도에서 가공 성형해 만든 것으로 우주선뿐 아니라 도자기 등 일상생활에서도 많이 사용된다.

전 대표는 “대학시절 다양한 모습으로 변화해 인류에 도움이 되는 세라믹 매력에 푹 빠져 자연스레 세라믹에 대한 연구를 많이 하게 됐다”며 “졸업 후에는 세라믹 전문회사와 요업기술원 연구원 등을 거치면서 세라믹 원료와 조합 성형방법 등에 대해서 폭넓게 경험하면서 세라믹 전문가가 됐다”고 말했다.

전 대표가 지금의 회사를 설립한 것은 30대 중반이던 1994년이다. 세라믹을 이용해 사람들의 건강을 챙기는 제품을 만들어 보자는 생각에서였다. 바이오세라의 첫 제품은 ‘정수용 항균 볼’이었다. 그 후 무세제 세탁 볼과 정수기 필터 등 다양한 건강 관련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현재 바이오세라의 주력 제품은 정수기 등에 들어가는 알칼리 필터다. 산성화된 물이 이 필터를 거치면 약 알칼리성으로 변해 인체 산성도 균형을 맞춰주는 데 도움이 된다.

전 대표는 “사람의 몸은 약 알칼리성일 때 가장 건강하지만 현대인들은 음주와 흡연, 스트레스 등의 영향으로 몸이 산성화돼가고 있다”며 “알칼리성 물은 몸의 면역력과 산성도 균형을 맞추는 데 꼭 필요한 요소”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바이오세라는 공기 정화를 위한 ‘공기 필터 광촉매제’ 등을 생산하는 등 인류 생존에 필요한 물과 공기 정화 산업에 주력하고 있다. 바이오세라 제품은 현재 국내 대기업의 공기 청정기와 에어컨 등에 다수 납품되고 있다.

전 대표는 “바이오세라의 목표는 인류 생존에 꼭 필요한 물과 공기를 자연 원래 상태로 돌리는 데 기여하는 기업이 되는 것”이라며 “지속적인 연구 개발로 앞으로도 인류 건강에 도움이 되는 다양한 상품을 출시하겠다”고 말했다.

민재용 기자 insigh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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