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를 세상의 구원자로 형상화한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초상화 ‘살바토르 문디’가 국제경매에서 4억 달러에 팔렸다. 기존 예술작품 경매가 최고 기록의 두 배가 넘는다. 매입자는 작품 값에 더해 경비와 수수료 5,030만 달러까지 썼으니, 이 작품을 손에 넣는 데 약 4억5,000만 달러를 쓴 셈이다.

‘살바토르 문디’의 실제 구매자는 사우디아라비아의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가 엄청난 값을 치르고 산 초상화의 주인공인 예수는 그 옛날 부자들에게 “네가 가진 것을 팔아 가난한 자들에게 나눠주라. 그러면 천국에서 보화를 얻게 되리라”고 말한 분이다. 예수님의 말은 초상화 값인 4억5,000만 달러로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무슨 일을 할 수 있는지를 따져보게 한다.

수 년 전에 알게 된 비영리단체 ‘당신이 구원할 수 있는 생명(The Life You Can Save)’에는 ‘자선효과 계산식’을 갖고 있었다. 세계의 극빈자들에 대한 공식 지원통계에 근거해 정해진 기부액으로 어떤 일을 이룰 수 있는지 계산할 수 있는 산식이었다. 그 산식에 따르면 4억5,000만 달러는 치료 가능한 시각장애인 900만 명에게 시력을 찾아줄 수 있다. 달리 사용되면, 세계 1,300만 가구에 장비와 기술을 보급해 식량을 50% 증산시킬 수 있다.

원한다면 그저 예수 말씀대로 돈을 세계의 극빈가구가 원하는 대로 쓰도록 직접 나눠줄 수도 있다. ‘직접 자선(Give Directy)’이라는 비영리단체를 통하면 전체 기부액 중 사업비용으로 쓰이는 10%만 제외하고 나머지 전부를 도움이 필요한 가정에 나눠줄 수 있다.

가난한 사람들이 갑자기 목돈을 나눠 받으면 술이나 도박, 매춘에 탕진할 수 있다고 걱정할 수도 있다. 하지만 실제 조사 결과는 다르다. ‘직접 자선’의 기부금 분배는 수혜자들로 하여금 양식을 보충하고, 정신 건강을 증진하며, 자산을 늘리는 데 기여했다. 또한 4억5,000만 달러를 쓰면 1억8,000만개의 모기장을 사서 2억7,100만 명을 말라리아에서 보호할 수 있다.

어떤 사람이 900만 명의 시각장애인에게 시력을 찾아 주는 대신 경매에서 ‘살바토르 문디’를 구매키로 선택했다면, 그건 어떤 가치를 추구한 것일까. 분명한 건 그는 타인에 대해 거의 관심이 없다는 점이다. 그 사람이, 또는 그 가족과 친지들이 그 그림을 보면서 어떤 즐거움을 얻든지, 그 즐거움은 수백만 명은 고사하고 단 한 명에게 시력을 회복시켜주는 데서 얻게 되는 유익함의 값어치보다도 낮을 것이다.

옳건 그르건, 우리 대부분은 타인의 그것보다는 우리 자신과 자녀들, 그리고 친지들의 이해를 중요시 한다. 인연이 멀수록, 그리고 우리랑 다를수록, 또 타인들일수록 그들을 위한 우리의 성의는 희석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종의 경계선이 존재한다. 타인에 대한 무심함이 지나쳐 도저히 용납될 수 없는 그런 지경 말이다. 대부분 부유한 사람들이 그 경계선을 지나쳐 잘못된 지경에 있다는 주장은 논란의 여지가 있다. 하지만 분명한 건 수백 만 명의 시력을 회복시켜 주는 일보다 한 점의 그림을 소유하는 데 더욱 집착하는 건 그 경계선을 한참 지나친 것이라는 사실이다.

전설적 투자자인 워런 버핏은 2006년 그의 재산 대부분인 약 300억 달러를 빌 게이츠 부부가 설립한 ‘빌 앤드 멜린다 게이츠재단’에 기부해 극빈자들을 위해 쓰도록 했다.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을 위해 조건 없이 쓰도록 내놓은 자선 기부액으로는 사상 최대 규모인 그 기부로 인해 ‘빌 앤드 멜린다 케이트재단’의 자산액은 두 배로 증가했다. 올해 워런 버핏의 기부 10년을 맞아 빌 게이츠 부부는 최근 지난 10년 간 그들의 재단이 기여한 세계 건강 증진 실적을 버핏에게 보고했다.

빌 게이츠 부부가 내놓은 핵심 수치는 1억2,200만이다. 재단이 세계 어린이사망률을 꾸준히 낮춤으로써 1990년 이래 생명을 구한 어린이의 숫자다. 어린이사망률을 낮추는 데 있어서 게이츠재단의 최대 기여는 7억5,000만 달러를 들여 ‘글로벌 백신면역 연합(GAVI)를 설립한 것이다. GAVI는 빈곤국가의 백신 보급률을 높이고, 새로운 백신 개발을 촉진하기 위해 각국 정부와 유엔 기구들이 함께 일하는 민관합동 기획이다. 현재 세계 어린이들의 기본 백신 보급률은 사상 최고 수준인 85%에 이르렀다.

게이츠 부부는 어린이 면역에 쓰이는 1 달러마다 44 달러의 경제적 이익이 따른다고 주장한다. 거기엔 아이가 아플 때 가정에서 써야 하는 치료비와 부모가 일을 못해 안을 손해 등이 포함된다. 따라서 면역 사업에 대한 워런 버핏의 기여는 그의 투자 가운데 가장 성공적일지도 모른다.

무엇이 사람을 행복하게 만들까. 세상에서 가장 뛰어난 작품 한 점을 소유하는 것일까, 아니면 수백만 명의 어린이 건강을 지키고 생명을 건지며, 동시에 그 가족에게 경제적 이익을 얻게 했다는 자족감일까. 상식이나 심리학 연구 결과에 비추어 그림 한 점 갖는 건 아닐 것이다.

피터 싱어 미국 프린스턴대 생명윤리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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