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 ‘대구늬우스’ 페이지에 올라 온 게시물. 페이스북

“저도 드디어 ‘귀요미’ 버스 기사 아저씨를 만났습니다.”

지난 3일 대구 소식을 전하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페이스북 ‘대구늬우스’ 페이지에 올라온 글이다. 대구 칠곡 3지구부터 대곡 지구까지 운행하는 706번 버스에 타는 사람이면 매일 아주 특별한 광경을 만날 수 있다. 피카츄 같은 만화 캐릭터 인형들과 크리스마스 맞이 트리 장식들이 버스 안 곳곳에 채워져 있다. 버스를 꾸민 주인공은 이 버스의 운전기사 곽재희(45)씨다.

그는 올해로 22년 차 ‘베테랑’ 버스기사지만, 승객들 사이에선 ‘귀요미(귀여운 사람)’로 통한다. 인형으로 내부를 꾸민 것도 승객들에게 웃음을 줄 목적이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10년 전부터 자녀들이 가지고 놀지 않는 인형을 하나 둘 버스에 가져다 놓은 게 시발점이었다.

그가 ‘귀요미 기사’로 SNS 스타가 된 건 706번 승객들 덕이었다. 버스 내부 장식에서 흥미를 느낀 승객들이 버스 안 모습과 곽씨 사진을 SNS에 올리면서다. 최근 ‘대구늬우스’ 등 인기 페이스북 페이지에 이 이야기가 전해지면서 그는 유명세를 치렀다. 그는 “버스를 타는 분들을 보면 웃음이 없는 분들이 많아요. 인형을 가져다 놓으니 웃으시더라”라며 “그게 좋아서 가져다 놓다 보니 지금처럼 유명해졌다”고 말했다.

곽씨가 버스 안에서 가장 좋아하는 인형은 피카츄다. 피카츄는 곽씨가 만들어준 안전벨트를 매고 머리에는 크리스마스를 맞아 산타 모자를 쓰고 있다. 곽씨 제공

현재는 웃음도, 정도 많다고 자부하지만 기사 생활 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니다. 버스 회사끼리 승객 경쟁이 치열했던 11년 전에는 웃을 여력도, 인사를 건넬 시간도 없었다. 그는 “예전에는 승객을 돈이라고 생각하는 인식도 있었지만 시내버스 준공영제가 생기면서 그런 생각들이 사라졌다”며 “자연스럽게 여유가 생겼고 즐겁게 일을 하게 됐다”고 했다.

그는 승객들에게 “좋은 하루 보내세요” 같은 밝은 인사는 물론이고, 무거운 짐을 들고 있는 사람을 보면 뛰쳐나가 대신 짐을 들어준다. 그러다 보니 승객들은 그에게 감사함을 담은 쪽지를 종종 건넨다. “수줍은 얼굴로 승객들이 고맙다고 쪽지를 줘요. 그걸 보면 힘이 나는 거죠. 승객들이 저한테 고맙다고 하는 데 사실 제가 더 승객들에게 고맙죠.”

곽씨가 한 승객에게 받은 감사 쪽지. 곽씨 제공

그의 ‘행복 바이러스’는 다른 동료 기사들에게도 번지고 있다. 그는 교대 근무를 하기 때문에 그가 꾸며놓은 버스를 동료 기사가 운전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동료 기사들 역시 버스를 살펴보며 웃는 승객들을 보고 기뻐한다고 한다. 그는 “제가 어떻게 보면 참 별난데 다들 이해해주고 함께 즐거워해준다”며 “몇 년 전부터는 동료 기사들과 산타복을 입고 크리스마스에는 승객들을 만나는 행사도 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자신을 보면서 버스 기사에 대한 편견들이 없어지면 좋겠다고 했다. 그는 “일부 승객들은 버스 기사들이 불친절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일하는 입장에서 그런 편견이 사라지면 좋겠다”며 “버스 기사와 승객이 함께 노력해 대구 버스에서 웃음만 가득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이순지 기자 seria112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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