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9시반 콜했는데 자정까지 안 와”
“미리 불러도 출근시간 넘기기 일쑤”
서울에 400대, 하루 콜은 4000건
기사 없어 놀리는 택시가 더 많아
지자체, 인건비 부담에 증차 난색

# 한파가 들이닥친 11일 지체장애2급 정동민(71)씨는 지팡이에 의지해 서울 한 경찰서 로비에서 덜덜 떨고 있었다. 고발할 일이 있어 왔다는 정씨는 용무를 마친 뒤 택시를 기다린다고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2시간 넘게 기다리는 건 예삿일이야.” 장애인콜택시는 3시간째 오지 않았다. 벌써 3시간째, 기자가 취재를 마치고 경찰서 문을 나서는 순간에도 정씨는 기다리고 있었다. “유독 추우니까 오늘은 내가 왜 이러고 있나 싶네.”

# 지난 8월 서울 송파구 잠실경기장에서 야구경기를 본 지체장애1급 휠체어장애인 A씨는 경기가 끝나기도 전인 오후 9시30분쯤 장애인콜택시를 불렀다. 택시 대기시간을 줄이려는 나름의 묘책이었다. 경기는 10시 좀 넘어 끝나 사람들이 모두 돌아갔지만 택시는 다음날이 되도록 오지 않았다. 결국 A씨는 지인에게 긴급 요청해 차를 얻어 타고 새벽 1시에 집에 닿았다. 지인 차에 오르기 전 콜 취소 전화를 했더니 운전기사는 “갑자기 이용자가 많이 몰렸다”고만 했다.

장애인콜택시 이용자는 빠르게 늘고 있는데, 정작 택시는 점점 더 늦게 도착하고 있다. 장애인들은 기다림에 지쳐 가고 있다. 주요 시간대엔 서울에서 부산까지 갈 시간을 택시 오기만을 기다리는 실정이다. 차량 대수를 늘리거나 운행 횟수를 늘려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지만 법도, 돈도 장애인 편이 아니다.

13일 서울시설공단에 따르면, 2013년 2,855건에서 2016년 3,940건으로 38% 증가한 하루 평균 콜택시 신청에 비해, 같은 기간 장애인콜택시는 약 7% 증가(410→437대)에 그쳤다. 가뜩이나 대기시간이 긴데, 일일 신청이 대당 7건에서 9건으로 늘어났다는 얘기다.

문제는 법적으로 택시를 더 늘릴 여지가 없다는 점이다. 교통약자의이동편의증진법상 ‘1, 2급 장애인 200명당 1대’ 조항을 적용하면 437대는 이미 기준을 충족했다는 게 서울시설공단 설명이다. 그러나 장애인들은 “‘200명당 1대’라는 비장애인 택시 기준을 그대로 적용한 것”이라며 “택시 외에는 다른 마땅한 교통수단이 없는 장애인 사정을 감안해 택시 대수를 늘리는 쪽으로 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있는 택시라도 제대로 운행하면 사정이 나아질 텐데, 그렇지 않다. 서울시 장애인택시 운전기사는 서울시설공단 정규직 457명과 비정규직 140명을 합해 약 600명. 정규직 운전기사가 주 5일 하루 10시간씩, 비정규직 기사가 5시간가량 운행한다. 24시간 근무체계를 갖춘 비장애인 택시와 비교하면 9시간가량이 비는 셈이다. 운전할 사람이 없어 ‘노는’ 택시가 많을 수밖에 없다. 장애인콜택시로 출퇴근하는 직장인 이모(25)씨는 “아침 7시에 배차 신청을 하면 출근시간인 9시를 넘겨 차가 도착하곤 해서 요즘엔 더 일찍 신청한다”고 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장애인콜택시 구입비는 국토교통부에서 일부 지원해 주지만 인건비는 100% 지방자치단체가 부담하고 있어 인력 충원이 사실상 어렵다”고 밝혔다.

이상용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기획실장은 “장애인콜택시 수를 늘리기 위한 법 개정뿐 아니라, 운전기사 확충을 위한 예산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손영하 기자 froze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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