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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식으로 한 번"…대통령 발언 문장까지 불러 준 최순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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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식으로 한 번"…대통령 발언 문장까지 불러 준 최순실

입력
2017.12.13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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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 재판서 정호성과 통화 녹음 재생…검찰 "국정농단 증거"

최순실 "국정 개입 안 했고, 개입하고 싶지도 않았다" 부인

박근혜 정부 '비선실세' 최순실 씨가 13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국정농단 사건 관련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연합뉴스
박근혜 정부 '비선실세' 최순실 씨가 13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국정농단 사건 관련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연합뉴스

'비선실세' 최순실씨가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을 통해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구체적으로 개입한 정황이 법정에서 추가로 공개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김세윤 부장판사)는 13일 최씨의 속행 공판에서 정 전 비서관과 최씨의 휴대전화 통화 내용을 담은 녹음파일을 법정에서 재생했다.

이 녹음파일은 최씨가 국정에 깊숙이 개입했다는 점을 입증하기 위해 검찰이 제출한 증거로, 앞서 정 전 비서관 본인의 재판과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의 재판에서도 공개된 적이 있다.

최씨 재판에서는 변호인 측이 녹음파일의 압수 과정과 진정성 등에 이의를 제기하면서 파일 재생 등 증거조사 절차가 늦어졌다.

이날 법정에서 재생된 녹음파일 내용에 따르면 최씨는 2013년 말 국가정보원의 대선 개입 논란과 관련해 정국이 어지러울 당시 박 전 대통령이 유럽 순방을 떠나려 하자 수석비서관 회의나 국무회의를 통해 당부 말을 남기고 떠나라고 제안했다.

최씨는 정 전 비서관에게 "외국 가시기 전에 대통령님이 기자회견이나 그런 식으로 얘기한 게 없었나"라며 "한 번 이렇게 부탁한다고 거론하고는 가셔야 할 것 같은데…"라고 말했다.

최씨는 "언제가 좋아요? 국무회의를 하든가…"라며 "당부의 말씀은 하고 가셔야지 그냥 훌쩍 가는 건 아닌 것 같아. 외국만 돌아다니시는 것 같아"라고 했다.

최씨의 제안에 따라 박 전 대통령이 해외 순방에 나서기 전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 일정이 잡혔다.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대통령의 모두발언은 언론에 당일 공개되며 통상 정국 현안에 대한 대통령의 메시지를 전하는 수단으로 여겨진다.

정 전 비서관은 최씨와 통화에서 "톤을 어떤 식으로…"라며 박 전 대통령이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내놓을 메시지의 방향을 물었고, 최씨는 댓글 의혹 사건의 진상 규명에 대한 의지는 꼭 밝혀야 한다는 취지로 방향을 잡아줬다.

최씨는 박 전 대통령의 발언 문구를 직접 정 전 비서관에게 불러주기도 했다.

최씨는 "'내가 요구했음에도 계속 이렇게 예산을 묶어둔 채 가는 건 바람직하지 못한 일이고 국민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1년 동안 이렇게 가는 것이, 야당한테 이게 진짜 국민을 위한 것인지 물어보고 싶다' 이런 식으로 한 번 하고요"라고 제안했다. 야당이 예산안 처리에 협조하지 않는 상황을 비판하는 취지였다.

녹음파일 속 대화 내용과 관련해 검찰은 "정호성은 각종 현안을 대통령 보고 전에 최씨에게 보고하고 최씨는 정호성에게 지시하는 방법으로 자신의 의견을 국정에 반영한 사실이 확인된다"며 "대통령도 이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다"고 주장했다.

최씨 측 이경재 변호사는 "최씨 아이디어에 따라 국정 기조를 정했다는 건 대통령을 압도적으로 당선시킨 유권자 모독에 가깝다"며 "최씨는 대통령의 숨은 조력자로, 대통령에 걸맞은 이야기나 조언을 한 것으로 평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씨도 "검찰은 제가 국정농단을 했다는 전제에서 이야기하는데, 대통령도 자기 국정철학이 있다. (검찰이) 대한민국을 우습게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개인 의견을 개진했다고 국정농단이라는데, 다른 사람들도 의견을 낼 수 있다고 본다"면서 "전 국정에 개입한 적 없고 개입하고 싶지도 않았다"고 반박했다.

재판부는 이날 SK뇌물 사건에 대한 검찰과 변호인 측의 막판 프레젠테이션을 듣고 14일 심리를 모두 마무리할 계획이다. 이날은 최씨와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에 대한 결심 공판이 한꺼번에 진행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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