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남부 최대 도시인 뮌헨에서 지난 9일(현지시간) 한반도 평화를 기원하는 집회가 열렸다. 연합뉴스

남쪽으로부터 화신(花信)이 줄달음을 치던 지난 봄, 북풍의 위세가 심상치 않았다. 도발을 이어가는 북한 김정은 정권을 겨냥해 미국의 선제타격 목소리가 커지던 때 이른바 ‘4월 북폭(北爆)설’ 등 정체를 알 수 없는 풍문이 돌았다. 김정은이 망명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미국이 북한을 폭격할 것이고, 이에 맞춰 서울의 외국계 기업들이 직원들의 탈출 계획을 준비 중이라는 루머가 2017년 봄을 한겨울에 붙들어 맸다. 때마침 4월 3일 미 NBC방송의 간판 앵커 레스터 홀트는 ‘트럼프 정부가 군사공격을 고려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오산 미 공군기지 격납고에서 비장하게 전했다. 며칠 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에게 보란 듯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의 회동 중 시리아 정부군을 겨냥해 토마호크 59기를 쏘아 올렸다. 미중 정상회담이 끝나고 한참 지나서야 4월 위기설은 잠잠해졌다.

70여 일 간 도발을 멈췄던 북한이 워싱턴을 포함해 미국 전역을 사정거리에 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 15형을 시험 발사한 지난달 말 이후, 미 정가에선 급속히 북한 선제공격을 부추기는 목소리가 힘을 얻었다.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매일 북한과의 전쟁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했으며,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은 주한미군 가족 철수를 거론했다. 니키 헤일리 유엔대사는 미국 선수단 출전이 불확실하다는 메시지를 마침 한국 정부가 평창 동계올림픽 이슈에 가장 민감한 시기에 내비치면서까지 한반도 위기를 고조시켰다. 미국 언론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문제에 대해 ‘우리가 처리한다’라는 선언적 수사만 거듭하면서 입을 닫은 가운데 이뤄지는 주변부 스피커(speaker)들의 북핵 위기 고조 상황이 심상치 않다고 진단했다. 뉴욕타임스는 이런 상황이 2003년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사담 후세인의 이라크를 상대로 개전할 때와 비슷하다며, 민주당 인사의 입을 빌려 권력 상층부의 군사옵션 시행 의지가 뚜렷함을 우려했다.

무엇보다 지금 백악관 주변의 대북 군사행동 의지는 내년 초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 1년을 전후해 더욱 강해질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과 파리기후변화 협정 탈퇴, 대북 군사옵션 강조, 예루살렘 수도 인정 등 주요한 대외 이슈를 놓고 충돌을 빚어온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의 퇴임을 비롯해 대대적인 외교안보 라인 물갈이가 이뤄질 것이란 전망이 있어서다. 지난 1년간 그나마 국제사회에서 미국의 체면을 유지시키며 합리적 외교를 강조한 인사들이 하나둘 트럼프 곁을 떠나면 빈자리는 근래 북폭설을 부추긴 강경론자들로 채워질 가능성이 크다. 미국이 북한과 대화는커녕 외교적 압박 쪽에 무게중심을 유지하기도 어려워질 공산이 충분하다.

김정은의 도발 중단이 우선해야겠지만, 미국 대북 강경론자들의 선제공격 주장이 거세져 한반도에 다시 전운이 감도는 상황도 막아야 할 일이다. 이런 의미에서 군사옵션 카드를 빼 들기 앞서 여전히 국제사회가 대북 외교 압박 강도를 높일 여지가 충분하다는 점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 북한은 아직 47개국 수도에 대사관을 두고 있으며, 24개국이 평양에 대사관을 운영 중이다. 이들 ‘북한의 친구’ 가 확실한 관계 단절에 나선다면 군사옵션 사용으로 맞이할 파국을 피하면서 충분히 김정은 정권의 생명줄을 조일 수 있을 것이다.

최근 미 중앙정보국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북한 ICBM의 미 본토 공격을 막을 시간은 3개월에 불과하다고 보고한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 가을 트럼프 대통령이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에게 구체적인 대북 군사옵션 마련을 지시하며 제시한 시한이 6개월이라는 말도 있다. 이를 종합하면 평창 동계올림픽이 마무리되고 강추위가 물러나는 내년 3, 4월이면 대략 트럼프 정부의 인내가 바닥을 드러낼 것이라는 얘기가 된다. 다시 한번 4월 위기설을 견뎌야 할지 모른다. 때 이른 한파 속에서도 꽃 피는 봄이 두려운 이유다.

양홍주ㆍ국제부장 yangh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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