앱스토어서 판매된 게임 아이템
환불 정보 안 알려줘 회수 못해
일부선 ‘공짜로 쓰는 비법’ 악용
국내 모바일 게임 유통시장 교란
게임사들 불이익 우려 항의 못해
공정위에 호소해도 감감무소식

올해 출시된 인기 모바일게임 L에 한창 빠져있는 김모(28)씨는 최근 친구와 L에 대한 경험담을 나누다 깜짝 놀랐다. 게임 내 아이템들을 유료 결제해 사용 중인 자신과 달리 친구는 더 많은 아이템을 공짜로 쓰고 있었기 때문이다. “어떻게 그게 가능하냐”고 묻자 “아이폰만 된다”는 황당한 답변이 돌아왔다. 그의 설명인즉, 애플의 응용 소프트웨어 장터(앱 마켓)는 처음 한 번에 한해 ‘묻지마 환불’을 해주고 있어, 아이템을 산 뒤 손쉽게 환불받을 수 있다. 더구나 환불을 받고 나서도 환불 전처럼 계속 이용이 가능하다. 김씨는 “아이폰 이용자 사이에서는 공공연히 행해지고 있는 일이더라”라며 “제 값 다 주고 이용하는 나 같은 사람 입장에서는 억울하지 않겠느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11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애플의 일방적 환불 정책이 국내 모바일 게임 유통을 교란하고 있다. 앱 마켓을 통해 유통된 모바일 게임은 애플, 구글 측이 환불 권한을 갖고 있는데, 애플의 경우 환불 기준 자체가 모호한 데다 환불 정보를 해당 게임 개발사와 공유하지 않는다. 매달 전체 환불 액수가 얼마라는 것만 알려줄 뿐, 누가 언제 어떤 이유로 구입 취소했는지는 ‘개인정보 보호’를 이유로 알려주지 않는다. 반면 구글은 인기 상위권에 있는 게임의 경우 게임사가 직접 환불을 처리하도록 권한을 일임하고 있다.

문제는 애플의 이런 ‘깜깜이 환불 정책’을 악용해 유료 아이템을 공짜로 쓰는 이들이 늘고 있다는 점이다. 온라인에서는 ‘애플 앱 마켓에서 게임 환불받는 비법’ 같은 글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고, 환불 과정을 대행해주는 업체도 성행하고 있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이용자들에게 애플에서 환불을 받으면 게임사에도 연락을 취해달라고 요청하고 있지만, 따르는 사람은 거의 없다”며 “돈은 물어줬는데 아이템 회수를 못 하니 게임사는 그만큼 손해를 보게 된다”고 말했다. 한국게임산업협회는 지난 3월 이런 문제 시정을 위해 모바일 게임 환불 결정 주체를 게임사로 일원화해달라 공정거래위원회에 청구했지만, 반년이 지나도록 감감무소식이다.

애플의 앱 마켓 정책은 국내 법보다도 위에 있다. 국내 출시되는 모든 모바일 게임은 게임물관리위원회로부터 이용 가능 연령 등급을 받는다. 이에 맞춰 구글은 국내 시장에 한해 ‘18세 이용가’를 따로 분류해 본인 인증, 성인 인증을 하면 내려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는 반면 애플은 전 세계 공통을 앞세워 ‘12세 이용가’만 운영 중이다. 아이폰 이용자는 성인이어도 청소년용 게임만 즐길 수 있는 셈이다.

애플보다 게임사들과 소통에 적극적이라곤 하지만 구글도 ‘갑(甲)질’ 비난에서 자유로운 건 아니다. 구글은 지난해 카카오가 유통을 맡은 모바일 게임 ‘원’을 앱 마켓에서 검색할 수 없도록 숨겨 놓아 도마에 올랐다. “경쟁사 게임이라 의도적으로 숨긴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일자 구글 측은 부랴부랴 검색되도록 손을 봤다. 게임업계에 정통한 관계자는 “요즘도 다른 플랫폼에 게임을 먼저 출시하는 등 구글에 밉보이면 앱 우선 노출에서 배제되거나 아예 사라지는 일이 알게 모르게 일어난다”고 말했다.

많은 게임사가 이런 앱 마켓의 일방통행식 운영에 불만을 품고 있지만 불이익이 두려워 말 한마디도 못 꺼내는 처지다. 두 업체는 전체 앱 마켓 매출에서 80% 이상을 차지하는 ‘절대 갑’이라서이다. 양대 앱 마켓에 대항하기 위해 이동통신 3사와 네이버는 지난해 통합 앱 마켓 ‘원스토어’를 내놨으나, 점유율이 10%대로 저조한 데다 철저히 내수형이라 게임사들의 외면을 받고 있다. 3대 게임업체로 불리는 넥슨, 엔씨소프트, 넷마블게임즈는 올해 들어 원스토어에 신작을 한 종도 출시하지 않았다.

시장조사업체 앱애니에 따르면 양대 앱 마켓이 10주년을 맞는 내년에는 전 세계 이용자들이 이들 마켓에 쏟아붓는 지출이 1,100억달러(약 120조1,200억원)로 올해보다 30% 불어날 전망이다. 지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건 게임이다. 좋든 싫든 양대 앱 마켓과 게임사들은 공존하며 커나갈 수밖에 없는 구조다. IT업계 관계자는 “구글, 애플 덕에 작은 업체도 해외 진출이 용이해지는 등 긍정적인 효과가 분명 있지만, 지금은 이들 마켓 없이는 모바일 사업을 지탱할 수 없을 정도로 의존도가 높다”며 “업체들은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만큼 정부가 나서서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줬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이서희 기자 sh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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